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정 한국세무사회장이 지난 16일 조세일보 보도(관련기사 : 백운찬 전 관세청장, 세무사회로부터 금품·향응 수수 의혹)에 대해 해명한답시고 전국 1만여 세무사회원들에게 보낸 팩스 공문과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보면 그가 잘못에 대한 반성은 커녕 '오리발' 내밀기에 얼마나 능수능란하고 도덕불감증에 사로 잡혀있는지 나타난다.
백운찬 전 관세청장이 별다른 이의제기가 없는 걸 보면 전직 공직자로서의 양심은 아직 살아있는 듯하다.
하지만 조세심판원 재직시절 '금품을 받으면 총으로 쏴 버리겠다'는 파격적 발언으로 자신의 '청렴강직'을 대내외에 과시했던 그가 "판단 착오다. 잘못됐다"는 반응이 없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정구정 회장의 오리발에 슬그머니 묻어 가겠다는 심산인가?
조세일보는 지난 보도를 통해 백 전 청장이 관세청장 퇴직 직후 ▲한길TIS 사무실을 무상으로 사용하고 ▲세무사회 예산으로 임대한 최고급승용차를 제공받아 운행했으며 ▲세무사회 고문으로서 뚜렷한 업무실적도 없이 다른 세무사회 고문진에 비해 고문료를 차등지급 받은 점 등을 지적했다.
정구정 회장의 변명을 보면 세무사회장으로서 자질이 심각하게 의심될 정도로 '도덕불감증'이 엿보인다.
어설픈 둘러대기의 명수다.
이런 변명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는 세무사회원들을 기망하는 것이다.
첫째, 한길TIS 대표이사실 무상 사용에 대해 정 회장은 당시 대표이사가 권 모 대표이사로 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실제 전직 대표이사는 회사를 퇴사한 상태였다.
현재 대표이사 또한 실무 부장급 직원으로 명의만 대표이사로 올려져 있을 뿐, 실질적으로 대표이사 역할을 하지 않고 있음을 한길TIS 주주, 관계자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대표이사실을 백운찬 전 청장이 무상으로 사용한 것이 맞다.
둘째, 세무사회 예산으로 백 전 청장에게 지급한 고급승용차에 대해서는 반박도 없고 사과도 없다.
셋째, 백운찬 전 청장에게 고문료를 준 사실을 인정하면서 잘못에 대한 반성은 없다.
청렴한 공직자의 표상이었던 백 전 청장의 명예에 커다란 상처를 낸 일이다. 전임 조용근 회장 등에게 지급한 고문료와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세제실장 시절 세무사회에 시혜를 베푼 고위공직 퇴직자를 고문으로 위촉하고 뚜렷한 업무실적도 없이 세무사회원들이 낸 회비로 고문료를 차등지급하면 그것이 고위공직 출신자에게 어떤 상처가 될지를 정 회장과 백 전 청장은 정녕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세제실장 시절 세무사회를 도와 준것은 고맙지만, 퇴직후 조금이라도 고문료를 드리거나 타 고문에게 지원하지 않는 차량제공, 사무실제공 등을 하면 청장님께 큰 누(형법상 사후수뢰죄)가 될 수 있으니 해서는 안됩니다"라고 해야 정상이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정 회장은 세무사회를 도와준 분에게 고문료를 드리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는 식이다.
백 전 청장 주변의 공직 후배들은 이번 일을 두고 "창피한 일"이라고 혀를 끌끌 차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