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서장님은 잠재적 범죄자?" = 서울지방국세청 감사관실에서 세무서장들에게 퇴임을 앞두고 '전별금'을 받지 말라는 전화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선이 시끌시끌하다. 전화를 받은 세무서장들은 현재는 없어진 전별금을 받지 말라는 말에 불쾌함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반면 국세청은 "처신을 잘해달라는 당부 차원의 전화였으며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해명했다.
전별금(餞別金)의 사전적 의미는 '보내는 쪽에서 예를 차려 작별할 때 떠나는 사람을 위로하는 뜻에서 주는 돈'이다.
같이 일하던 동료나 부하직원이 회사를 떠나거나 자리를 옮길 때 직원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 마음을 담아 주는 전별금이라면 '석별의 정'으로 여길 수 있지만 그것이 '강요'가 된다면 볼썽사나운 일이 될 것이다.
수 년 전까지만 해도 퇴직을 앞둔 세무서장을 비롯한 일부 국세공무원이 전별금 등을 대놓고 요구해 부하직원이나 관내 기업들이 힘들었다는 말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를 '호랑이 담배피우던 시절'(?) 얘기 정도로 흘려 넘긴다.
오히려 국세청 직원들은 "요즘 젊은 직원들한테 전별금을 요구했다가는 큰일난다. 요즘 같은 시대에 젊은 직원들이 입 다물고 가만 있겠냐"라고 말할 정도다.
그런데 갑자기 "전별금을 받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와 황당함을 느꼈다는 세무서장들이 하나 둘 생겨나면서 왜 이런 지시가 내려왔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요즘에는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별금 문화'를 들먹이며 퇴임을 앞둔 세무서장들을 일종의 '죄인' 취급하며 전화를 한 것에 대한 불쾌감도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서울지방국세청 감사관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서울 지역 A세무서장은 "요즘 전별금 자체가 없는데 전별금을 받지 말라는 것이 무슨 소리인지 황당했다. 어이가 없었고 화가 났다"고 토로했다.
B세무서장은 "요새 전별금이 있을 수가 없다. 감사관실에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전별금을 받아들일 관내 기업도 없고 이를 요구할 세무서장도 없다"고 강조했다.
C세무서장은 "전별금이 요즘에 어디있냐. 전별금은 필요도 없고 직원들끼리 서로 선물하는 것도 요즘엔 금기시 되고 있다"며 "퇴임을 앞둔 시점에 직원들 눈치보느라 하루 하루 조용히 살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말하기도 했다.
명예로운 퇴임만 기다리고 있던 세무서장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치부하며 전별금을 받지 말라는 전화는 모멸감을 안겨주기 충분했다는 것이 세무서장들의 대체적인 분위기이다.
그렇다면 서울청 감사관실은 지금은 없어진 '전별금'을 가지고 왜 세무서장들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일까.
사연인즉, 국세청 내부가 아닌 외부인물이 서울청 감사관실에 "요즘에도 전별금이 있느냐"라고 물어왔고, 이를 들은 감사관실이 노파심에서 세무서장들에게 전화를 돌렸다는 것이다.
퇴임을 앞두고 전별금을 비롯해 기업 고문 자리 요구 등 각종 문제가 될 만한 일들을 하지 말라는 당부의 전화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명예퇴직을 앞둔 세무서장들의 심난한 마음에 그야말로 뜨거운 기름을 끼얹은 결과로 이어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금 국세청에서 전별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걱정이 되어 당부 차원에서 전화를 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며 "감사관실에서 욕을 얻을 것을 각오하고 처신에 조심하라고 전화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