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지난 달 29일 통과된 국회법 개정에 대해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 될 것"이라고 비판,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사진제공 청와대)
◈ 朴대통령 국회법 개정 거부권 시사…野 "여야 협상 전면 중단" 경고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정부 시행령 수정권한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 통과와 관련해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 될 것이기 때문에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야당은 "실제로 거부권이 행사되면 앞으로 여야 협상은 전면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해 국회법 개정 후폭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공무원연금 법안 처리 과정에서 공무원연금과 관계없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문제를 연계시켜 위헌 논란을 가져오는 국회법까지 개정을 했는데 이것은 정부의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어서 걱정이 크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달 29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국회법 개정안을 재검토할 것을 요청한 바 있어 만약 국회에서 통과된 원안 그대로 정부에 이송될 경우 박 대통령이 법률안거부권 행사를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가뜩이나 국회에 상정된 각종 민생법안조차 정치적 사유로 통과가 되지 않아서 경제살리기에 발목이 잡혀 있고, 국가와 미래세대를 위한 공무원연금 개혁조차 전혀 관련도 없는 각종 사안들과 연계시켜서 모든 것에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의 정치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에서 정부의 시행령까지 국회가 번번이 수정을 요구하게 되면 정부의 정책 추진은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그리고 우리 경제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과거 국회에서도 이번 개정안과 동일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에 대해 위헌소지가 높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않은 전례가 있는데 이것은 국회 스스로가 이번 개정안이 위헌일 소지가 높다는 점을 인식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언론과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을 향해 "국회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실제로 거부권이 행사되면 앞으로 여야 협상은 전면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도 제대로 진행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되며 입법부와의 전쟁 선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사실상 3권을 독점하다시피 한 박 대통령이 3권분립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라며 "3권분립을 위배하고 있는 것은 바로 행정부이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에 '3권분립 위배'라는 오명을 씌우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꼬집었다.
◈ 당청 갈등에 이어 당내 분열까지 與 '유승민 흔들기'(?)
국회법 개정 후폭풍이 새누리당 당내 분열로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의 수정권한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청와대가 강하게 반대, 당청갈등이 촉발되자 당내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 최고위원들이 야당과 협상을 벌였던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정면비판하고 나선 것.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한 최고위원들은 국회법 개정 문제뿐 아니라 유 원내대표가 주장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발언과 사드 배치 문제까지 도마에 올렸다.
친박 핵심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국회법 개정 합의에 대해 "여론은 개정 국회법에 대해 '입법독재'라고 하고 우리 당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유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대로 처리하는 것이니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한다"며 "공무원연금개혁 법안을 처리하라고 했더니 국민연금까지 연계되고, 게다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시행령법까지 내주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서 최고위원은 "우리 당이 자성해야한다. 당 지도부는 야당이 모든 시행령을 수정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부작용·오남용을 막을 대책을 지금 당장 세우라"고 촉구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가 각종 당청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며 "원내대표는 모든 권한을 위임받아 여야 협상을 하는 창구고 대표의 자리인데, 권한을 위임할 때는 당내 다양한 어려움을 조율하고, 특히 청와대·정부와 사전에 깊은 조율을 근거로 협상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유 원내대표의 개인적 소신인지는 모르겠지만 증세문제, 사드문제 등 모든 게 갈등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국가 근간인 헌법질서를 훼손하는 문제"라며 "책임이 필요한 부분은 책임 문제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다"고 유 원내대표 '책임론'으로 압박했다.
이에 비공개 회의에서 김무성 대표는 "국회법 개정 논란은 당청 간 갈등의 문제여서도 안 되고 그렇게 봐서도 안 된다. 특정인(유 원내대표)에 대한 문제도 아니다"며 "이럴 때야말로 당정청 회의 등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늘 이야기하지만 건전한 (당청) 관계를 위한 진통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청갈등)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결말을 봐야 되겠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개정 국회법을 수용할 수 없다고 한 데 대해서는 "저희들도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 최고위원이 언급한 '책임론'에 대해서는 "그런 일(책임질 일)이 오면 언제든지…(책임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