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감면제도 '수술대' 올랐지만… = 정부는 '비과세·감면 정비'를 올해 세법개정 핵심 방향으로 삼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비과세·감면 축소 방침이 국회 논의과정에 손질될 가능성이 높다. 일몰이 도래하는 크고 작은 비과세·감면 제도를 연장하려는 국회 차원의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 왼쪽은 세종시 어진동에 위치한 기획재정부, 오른쪽은 서울시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 의사당.
'숨어있는 국가 보조금'으로 통칭되고 있는 비과세·감면 제도의 존치 여부를 놓고 정부와 국회가 천양지차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책목표를 달성해 이미 실효성을 잃은 비과세·감면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정부의 손질방향과는 달리, '관례'라는 이름으로 비과세·감면제도의 일몰을 연장하거나 아예 일몰제 자체를 폐지하는 등의 움직임이 국회에서 끊임없이 시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비과세·감면 제도의 연장 여부가 정책 효과와는 무관하게 정치적인 입김에 지나치게 좌우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새누리당 강기윤 의원은 자동차매매업자 등이 매매용으로 취득하는 중고자동차 등에 대한 취득세 및 자동차세의 한시적 감면(올해 일몰)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매매업자가 매매용으로 취득한 차량은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소유권을 이전받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담세력(조세부담능력)이 없다는 근거를 들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도 농업·임업·어업용 등의 석유류에 대한 과세특례 일몰기한(올해 일몰)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김 의원은 "해당 과세특례의 일몰기한을 주기적으로 연장해 왔다"며 개정 사유를 밝히기도 했다. 조세지출 일몰기한의 연장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앞서 지난 3월 농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출자금 및 예탁금 이자소득, 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혜택을 연장하자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안)이 발의됐으며, 같은 달 농협, 수협 등 상호금융 예탁금 이자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2025년까지 연장하자는 법안(새누리당 홍문표)도 발의됐다.
수혜자 집단의 성격만 다를 뿐 비과세·감면 제도의 일몰연장을 요구하는 법안은 이들 법안 이외에도 수 십건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측면에서 비과세·감면 제도를 연장하거나 확대하는 등 선심성 입법안이 다수 제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문예영 배화여대 세무회계과 교수와 신영임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이 발표한 '조세지출 일몰연장 요인분석'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조세지출의 일몰연장은 최근 10년간(2003~2013년) 금액 기준으로 평균 97%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세법에 규정한 대로 폐지되지 않고 연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마구잡이' 의원입법을 막을 규제도 마땅히 없다. 정부 역시 "국회의원 고유 권한인 입법 발의를 통제할 수 없다"고 말할 정도다. 비과세·감면제도의 정비를 외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 향후 대국회 실무협의에 나서기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기획정부에 따르면 올해 연말로 일몰이 도래한 비과세·감면 제도의 숫자는 88개.
조세감면 규모만 3조7000억원에 달한다.
기재부는 정책목표를 달성한 비과세·감면제도(연간 감면액 300억원 이상 등)를 계속 유지할지의 여부를 놓고 심층평가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과결과에 따라 올해 8월에 발표 예정인 세법개정안에 해당 제도의 축소 또는 폐지되는 방향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간 감면액이 300억원 이상 기준으로 일몰이 도래한 비과세·감면 제도에 대한 심층평가를 진행 하고 있다"며 "연장될 것인지 폐지될 것인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기게 되며, 심층평가 결과는 세법개정안 발표 이후 9월쯤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