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정쟁' 부른 대통령, 非朴-野 향한 '전면전'

사실상 유승민 '사퇴' 압박, 내년 총선 공천 '비박계' 경고(?)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결국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국은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박 대통령은 '위헌 소지'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메르스 사태로 국가적 위기인 상황에서 대통령 스스로 정쟁을 야기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국회법 협상을 이끈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리는 등 강도 높게 여당 원내지도부를 비난해 사실상 '사퇴' 압박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유 원내대표 거취문제를 놓고 친박계와 비박계 간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법안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야당 반발도 거세지고 있어 정치권 일정이 '올 스톱' 할 위기에 놓이게 됐다.  

박 대통령은 이날 유 원내대표를 겨냥,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라며 "정치는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들의 대변자이자 자기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 朴 대통령, "선거 심판" 내년 총선 공천서 영향력 행사(?) =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달 국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된 후,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을 당시에도 유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청와대는 공무원연금법 등 국회 협상과정에서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의 뜻과 어긋난 결정을 했다는 이유를 내놓고 있지만 유 원내대표 사퇴압박은 사실상 내년 총선 공천과정에서 친박계가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정치적으로, 선거수단으로 삼아서 당선된 이후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이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밝힌 것 역시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 사실상 비박계를 향한 경고메시지로 읽힌다.

그동안 친박계 의원들은 비박계인 김무성-유승민 투톱체제에 대해 강한 불안감을 표출해왔다.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공무원연금법 협상 과정과 사드 문제 등에서 김무성 대표와 유 원내대표의 불만을 쏟아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 친박 '유승민 흔들기' VS 비박 '유승민 지키기' 격돌 = 서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 같은 경우 과거 원내총무할 때 노동법 파동으로 책임진 일이 있다"고 밝혀 사실상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다. 친박계 의원들의 유 원내대표 사퇴 촉구는 노골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 투 톱 중 한명인 유 원내대표를 사퇴로 이끌어내는 것은 그 자체로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김 대표에게 압박으로 작용된다. 유 원내대표가 사퇴를 하면 당장 현재 김 대표가 내년 총선승리를 위해 준비 중에 있는 '당직'인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김무성-유승민 투톱은 '순망치한'의 관계로 둘 중 한명이 지도부에서 빠질 경우, 내년 총선 공천은 친박계의 영향권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최고위원 지도부 다수가 친박계인데다, 공천과정에서 청와대의 뜻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 사퇴는 곧 김 대표의 '고립무원'을 의미한다.

이에 김 대표는 대통령의 뜻을 존중해 법안 '자동폐기'에 무게를 두면서도 유 원내대표 '책임론'에도 맞서고 있다. 이 문제를 놓고 지난 23일과 24일 서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박 의원들을 만나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비박계 의원들 역시 '유승민 지키기'에 나설 것으로 보여 이날 의총에서 친박-비박 간 격돌이 예상된다.

□ 압도적 찬성 통과된 국회법, 야 "대통령의 독선…국회, 국민과 싸우자는 것" = 문제는 여야가 86.5%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킨 법안을 대통령이 거부함으로써 야당의 반발을 샀다는 점이다.

새정치연합은 즉각적으로 국회법 재의 일정을 잡을 때까지 모든 의사일정의 협상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관련 법안들의 표류도 장기화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 긴급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이(중재안)마저도 거부한다는 건 야당, 국회, 국민과 싸우자는 것이다. 정치는 사라지고 대통령의 고집과 독선만 남았다"며 "대통령의 거부는 야당에 대한 거부뿐만 아니라 여당에 대한 거부이기도 하고, 국회에 대한 거부, 국민에 대한 거부이기도 하다. 우리 당은 단호하게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우선 국회의장이 재의 안건을 부의하는 일정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 프로세스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모든 여야 협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새정치연합 등 야당은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을 원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자동폐기'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아 결국 여야 간 충돌은 피해갈 수 없게 됐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메르스 관련법을 제외한 법안에 대한 논의에 대해 일제히 중단할 뜻을 밝힌 바 있어 정부가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관광진흥법, 크라우드펀딩법 등은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8월까지 예정된 정부 예산 결산과 9월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 심의를 위한 정기국회까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