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월호 침몰 참사 직후 관피아 척결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던 시점, 백운찬 전 관세청장이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시절 시혜를 베푼 정구정 현 한국세무사회장으로부터 금품지원을 받아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백 전 청장은 지난해 7월 관세청장에서 물러난 직후 세무사회 고문으로 위촉되는 한편 정 회장으로부터 세무사회 산하 전산법인 한길TIS 대표이사 집무실을 상당기간 동안 무상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한길TIS 대표이사는 퇴사한 상태로 집무실은 비어있었으며 이에 백 전 청장이 해당 집무실을 상당기간 사용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올해 초 백 전 청장은 현재의 사무실(서울 역삼동 소재)을 열고 비로소 세무사 간판을 내걸었다.
같은 시기 백 전 청장은 한국세무사회 예산으로 리스한 고급승용차(제네시스 승용차)를 제공받아, 운행해 왔던 것으로 확인이 됐다.
현재도 이 차량을 운행하고 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무사회는 수 개월 동안 월 150만원 가량의 리스료를 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백 전 청장은 또 지난해 관세청장에서 물러난 직후 세무사회 고문으로 위촉, 정기적으로 고문료 성격의 금품도 받아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세무사회 관계자는 "얼마의 고문료를 지급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백 전 청장에게 고문료를 지급해 온 것은 사실이다. 전관예우 차원도 있고 현직 재직시절 세무사회 발전에 기여해왔다는 점을 감안해 다른 고문들에 비해 높은 고문료가 지급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한국관세사회, 대한변호사협회 등은 유관 정부부처 퇴직자들을 고문으로 영입한 전례가 없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공인회계사 감독기관이 금융위원회지만 그동안 금융위 퇴직자들을 회의 고문으로 영입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관세사회 관계자도 "관세사회의 경우 전직 관세사회장을 당연직 고문으로 위촉하도록 되어 있지만 관리감독기관인 관세청 출신을 고문으로 위촉하도록 하는 제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도 "역대 변협회장은 물론 유관기관인 법무부나 검찰청 출신 퇴직자들을 고문으로 영입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세무사회가 위촉한 고문들에 대해 사무실과 승용차를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고문료도 아예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밝힌 뒤 "정 회장이 무슨 근거로 백 전 청장에게 사무실과 고급승용차, 고문료 등을 제공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법률전문가는 "전직 공직자가 재직시절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산하 협회에 혜택을 베풀었다는 이유로 퇴직 후 협회 고문으로서 뚜렷한 업무실적도 없이 금품을 받는 것은 형법상 '사후수뢰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시기적으로도 매우 부적절하다.
백 전 청장이 한국세무사회로부터 정기적으로 금품을 받은 시점은 세월호참사로 성난 민심수습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관피아 척결을 공언한 직후.
백 전 청장은 지난 2011년 7월~2013년 3월까지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으로 근무하면서 기재부가 관리감독 권한을 쥐고 있는 유관협회인 세무사회와 관련한 법 개정(세무사법) 및 사업 추진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
실제로 백 전 청장은 올해 초 "세제실장 재직 시절 세무사회 건의를 반영해 세무사에 대한 전자신고세액공제 한도를 크게 상향시키고, 제50회 세무사회 정기총회(2012년)에서 세무사회원에게 수여되는 훈포장의 숫자를 확대했다"는 등 11개항의 세무사회 조력내용을 홍보하는 개업인사장을 올해 초 전국 1만여 세무사회원에게 발송했다.
백 전 청장이 언급한 훈포장 숫자 확대 부분과 관련해 KBS는 지난 2013년 4월18일 9시뉴스에서 "제50회 세무사회 정기총회에서 훈포장을 받은 151명의 세무사회원 중 일부가 500만원~1500만원의 금품을 주고 훈포장을 받았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한국세무사회는 특별법인 세무사법에 의해 설립된 기획재정부 산하 유관협회로 기재부 세제실은 세무사자격자에 대한 징계권, 세무사 관련법률 입안, 한국세무사회 회칙 승인권, 훈포장 상신권 등 세무사회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쥐고 있다.
백 전 청장은 퇴직 직후부터 정구정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오는 18일부터 치러지는 제29대 한국세무사회장 선거에 출마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회원은 "백 전 청장이 공직에서 물러나자마자 세무사회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정 회장과 손을 잡았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며 "백 전 청장이 선거에 소요되는 필요 자금을 어디서 조달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