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심판원에서도 인정받은 실력…깔끔한 일처리 ‘으뜸'
국세청 사람들의 ‘영원한 맏형’…상선약수(上善若水)의 삶
개인과 법인사업자는 물론이고 젊은 시절 고생 끝에 부동산・주식을 소유한 사람, 그리고 힘써 모은 재산을 자손에게 안전하게 물려주려는 사람 등 현대인 모두에게 양도소득세와 상속・증여세 등의 재산관련 세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양도・상속・증여 중 어떤 거래방법을 선택하느냐 그리고 어떤 시점에 거래하느냐에 세금부담이 큰 폭으로 달라질 수 있는데다, 주식평가문제나 자금출처를 입증해야 하는 문제까지 겹칠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말 그대로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
세법에서 정한 내용과 실제상황이 딱 맞아떨어지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갖다 붙이기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 많은데다, 주식평가 등과 관련해선 세법자체가 어렵고 예외조항도 많아서 제대로 된 처방을 해줄 전문가를 찾는 것도 지극히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국세청에서 재산세업무 분야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최고 실력을 갖춘 재산세통’으로 불리다가 조사국에서 주식이동・자금출처 등 모든 재산세 조사 분야에서도 근무하였고, 특히 조세심판원까지 가서 재산세와 관련된 제반의 실력을 검증받은 인물이 있다.
오는 29일 명예퇴임식과 함께 40년 가까이 걸어왔던 국세공무원의 길을 마감하게 될 김봉옥 안양세무서장(사진)이 재산세와 관련한 법령해석・세무조사・불복업무 등 ‘재산세 주요 분야의 3박자’를 모두 갖춘 보기 드문 주인공.
김 서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9급 공채시험에 합격해 1977년 영월세무서에서 국세공무원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38년 3개월이라는 오랜 기간을 오롯이 국세청에서 근무하며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재야(在野)의 재산세 고수’로 명성을 쌓아 왔다.
■국세청에 세운 고졸신화…후배가 인정한 ‘명품 관리자’
1957년 전라남도 여수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김 서장은 명문고인 순천고등학교에 우수한 시험성적으로 입학해서 줄곧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진학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고교 졸업 직후인 76년 9급 공무원시험에 합격해 농수산부 산하기관에서 일하게 됐지만 단순한 업무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고, 부가가치세가 도입돼 국세공무원 1500명을 선발한다는 소식을 알고 곧바로 다시 치른 9급 세무직 공채시험에 합격하면서 국세청과 인연을 맺는다.
그가 국세청에서의 첫 근무지는 영월세무서의 원천세과. 그 뒤군대를 다녀온 이후엔 강동・동부・성동・종로・수원・안양・동수원세무서 등 서울・중부청 관내에서 소득・재산・부가・법인세 등 일반직원으로서 다뤄보지 않은 세목(稅目)이 없다.
또 국립세무대학에 근무할 땐 세법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참 공직자’로서의 앞으로 나아갈 계획을 세우는 계기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세무대학 학생들이 공부에만 전념하도록 적극 지원하는 사감선생 역할을 했다.
그를 잘 안다는 어느 국세청 직원은 “수원세무서에서 청사신축 업무를 하면서 김 서장은 당시 도면을 보는 것부터 공부를 다시 하는 등 열정이 대단했다”며 “자재부터 시작해 건축을 위해 들어오는 모든 물품을 일반 기술직 직원보다 더 꼼꼼하게 체크하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중부청 인사계에서 일할 땐 엑셀을 활용한 인사프로그램을 만들어 직원들의 밤샘작업을 획기적으로 줄이는가 하면, 직원들 사정을 늘 세세히 살펴 고충기초자료를 만든 뒤 인사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도왔다.
또 고향인 여수로 내려가 여수세무서 세원관리과장을 할 땐 자신이 이끄는 부서를 광주지방국세청 관내 세원관리과 성과평가에서 1등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그는 “평가항목을 잘 들여다보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관리자가 분석을 잘해야 직원들의 성과가 난다”고 했다.
