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서 사망한 자택격리자 부검.."메르스 감염자 아냐"
질병본부와 메르스 부검 지침 마련해 시행
"안전수칙 마련 과정서 부검 지연돼..유가족 아픔 공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의심 환자에 대해 처음으로 부검을 실시한 결과 메르스 감염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국과수는 16일 오후 강원도 원주시 구 동부분원 부검실에서 자택격리 중에 숨진 김모(남·48)씨에 대한 부검을 진행한 결과, 뇌출혈에 의한 사망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메르스 관련 국내 사망자에 대한 부검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낙은 국과수 중앙법의학센터장은 “뇌출혈 증상 이외에 간암 변이, 폐 염증은 보이지 않아 현재로선 메르스 감염은 아닌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며 “폐, 기관지 등에서 검체를 채취해 메르스 확진 검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3년 전 암 수술을 받고 지난 달 28일 삼성서울병원을 진료차 방문한 이력이 있어 자택격리 중이었으나 지난 13일 갑자기 숨졌다. 그가 두 차례 실시된 메르스 검사에서 모두 음성으로 판정 받았는데도 갑작스레 사망하자, 원주경찰서는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다.
당초 국과수는 메르스 감염에 대비한 시설·장비·지침이 없어 감염 우려가 있고 보건당국과의 협의도 지연돼 부검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하지만 16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부검 지침이 통보됐고, 장례를 미룬 유가족의 반발, 국과수와 보건복지부 간의 불협화음까지 공론화되자 국과수는 이날 부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국과수는 부검에 참여한 법의관, 법의조사관을 48시간 자택격리 조치하고, 구 동부분원 모든 부검실을 48시간 폐쇄·방역 조치해 메르스 감염 가능성을 차단하기로 했다. 또 메르스 관련 부검을 추가로 의뢰받을 경우 한림대 평촌병원내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인간광우병) 부검센터를 이용하는 방안을 질병관리본부에 건의했다.
정 센터장은 “메르스 관련 첫 부검에 대한 안전수칙을 엄격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유족 분들에게 많은 아픔을 줬다”며 “앞으로 과학수사를 위한 신뢰성·안전성을 유지하면서 유족과의 원만한 관계도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유가족은 부검이 끝난 이날 오후 사망 4일 만에 발인을 한 뒤 시신을 화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