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왼쪽)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지난 달 28일 저녁 5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하루 남겨 놓고 만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막판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靑 거부권 시사에 與 "국회 재의결 땐 2/3넘을 것" 반격
비박계 독립선언(?) "정부 핵심 과제 해결했더니..." 불만 고조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수정할 수 있도록 국회법을 개정한 후, 청와대와 야당 관계는 물론, 당·청 관계마저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청와대가 거부권까지 시사하며 반발하자, 야당은 입법권 무시라며 입법부와 행정부 간 권력분립 논쟁으로 치달아가고 있지만 여당과는 권력분립 논쟁에서 더 나아가 당·청 간 주도권 다툼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향후 비박계 지도부의 독립선언(?) 신호탄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삼권분립 위배' 주장에 대해 "삼권분립 위배가 아니다", "과도한 오해"라며 맞서고 있다.
□ 靑 국회법 거부권 시사에 與, 강경 태도 변화 =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31일)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의 국회법 개정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에 대해 "(국회법 개정안 통과 당시) 우리당이 140여명 (찬성표결에) 찬성했고, 야당이 70여명 참석했다"고 강조했다.
조 수석부대표는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가 다시 의결하면 "재적 3분의 2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사실상 청와대를 향해 경고했다.
이 같은 강경한 태도는 그동안 박근혜정부 당청 관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2013년과 2014년은 친박계 핵심 의원들이 원내지도부를 맡아 정부의 정책추진 방향에 힘을 싣고 사실상 청와대의 대리인격으로 야당과 협상을 벌여왔다. 지난해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정에서 야당은 청와대의 '오더'(?)대로 여당이 협상한다며 거듭 비판한 바 있다.
유승민 원내지도부 체제에서도 이 같은 행태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유 원내대표는 그동안 자신이 주장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발언이나 법인세 인상 문제, 사드 한반도 배치 주장 등에 대해 청와대나 정부가 반대의 뜻을 내놓으면 "내 뜻을 고집하지 않겠다"며 매번 한 발 물러났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개혁에 있어서는 청와대 반대로 한번 처리가 무산된 바 있어 자신의 원내지도력 시험대라는 점이 작용해 '통과'를 최대 목표로 두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원내 한 관계자는 "지난 달 6일에 통과를 했으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문제는 나오지도 않았다"고 청와대를 겨냥했다.
□ 공무원연금법 처리가 핵심…"시행령 문제 요구 수용 결단" = 유 원내대표는 앞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문구를 놓고 공무원연금 개혁이 좌초위기에 놓였을 때 의원총회에서 표결로 밀어붙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당청 간의 관계를 고려한 김무성 대표의 만류로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 때문에 이번에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향후 원내대표로서 당청 간, 여야 간 협상에서 계속 밀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국회법 개정을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다.
비박계 한 관계자는 새로 선출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지도부와의 협상 변화도 지적했다.
그는 "지난 달 6일은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있던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타협의 여지가 있었다"며 "'50% 인상' 문구를 수용해도 나중에 사회적 기구에서 논의해 얼마든지 여론을 수렴해서 변경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데 청와대가 반대하면서 무산됐고 이후 교체된 이종걸 원내대표와 만난 첫 만남(지난 달 10일)에서 곧바로 세월호 특별법 이야기가 나왔다"며 "한번 무산된 법안을 어떻게 해서든 처리를 해야 하고 특별법 시행령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에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우 전 원내대표와의 협상이 여당으로서는 운신의 폭이 더 넓었다는 이야기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이 원내대표로 야당 원내지도부가 바뀌면서 이미 데드라인을 지난 공무원연금 개혁에 이어 세월호법 시행령까지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 靑, 유승민 원내체제 흔들기(?) 향후 당청관계 변화 불가피 = 때문에 청와대가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를 인정하기는커녕 국회법 개정 문제만을 지적하는 것은 결국 비박계 지도부를 흔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정부 핵심 과제를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힘들게 이뤄냈는데..."라며 "비박계 원내지도부를 압박하겠다는 거로 봐야하지 않겠나. 당청간 관계를 수직적으로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공무원연금과 관계없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문제를 연계시켜서 위헌 논란을 가져오는 국회법까지 개정을 했는데 이것은 정부의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다"며 거부권을 거듭 시사해 향후 당청관계에 어떤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또한 당청갈등 등을 야기했다는 이유로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이 유 원내대표를 정면비판하고 나서 '유승민 원내체제' 흔들기는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