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 수정 담은 국회법 개정 놓고 당청 충돌 양상

◈ 靑 비판에 유승민 "이해할 수 없어" 이종걸 "헌법공부 해야"

여야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통과하면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수정권한을 갖는 국회법을 함께 개정한 것을 놓고 청와대와 여당 간의 갈등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29일 여야가 기나긴 협상 끝에 가까스로 통과시킨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에 대해 "미흡하지만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평가할만한 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시행령 수정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법률을 집행하기 위한 정부의 시행령을 국회가 좌지우지 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의 고유권한인 시행령 개정권까지 제한하는 것으로 행정부의 기능을 사실상 마비상태로 빠지게 할 우려가 있다"며 "국회법 개정을 강행한 이유가 공무원연금과 무슨 관련이 있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이익을 챙기기에 앞서 삼권분립을 기초한 입법기구로서 국회법 개정안을 정부에 송고하기 앞서 다시 한 번 면밀히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혔다.

청와대가 강하게 불쾌감을 드러내며 국회법 개정과 관련해 '거부권'을 시사한 것을 두고 여당인 새누리당과의 의견 충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전날(28일) 국회법 개정을 담은 여야 잠정 합의안에 대해 친박 의원들이 '삼권분립 위배'를 제기하고 조건부 추인을 한 바 있지만 유승민 원내대표가 삼권분립 위배가 아니라며 잠정합의안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우려에 대해 "어떤 부분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는 건지 좀 이해할 수가 없다"며 "거기 보면 분명히 국회가 정한 법률의 취지와 내용에 어긋나는 경우에만 하도록 되어있다. 국회가 정부가 만든 시행령에 모든 조항에 간섭하는 게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는 "그건 너무 과하게 보시고 있는 것이다"며 "찬찬히 보시면 이해하실 것이다"고 말했다.

청와대와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사전 소통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청와대와 저 사이에 있던 대화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만, 대화가 있기는 했다"며 "(해석과 설명을) 여러 경로 통해서 전달하면 된다. 오늘도 했다"고 답했다.

청와대가 거부권을 시사 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당청간 불협화음 양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의 삼권분립 원칙 위배라는 입장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헌법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 헌법공부를 좀 하셔야겠는데요?"라고 꼬집었다.

이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에 대해 "유구무언이다"라며 "그야말로 헌법을 지키고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구현하면서 깨져있는 권력분립의 균형을 복원할 수 있는 마지막 탈출구라고 생각하고 만든 법인데, 그것을 위헌이라고 하는 것은 세계관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公연금 1년 3개월 만에 통과…이젠 공적연금 강화 논의

여야가 29일 새벽 본회의를 열고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17시간 만에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총 246명의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233명, 반대 0명, 기권 13명으로 의결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취임2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천명한 이래 1년 3개월여 만이며 지난해 10월28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대표 발의한 지 7개월 만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더 내고, 덜 받기'다. 공무원들이 낼 돈을 결정짓는 기여율은 현재 소득의 7%에서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9%까지 오르게 된다. 또 퇴직 후에 받는 연금 수령액을 결정하는 지급률은 20년에 걸쳐 1.9%에서 1.7%로 줄어들게 된다.

월 300만 원을 받는 공무원이 30년 동안 근무할 경우 월 납부액은 21만원에서 27만원으로 늘어난다. 같은 조건의 공무원이 받는 연금액은 월 171만원에서 153만원으로 18만원 줄어든다.

합의안에 소득재분배 기능이 포함되면서 하위직 공무원일수록 연금액이 깎이는 비율은 더 줄어든다. 5급 공무원의 경우 연금이 깎이는 비율은 7∼17％, 7급 공무원의 연금이 깎이는 비율은 5∼13％다. 9급 공무원의 연금은 가장 적은 2∼9％ 정도 줄어든다.

또한 연금을 받는 연령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된다. 2022년부터 3년에 1세씩 연장돼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늦춰진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이제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 강화 과제가 남게 됐다.

여야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함께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 특별위원회'·'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를 구성키로 했다.

국회 특위와 사회적 기구는 오는 10월31일까지 구성하기로 했다. 특위는 합의에 따라 1회에 한해 25일간 연장해 활동한다.

특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여야 동수로 14명으로 구성하며, 사회적기구가 마련한 안을 심의해 입법화하는 권위를 갖게 된다. 공적연금 강화 합의는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노인빈곤의 심각성을 대비하기 위한 목적에 따른 것이다.

또한 사회적기구는 '공무원연금개혁 실무기구'에서 합의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와 그 밖의 합의내용에 대한 적정성·타당성을 검증하고, 실현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사회적기구 구성은 공동위원장 2명을 포함한 2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