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외환은행 근속연수 길어…"연공서열 임금이 문제"
은행이 늙어가고 있다. 은행 임직원들의 평균 근속년수가 갈수록 길어져 인건비 부담은 늘어나는 반면 생산성은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희망퇴직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4일 금융감독원과 전국은행연합회 경영공시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한국SC은행, 한국씨티은행의 3월말 기준 평균 근속연수는 12년 7개월부터 18년 2개월사이로 은행 간 큰 격차를 보였다.
이들 은행 중에서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의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은행의 평균 근속연수는 2010년말 14년 9개월에서 지난 3월말 16년 3개월로 5년 사이 1년 6개월 늘었다. 특히 남성 직원의 경우 평균 근속년수는 22년 2개월로 다른 시중은행보다 월등히 높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2008년부터 임금피크제도를 도입하면서 평균 근속년수가 계속 증가했다"며 "장기근속자의 증가는 신입행원 채용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7개 시중은행 중 평균 근속연수가 18년 2개월로 가장 길었다. 이 은행은 같은 기간 동안 평균 근속년수가 1년 6개월 늘었다.
하나은행도 이 기간 동안 1년 1개월이 늘어나긴 했지만 12년 7개월의 평균 근속년수를 나타내면서 시중은행 중 가장 젊은 은행으로 조사됐다.
반면 신한은행과 SC은행은 오히려 젊어졌다. 신한은행의 경우 2010년 14년 11개월에 달했던 평균 근속연수가 올해 3월 12년 11개월로 2년이 줄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매년 상·하반기에 신입행원을 채용해온 데다 몇 차례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평균 근속년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C은행은 2010년 18년이었던 평균 근속연수가 15년 3개월로 2년 9개월 낮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평균 근속연수 12년 7개월로 가장 젊은 하나은행이 18면 2개월로 근속연수가 가장 긴 외환은행과 합병함에 따라 조직의 이질성을 해소하는게 시간이 걸릴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하나은행의 인적구성은 피라미드형으로 직급별 인사관리가 쉬운 편이지만 외환은행은 중간 관리자층이 많은 항아리형"이라며 "이런 구조에서는 인사적체가 나타날 수 있는데다 승진욕구나 의욕이 낮아지는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컨설팅 전문가들은 "전문성이 높은 분야는 근속연수가 높을 수록 생산성이 높아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데다 고령화로 인한 조직 효율성 저하 등 여러 문제점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은 연차가 쌓이면 월급도 올라가는 연공서열임금체계를 가지고 있다"면서 "장기근속자가 늘어나면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높아져 고용창출 기회 상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간 책임자급 직원들이 증가하고 실무자 인력이 줄어드는 항아리형 조직의 경우 조직운영의 비효율성도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은행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고려해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나섰다.
국민은행은 5년 만에 임금피크 대상 직원 등 장기 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국민은행은 또 임금피크제도에 들어가는 직원을 대상으로 매년 희망퇴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농협은행도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한편 은행의 경우 평균 근속연수가 늘어나는 것 못지않게 탄력성이 떨어지는 연공서열의 임금시스템 자체가 문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장기 근속자들이 지닌 노하우가 은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평균 근속년수가 길다고 문제라고는 할 수 없다"며 "오히려 연차에 따라 무조건 연봉이 오르는 연공서열식 임금체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