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처리는 힘들어" = 세무서 민원창구 모습(기사내용과 사진은 관련없음). 세법과 회계가 선택과목으로 전환되면서 신입직원들이 민원인들을 상대하기에 버겁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는 후문이다. 이에 국세청은 신입직원 교육을 6주에서 12주로 늘리기로 했지만 효과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간이 많은 편인 것으로 전해졌다.
열정페이(Pay), 88만원 세대 등 단어로 대표되는 청년들의 취업난 속에 '공무원'이라는 석 자는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 그 자체다.
박봉이기는 하지만 안정적인 직업은 물론 공무원 연금이라는 노후 준비까지 할 수 있는 공무원 시험 합격증은 본인의 기쁨이자 집안의 경사라고 할 정도로 최근 취업난은 심각한 수준이다.
바늘구멍보다 힘들다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당당히 국세공무원이 됐지만 최근 국세청의 신입직원들은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해 눈칫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유는 9급 공채시험에서 필수이던 세법개론과 회계학이 선택과목으로 전환됐기 때문.
지난 2013년 고졸자 취업문턱을 낮춘다는 이유로 세무직 시험의 필수과목이던 세법개론과 회계학을 선택과목으로 전환하면서 국세공무원이라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세법 등을 전혀 몰라도 세무직 공무원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에 대한 부작용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납세자나 세무사무소 직원이 기본적인 세무 업무에 대해 문의를 해도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지 못하는 신입직원들이 생기면서 일선 세무서에서는 민원인을 상대하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이 됐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초 부가가치세과와 소득세과를 통합한 일선 세무서의 개인납세과의 경우 경력직원보다 신입직원들이 더욱 힘들어하고 있는 전언이다. 과거에는 부가세나 소득세 업무 하나만 알면 됐지만 이제는 두 가지를 모두 알아야 하기 때문에 신입직원들이 다소 힘겨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인세나 세무조사 업무는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세무서 직원은 "개인납세과는 법인세나 조사보다는 간단한 업무이기 때문에 그나마 낫다"며 "하지만 법인세나 조사 업무는 세법이나 회계지식이 기본적으로 있는 상태에서 들여다봐야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에 국세청은 궁여지책으로 신입직원들의 교육기간을 기존 6주에서 12주로 늘리고 조사요원의 경우 회계나 세무 등의 필수자격증 취득을 도와주기 위해 지원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다른 세무서 직원은 "몇 주 더 교육시킨다고 해서 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본인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세무서 직원은 "교육기간을 길게 늘려도 실무를 하다보면 벅차다고 한다"며 "교육을 받고 시험을 보고난 뒤 성적이 좋지 않으면 난이도를 낮춰 또 재시험을 본다. 결국 탈락은 없는 셈이지만 막상 발령받으면 제대로 업무를 하기는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특히 인사혁신처는 16일 공직에 대한 이해와 의사표현 능력을 보기 위해 9급 공채 시험에 5분 스피치를 추가하기로 했지만 국세청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회의적이었다.
국세청은 인사처의 방침에 따라 다음달 4일에 있을 세무직 면접시험에 5분 스피치를 추가하기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5분 스피치를 한다고 해서 업무를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며 "차라리 세법이나 회계를 필수과목으로 부활시키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