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해외금융계좌 미신고자에 대한 형사처분 제도를 지난해부터 도입했지만 현재까지 벌금이나 징역형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가 도입된 2011년에는 525명이었으며 신고금액은 11조5000억원이었다.
2012년에는 652명·18조6000억원, 2013년에는 678명·22조8000억원, 2014년에는 774명·24조3000억원이 신고됐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는 역외탈세를 차단하고 역외세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2010년 말 도입됐으며 신고대상은 전년도 매월 말일 중 어느 하루라도 해외금융계좌에 보유한 자산이 10억원이 넘는 경우이다.
국세청은 매년 6월에 해외금융계좌 신고를 받고 있으며 신고하지 않거나 과소신고한 금액이 20억원 이하인 경우 해당금액의 4%, 20억~50억원 구간은 8000만원에 20억원 초과금액 7%를 과태료로 내야 한다.
미(과소)신고 금액이 50억원을 초과했다면 2억9000만원에 50억원을 초과한 금액에 대해 10%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지난해부터는 미신고금액이 50억원을 초과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분을 받는다.
국세청은 2010년 말 해외금융계좌 신고 제도를 도입한 이후 명단공개, 형사처벌, 과태료 강화, 포상금 지급 등의 여러 유인책을 써왔지만 미신고금액은 2011년 679억원에서 2012년 969억원, 2013년 2961억원, 2014년 6853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미신고 적발 규모는 210건이었으며 총 463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미(과소)신고 금액구간별로 보면 20억원 이하가 가장 많았지만 5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였다.
미(과소)신고 금액이 20억원 이하로 적발된 사람은 2011년 10명에서 2012년 18명, 2013년 22명으로 꾸준히 늘다가 2014년 12명으로 줄었다. 20억~50억원 구간의 경우는 2011년 6명, 2012년 16명, 2013년 12명, 2014년 14명이었으며 50억원 초과 구간은 2011년 4명, 2012년 1명, 2013년 9명, 2014년 14명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50억원 초과 구간은 과태료 규모도 매년 꾸준히 늘어났는데 2011년에 6억5000만원에 불과하던 과태료가 2012년 3억원, 2013년 91억3000만원, 2014년 292억8000만원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1인당 평균 2012년 3억원에서 2013년 10억원, 지난해에는 무려 20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50억원 초과 구간에 해당하는 미(과소)신고자 중 형사처분을 받은 것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국세청은 지난해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었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2013년도 보유계좌를 지난해 신고하는 경우부터 형사처분을 적용하지만 지난해 적발된 50억원 초과 구간에 해당하는 과태료 부과 건은 모두 2012년 이전에 보유한 계좌이기 때문에 형사처벌 대상이 없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50억원 초과 구간 적발자에 대해선 2013년 신고분부터 명단공개를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지난해 명단이 공개된 사람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국세청은 미(과소)신고금액이 50억원을 초과했더라도 불복청구중이거나 국세정보심의위원회가 신고의무 위반에 대해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명단공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에 오 의원은 국세청과 관세청 등 과세관청 간의 효과적인 정보교류를 통해 해외금융계좌 파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의원은 지난해 12월 효과적인 역외탈세 방지를 위해 과세관청 간 정보공유를 골자로 하는 '국세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오 의원은 "미신고자와 미신고금액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이것은 그 만큼 역외탈세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국세청은 관계기관과의 정보교류 확대 등 미신고 해외금융계좌 파악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