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척기간이란 권리에 관한 법률관계를 신속히 확정짓기 위해 법률이 정한 존속기간을 말한다. 조세법상 법률관계도 마냥 불확정한 상태로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조세부과권에 관한 제척기간을 정해 두고 있다.
국세의 부과제척기간은 일반적으로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로부터 5년이다. 그러나 납세자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은 경우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된다. 이러한 부과제척기간 이후에 이루어진 과세처분은 당연무효이다.
A사는 2001년경 B사로부터 전산장비 등을 구입하는 것으로 하여 세금계산서를 받고 매입세액의 공제를 받았다. 그런데 2011년경 과세관청은 A사와 B사 간의 거래가 단지 매출실적을 올리기 위한 소위 ‘끼어들기’ 거래이므로 매입세액 공제대상이 아니고, A사가 실제 거래가 없었던 B사로부터 세금계산서를 교부받은 것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하여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였다. 이 경우 과세관청의 주장처럼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될 수 있을까?
부과제척기간이 10년으로 연장되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란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한다. 다른 어떤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 신고하는데 그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편, 납세자가 허위의 세금계산서 등에 의하여 매입세액의 공제를 받은 경우 그러한 행위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은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납세자에게 허위의 세금계산서에 의하여 매입세액의 공제를 받는다는 인식 외에 매입세액의 공제를 받는 것이 결과적으로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A사의 경우 실제로는 B사가 아닌 다른 업체로부터 전산장비 등을 공급받았음에도 그 중간에 B사를 끼워 넣었다. 이 때 전(前)단계 세액공제방식을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 부가가치세법의 체계상 각 거래단계마다 세금계산서 등 증빙서류가 발행되고 법정신고기한 내에 각 부가가치세가 신고·납부되었다면 전체적으로 보아 국가의 조세수입 감소라는 효과는 발생하지 않는다.
즉, 재화 또는 용역의 유통과정에서 각 사업자가 납부하는 부가가치세액의 합계는 최종 소비자가 부담하는 부가가치세액과 같고, 이는 생산 및 유통단계의 수나 구조에 따라 달라지지 아니한다. 따라서 A사가 B사를 거래 중간에 끼워 넣었다고 하더라도 국가가 각 사업자로부터 걷는 부가가치세의 합계액은 동일한 것이다.
이에 비추어 보면 A사가 설령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수취하고 이에 대한 매입세액의 공제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거래당사자들이 그와 관련한 부가가치세를 모두 신고·납부한 이상 그와 같은 A사의 행위만으로는 국가의 조세수입이 감소하였다거나, A사에게 이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A사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공제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5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어야 하고, A사는 부과제척기간의 도과를 주장하여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다.[서울고등법원 2014. 5. 27. 선고 2013누26363 판결, 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4두8988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