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대 한국세무사회장 당선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딘 4명의 세무사회장 후보들이 내건 '공약'이 공개됐다. 그동안 세무사회장 선거는 공약의 양과 질이 결과를 좌우하는 '정책선거'로 치러진 경우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의 경우 공약의 내용이 결과를 판가름할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예년에 비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구정 현 세무사회장의 3선이 촉발한 세무사 업계의 분열양상을 수습하고, 비정상적 구도가 만들어진 세무사회의 개혁(정상화)이 선거의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4명의 후보(기호1번 이창규, 기호2번 조용근, 기호3번 손윤, 기호4번 백운찬)들은 '방법론'에서의 차이는 있으나, 세무사의 업무영역 확대와 먹거리 창출, 세무사회 운영방침 등을 공약에 담아낸 모습이다.
표심 자극을 위해 급조된(?) 선심성 공약과 실현 가능성 있는 공약을 가려내고, 그 공약의 수행자가 가지고 있는 약속이행에 대한 '진정성' 여부 판단은 순전히 유권자인 세무사회원들의 몫이다.
□ 기호1번 이창규 후보, "성실신고제, 사후검증으로 전환" = 이창규 후보는 총 8가지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한계에 이른 세무사무소 업무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현재 세무사 사무소는 납세자권익 보호보다는 세무행정대리 업무 등 부수 업무처리 비중이 높아져 업무량 증가에 따른 인건비 상승으로 사무실 운영이 어렵지만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 후보의 설명.
그는 국고보조금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공익적 업무인 세무사의 보수에 대한 '적정보수표'를 반드시 얻어 내겠다고 말했다.
또 직원인력난 해결을 위해 고용노동부 지원을 받는 직업훈련원(6개월 과정)을 설립해 바로 현장 투입이 가능한 실력을 갖춘 직원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신고기간 중 경력직원을 빼가거나 옮겨가는 비윤리적 행태를 막기 위해 윤리규정을 제정 시행할 것임을 밝혔다.
아울러 세무사 선발인원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세무사 합격 하한점을 도입해 선발 예정인원에 미달하더라도 합격자를 가려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또한 지방소득세 별도신고 및 조사권한 근거법령 폐지를 적극 추진하고 성실신고제도의 위헌성을 검토해 사후검증제도로 변경시키겠다고 공약했다. 아울러 세무사들의 징계양정규정을 원점에서 제정토록 하고 대변인 제도를 시행, 세무사회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을 위한 전담T/F팀을 상설 운영하고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도산기업의 '간이회생제도' 적용 중소기업의 회생컨설팅 업무를 반드시 확보하고 주민생활권역 단체(주택관리사무소 등)의 회계감사권 등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 기호 2번 조용근, "연봉 0원…세무사회 정상화 추진" = 회장에 당선되면 현재 3억원 수준인 회장 연봉을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공표한 조용근 후보는 "소통과 화합을 위한 '3·4·5 프로젝트'로 하나된 한국세무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비전 3가지, 공약 4가지, 정책 5가지로 나누어 3·4·5 프로젝트라는 명칭을 사용했지만 사실상 모두 공약이라 봐도 무방한 내용들이다.
우선 조 후보는 회칙개정을 통해 선출직 임원의 임기를 평생 4년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세무사회가 하나 되지 못하고 회원 간 분열이 극심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선출직 임원의 임기와 관련된 회칙 규정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
그는 회장 및 감사는 1차에 한해 중임할 수 있도록 하되, 평생 4년 이상은 할 수 없도록 정기총회에서 세무사회원들의 뜻에 따라 확실하게 뜯어고치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방세무사회와 지역세무사회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각종 공약을 내걸고 선출된 지방회장과 지역회장이 각 지방회의 지역회의 특성에 맞추어 자율적인 회무를 집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세무사신문의 편집권을 세무사신문 편집위원회에 확실하게 위임해 실질적인 독립성을 부여, 회원의 회무 참여 및 알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내년 정기총회에서 회장 수당과 접대비 등 소모성 지출을 대폭 삭감하는 회칙 개정을 통해 예산을 절감, 남은 예산으로 사무소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정 규모 미만의 회원들에 대해 단계적으로 실적회비 면제, 경감, 및 납부유예를 약속했다.
