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가산세 제도 개선 요구
"가산세, 환급가산금 수준으로 조정해야"
불성실 신고·납부에 따라 부과되는 가산세 부담이 과도하다는 기업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가산세에 '벌금'의 성격이 있다 하더라도, 지나치게 가혹한 세율을 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저금리 시대에 맞게 현재 11% 수준의 가산세율을 대폭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은 16일 "납세자가 부담하는 가산세 수준을 국가가 부담하는 환급가산금 수준에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납세자에게 돌려주는 국세환급가산금의 이자율은 예금이자율에 연동돼 매년 낮아지고 있으나, 가산세율은 조정하지 않아 둘 사이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경련의 설명이다.
실제 납부불성실 가산세율은 2003년 '1일 1만분의 5'에서 '1만분의 3' 수준으로 낮아진 이래 13년째 연 11% 수준에 머물러있다. 반면 환급가산금 이율은 예금이자율에 연동되어 2012년 이후 줄곧 떨어지고 있다.
특히 제한적인 가산세 감면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전경련은 지난해 국세기본법이 개정돼 과다납부 세액에 대한 환급신청 기한이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났지만 납세자들이 돌려받는 금액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올해 2월 정부가 '세금을 낸 날'이 아닌 '환급을 신청한 날'로부터 환급가산금을 계산하도록 시행령을 고쳤기 때문이라는 근거를 들었다.
가령 A회사가 1기분 부가가치세 3000만원을 과세하겠다는 세무조사 결과에 대해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과세관청은 청구일로부터 30일 내에 심사결과를 통지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90일이 지나서야 불채택(청구 이유 없음) 통지를 받음에 따라, 납부불성실 가산세 두달분을 더 내야 한다.
현행법은 두달치 가산세의 절반을 감면해주고 있으나, 심사결정 지연은 전적으로 과세관청의 잘못으로 기업이 가산세를 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국세와 지방세 간 가산세 감면기간의 차이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법정기간 이후에 세금을 신고할 경우 국세기본법은 '기한 후 6개월' 신고분까지 무신고가산세의 일부를 감면해주지만 지방세기본법은 '기한 후 1개월' 신고분까지만 감면해주고 있다.
신고기한을 놓친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자진신고를 결정할 때 가산세 감면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에, 이 경우 지방세의 가산세 감면을 국세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기업들도 개인과 마찬가지로 납세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할 수 있다"면서 "고의 탈루에 대해서는 엄정한 제재가 가해져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단순 업무실수의 경우에는 가산세 부담을 낮추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지난 4월21일 세법연구회, 새누리당 강석훈,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 등과 공동으로 '가산세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토론회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현행 가산세 체계를 고쳐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당시 토론회 발제를 맡았던 박윤준 선진회계법인 고문(전 국세청 차장)은 "우리나라의 가산세 제도가 '자기시정 유인의 절벽'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가산세 체계를 납세자가 자발적 신고를 할 수 있게끔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