조윤선 '돌연' 사퇴…공무원연금법 처리 여야 압박용(?)

與野 공무원연금법 처리 협상 재개 상황서 조 수석 사퇴 전격적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오늘 오전 박근혜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고 박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를 위해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만나 협상 재개를 앞둔 상황에서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뜬금없는 사의 표명과 박 대통령의 즉각적인 수용은 지연되고 있는 공무원연금 처리를 여야 모두에 압박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공무원연금개혁 처리지연에 대해 "조 수석 책임이 아니다"고 부인한 것을 감안할 때 조 수석의 사의가 여당과의 사전조율을 거친 결정이 아니어서 청와대가 당청 간 관계에서도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 수석은 이날 민 대변인을 통해 밝힌 '사퇴의 변'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연금 개혁을 수용하는 대가로 이와는 전혀 무관한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심지어 증세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애초 개혁의 취지를 심각하게 몰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무원연금 개혁이 대통령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논의마저 변질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개혁 과정에 하나의 축으로 참여한 청와대 수석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 조윤선, '믿을 맨'의 결단(?) = 조 수석은 지난 2012년 대선 때부터 당선인 시절까지 대변인을 맡았고 정부 출범에 맞춰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지냈다. 이후 장관보다 직급이 낮은 정무수석으로 자리를 옮기면서까지 박 대통령의 신임을 한 몸에 받았다. 최초의 여성 정무수석으로 국회와 청와대, 특히 당청 간 조율에 앞장섰다.

때문에 조 수석 입장에서 '50% 인상' 문구 명시를 놓고 벌어진 갈등에 책임감을 강하게 느꼈고 스스로 '사의'를 표하는 결단을 내리고 박 대통령 역시 정부의 핵심과제와 관련한 책임 차원에서  사의를 수용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여당 관계자는 "조 수석이 장관을 지냈지만 초선의원 출신이어서 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가교 역할에서 부담을 많이 느꼈을 것"이라며 "공무원연금 개혁을 시간 내에 처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與에 '공적연금 강화 제외하라'는 새 가이드라인 = 하지만 여권 내에서는 조 수석의 사퇴가 공무원연금 처리 '압박용'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야당이 새누리당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시 대신 기초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 강화를 제안, 협상재개에 나서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다시 청와대가 여당에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이날 조 수석 사퇴에 대해 "정무수석이 할 일은 아니고 국회선진화법이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 간 어쩔 수 없는 게임으로 간 것이어서 조 수석 책임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사퇴 배경은 전혀 모른다"면서도 "하여튼 조 수석이 책임질 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여야 합의 문제를 애먼 조 수석이 책임지는 모양새가 되면서 청와대가 여야 협상에서 국민연금, 기초연금 강화를 제외한 공무원연금 개혁만을 처리할 것을 재차 압박하는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 "靑, 與에 사실상 재량권 불허하는 정치적 전략" = 이날 야당의 기초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 강화 제안에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긍정적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사회적 기구' 논의를 내세웠지만 조 수석의 사퇴로 사실상 협상권이 무력화 됐다고 해석하는 분위기가 짙다.

공무원연금개혁특위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야당과의 협상에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과 사전 조율없이 갑작스럽게 사퇴를 발표하는 것은 고도의 정치적 전략으로 보이며 공무원연금과 관련해서는 당에 재량권을 안주겠다는 의미같다"고 분석했다.

야당 역시 조 수석 사퇴에 대해 여당에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사회적대타협을 파기한데 따른 책임 회피용 꼬리자르기요 당청 간 짜고 치는 고스톱인가"라며 "아니면 협상권 재량 운운하는 새누리당에 대한 청와대의 경고메시지인가"라고 꼬집었다.

이 대변인은 "이런 상황에서 과연 국회의 여야 합의가 중심을 잡고 진행될 수 있을지 심히 우려스럽다"며 "청와대는 더 이상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훼손하지 말길 바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