이밖에 회장과 공익재단 이사장의 임기 일치로 한국세무사회가 공익재단 운영주체가 되도록 하고 세무사랑2의 보급 확대화 서비스 강화로 회원의 불안감 및 불편 해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신규 개업 3년차 미만 회원에 대한 회비는 대폭 축소하고 조세소송대리권 확보 등 업무영역의 확대를 위한 자격시험 등 제도개선 역시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특히 조 후보의 공약들은 그동안 세무사회를 둘러싸고 제기된 각종 '비정상 사례'들에 대한 '정상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확실한 '개성'을 내포하고 있는 모습이다.
□ 기호 3번 손윤, "반값 세무사 회비 실현" = 강한 개혁 이미지를 안고 선거판에 뛰어든 손윤 후보도 10가지 공약을 내세우며 표심 쟁탈전에 뛰어 들었다.
손 후보는 첫째로 기장료를 업종별 요율제로 해 현실화하겠다고 밝혔다.
요율제는 적정 운임이 시장에 서켜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덤핑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기장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세무업계의 큰 고민을 해결하겠다는 각오다.
그가 내놓은 핵심 공약은 '반값 세무사 회비'를 실현이다. 현재 연 50만원 수준인 세무사회비를 반으로 뚝 짤라 세무사회원들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
아울러 폐지 위기에 놓인 바 있던 전자신고세액공제를 계속 존치시키겠다는 방침과 갈수록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큰 지방세도 세무사들의 먹거리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공약에 담았다.
이 밖에도 손 후보는 세무사의 조세소송 참여 제도를 이뤄내고 지역회와 지방회를 활성화시켜 '회원이 하나가 되는 한국세무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세무사업의 중소기업 법제화 추진 및 세무사회 소유 세무회계프로그램 세무사랑2를 지속 발전키겠다는 내용도 공약에 포함됐다.
□ 기호 4번 백운찬, "변호사의 세무사업무 금지시킬 것" = 말 그대로 '양'으로(?) 승부수를 던진 케이스. 무려 25개 사항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우선 변호사에 대한 세무업무 금지 등 업계의 숙원사업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회계사가 세무사란 명칭을 사용하지 못할 뿐 세무사업무를 버젓이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변호사에 대한 세무업무 금지 공약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 방어, 세무사회 소유 프로그램 세무사랑2의 발전을 비롯, 당장 이슈화가 되지 않았지만 실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든 세무사징계권의 국세청 이관 저지 등도 백 후보의 공약에 실렸다.
또 성실신고확인제 등 회원들이 과중한 징계를 받지 않도록 세무사징계양정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지방세무사 도입 저지, 경영지도사의 기장대리 저지 등 타자격사 등의 세무사 업무영역 침해를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년 630명에 달하는 세무사 선발인원 500명 선으로 축소하고 세무업계의 실질적인 염원인 조세소송대리권 확보를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공약에 담겼다.
백 후보는 6개 지방회가 실시한 후 남은 교육잉여금은 전액 회원에게 반환하도록 하고 세무사법에 의한 보수교육 동영상 실시, 지방소득세 세무조사 국세청으로 일원화, 국세청에 제출된 서류를 4대보험공단에 다시 제출하지 않도록 개선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이밖에도 백 후보는 세무사신문의 편집 자율성과 보도 공정성 강화, 지역세무사회장과의 정기적 간담회 개최, 지역세무사회장의 당연직 과세적부심사위원 추진, 투명한 세무사회공익재단 운영, 자본 잠식된 한길TIS 정상화 추진 등을 공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