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국제우편, 특송화물 등을 이용한 마약류 밀반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올해 1월 인천공항세관에 국내 유일의 부서인 '마약조사관실'을 설치했다.
지난해 인천공항세관에서 적발한 전체 마약적발건수 가운데 77.5%인 255건이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에 의한 밀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의미있는 부서의 탄생이라 볼 수 있다.
신설된 지 5개월여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마약조사관실은 벌써부터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리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 방침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3.6톤(시가 46억원 상당)에 달하는 신종마약 카트(KHAT)를 적발한 마약조사관실은 올해 1분기 관세청이 마약 적발 역사상 최대치(중량 기준)를 기록하는 데 톡톡한 공을 세웠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8일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관세청 5월의 관세인'으로 선정된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관실 박영주 관세행정관(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마약조사관실의 역할과 그의 삶 등을 들어봤다.
□ 마약조사관실 "마약 없는 건강한 사회 만들겠다" = 박 행정관은 2001년 관세청에 입사한 이후 서울세관, 청주·대전세관, 인천공항세관 등에서 15년간 근무하며 관세행정분야 중 주로 통관과 조사업무를 두루 익혔다.
현재 그는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관에서 매일 전세계에서 반입되는 특송화물에 대한 분석을 시작으로 국제우편물과 특송화물 검사, 대외 정보입수활동과 기획정보분석, 통제배달, 위장거래 등 마약수사업무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마약류 반입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마약 없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미약하나마 힘을 보탠 것 같아 대한민국 관세 공무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다는 박 행정관.
그는 "수사를 하다보면, 때로는 도저히 잡히지 않을 것 같아 힘들고 난감한 상황에 부딪힐 경우가 있다"며 "그때마다 스스로 진실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기존의 팩트들을 다시 부정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해보자, 해결할 수 있어'와 같이 긍정의 마인드로 열정을 다해 문제를 해결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늘 이러한 생각으로 업무와 일상에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집요한 수사의 결실, 국제 마약밀수조직 '일망타진'하다 = 박 행정관은 올해 초 있었던 국내 최대의 마약류 밀반출입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그는 관세청에서 근무하며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을 묻는 질문에 단연 이번 카트(KHAT) 밀반출입사건을 꼽았다.
처음 HSI(미 국토안보국)로부터 입수한 첩보는 샌프란시스코항에서 한국이 발송지인 우편물로 카트라는 식물성 마약류가 적발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단서는 'SAED NURUB'라는 국내 송하인 이름과 날짜 뿐.
즉시 전산시스템으로 조회했으나 일치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었고 이어 수사팀은 몇 곳의 발송지로 소재 수사를 해, 모두 이태원 부근이라는 것을 알아내 인근의 우체국들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실시했다.
그 후 이태원 부근의 우체국에서 접수한 국제우편물은 용산 우체국과 동서울 우편집중국을 거쳐 인천공항에 모여 해외로 나가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 매일 주야간 조를 편성해 용산 우체국발 미국행 우편물을 정밀 검색했다.
그는 "마약조사관 전 직원이 투입된 상당히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었다"며 "2주간의 검사결과에도 진척이 없자, 수사팀 모두 점점 지쳐갔고 열정과 의지만으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방법을 바꿔보기로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에 박 행정관은 우선 언제든 카트가 다시 반입될 가능성에 대비해 특송과와 수입과 등 통관부서에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보세구역을 벗어나 서울 시내의 접수우체국으로 직접 잠복해 수사하기로 결정하고 검찰에도 정보공유 및 공조수사하기로 했다.
결국 지난 2월13일 오후 4시경 탐문수사를 갔던 서울 시내의 한 우체국에서 흑인여성 한 명이 16박스나 되는 우편물을 미국에 보내기위해 찾아온 것을 발견했고 즉시 동영상 촬영과 함께 접수를 마치고 나가는 혐의자의 차량을 추적해 주거지와 카트의 보관창고로 추정되는 장소를 알게 됐다.
해당 우편물을 열어보니 미국에서 적발된 것과 같은 형상의 마른 카트 잎.
그렇게 처음 1차 적발한 카트의 양이 128kg이었다. 며칠 후 같은 방법으로 2차 45박스 357kg을 적발한 수사팀은 그동안 확보한 수사정보를 바탕으로 혐의자와 주거지 및 창고추정지에 대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영장을 준비했고, 2월 25일 주거지에서 혐의자를 체포하고 창고에서 보관중인 카트 2.5톤을 압수하는 쾌거를 이뤘다.
얼마 뒤 카트 50박스, 658kg까지도 압수했고 추가 공범도 체포해 에티오피아계 미국인들로 구성된 국제 마약밀수조직을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
박 행정관은 "끈질기고 집요한 수사팀의 열정이 결실을 본 순간이었다"며 "불법 마약류를 차단하는데 나름의 역할을 한 것 같아 지금 생각해도 기분이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 "이순신 장군 다음으로 존경하는 아내" = 박 행정관은 마약단속을 통해 국민건강을 지킨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지만 조사부서가 점점 비선호부서로 인식되는 경향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인사철이면 일할 사람을 구하기위해 대부분의 조사부서에서 경쟁하듯 직원을 뽑아갈 때가 있다"며 "능률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분위기도 중요한데 조사부서의 사기가 전체적으로 떨어져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우리 직원 모두 열심히 단속업무에 임하고 있으나 가끔 뉴스를 통해 해외에서 반입된 마약류가 시중에서 적발됐다는 보도를 접하게 되면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자극이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내가 잘못해서 관세국경선을 빠져 나간 게 아닌가' 하는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사실이라는 박 행정관.
그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비번 날 등 시간이 나면 가족들과 함께 캠핑이나 등산을 통해 심신의 평온을 찾고 있다"며 "업무가 불규칙할 때가 많아서 자주는 못하지만, 틈나는 대로 캠핑장이나 산 등 야외로 나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각별하다.
그는 "가족들과 다슬기도 잡고 칡넝쿨도 캐면서 놀다가 시골 밤하늘의 깨알같은 별빛 아래 모닥불을 피워놓고 음식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면 아이들과 정서적으로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아빠를 기억할 때 같이 여행을 다니면서 많이 놀아주던 아빠로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행정관은 "이순신 장군 다음으로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면 배시시 웃어 보이는 아내는 맞벌이를 하는 직장인이면서도 집안일과 애들 셋을 키워내고 있는 슈퍼우먼"이라며 "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항상 아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가다 보니 그동안 결혼생활을 하면서 크게 싸워본 적도 없는 것 같다"고 아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어쩌다 보니 관세청에 입사한지 15년차가 됐다는 박 행정관.
그는 "조직의 허리로서 선배들과 후배들 사이에서의 조율역할을 해야 할 때가 많아지고 있는데 그럴 때마다 일단은 많이 들으려고 하고 있다"며 "힘들다 어렵다하는 사람들도 결국은 스스로 문제의 해결책을 알고 있지만 아무도 자기 말을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더 어려움을 겪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후배들에게는 기댈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선배님들에게는 열정이 식지 않는 영원한 후배로 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