국세청 40년사를 편찬하는 작업에도 그는 깊숙이 개입한다. 그는 “그 때 신문사마다 찾아다니며 자료를 모았는데, 신문사의 특성상 자료를 잘 주지 않아 설득에 고생했다”며 “편찬작업이 성공해서 국세청 위상을 높인 것이 나름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걸어 다니는 법령・사례 D/B…재산세 3박자를 갖추다
업무능력만을 놓고 봤을 때 김 서장은 ‘양도・상속・증여세 분야에서 법령해석・세무조사・불복업무 등에서 3박자를 모두 갖춘 탁월한 인물’이라는 이미지가 국세청 사람들에게 강하게 각인돼 있다.
또 ‘재산세 관련 법령・사례의 걸어 다니는 D/B’라거나, ‘재야(在野)의 재산세 초고수’라는 등 다양하게 김 서장을 표현하고 있다. 인사타이밍이 맞지 않아 중앙무대인 국세청 본청에서 유권해석 업무를 다뤄볼 기회를 갖지 못했고, 이 때문에 굳이 ‘재야’란 말을 붙인단다.
그가 국세청에서 재산세 업무를 본격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2년 전인 1983년 동부세무서 재산세과에 근무하면서부터다. 재산세업무를 처음 접한 그는 당시 선배가 쓴 책을 수십번 볼 만큼 공부를 많이 했단다.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시킨 일은 어김없이 야무지게 처리하는 것은 기본이고 천성이 사람을 좋아해서 동료직원들과 잘 어울리다 보니 그에 대한 입소문이 꼬리를 물었고, 그를 눈여겨 본 관리자들의 추천으로 그는 남들이 쉽게 가지 못하는 재산세과로만 세무서를 이동하게 됐다.
동부세무서 재산세과에서 성동세무서 재산세계로 옮겨간 이후에도 안양세무서 재산세과에서 근무했으며, 경인청(現 중부청)에서 재산세계장을 하다가도 또 동수원세무서로 가서 재산세계장을 하는 등 지방청과 세무서를 오가며 재산세 업무만 10년을 하게 된 것.
그는 “입소문이 어떻게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직원들이 자꾸 내게 재산세에 대해 물어보게 되더라.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된 측면도 있다”며 “그렇게 2년 정도 지나고 나니, 어디를 가든 나름 권위자라는 소리를 듣게 됐다”고 회고했다.
익은 곡식은 고개를 숙이기 때문일까. 그는 “재산세를 1년 정도 할 땐 쉬운 것 같더니, 5년이 지나니까 겁이 나더라”며 “세법에 예외조항도 많은데다 실제사례도 다양해 공부를 할수록 어렵고, 그러다 보니 누가 물으면 연구해서 말하겠다며 즉답을 피하게 된다”고 했다.
감사원이나 국세청 자체 감사부서에서 국세청 직원들의 재산세분야 업무처리 내용은 감사의 주된 표적이다. 세법 자체가 어려워 직원들의 잦은 실수가 이어지다 보니, 기획・종합감사를 벌이기만 하면 꽤나 많은 감사 지적이 이뤄진다.
90년대 후반 경기도 용인지역은 개발열기가 후끈 달아올라 토지수용도 워낙 크게 이뤄졌을 뿐더러 부동산거래가 활발했다. 세무서도 덩달아 재산세 업무가 크게 늘었는데, 김 서장은 중부청의 구원투수로 당시 이곳을 관할했던 동수원세무서 재산세계장으로 전격 투입된다.
그 때 그는 직원들이 올린 그 많았던 거래건수에 대한 처리내역을 1건씩 꼼꼼하게 챙겨 결재를 했고, 직원들이 실수한 부분을 모두 찾아내서 바로잡았다. 그는 이에 대해 “당시 감사를 하는 입장에서 결재를 했다. 전날 밤 술을 마신 경우엔 아예 결재를 미뤘다”고 회고했다.
그래서였을까. 후일 불어 닥친 감사태풍에서 재산세 업무에 종사했던 수많은 국세청 직원들이 크게 고생했지만, 그와 그의 팀에 속했던 직원 어느 한 사람도 처리한 업무에 대해 감사에서 단 1건의 지적도 받지 않았다.
국세청의 한 직원은 “그 때 김 서장 덕분에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업무도 많이 배울 수 있어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다들 고마워한다”며 “무엇보다 그 오랜 세월을 재산세 분야에 종사하며 많은 거래를 처리하고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김 서장은 정말 대단하다”고 놀라워했다.
■심판원・조사국에서 높아진 명성…재야(在野)의 재산세 초고수
그가 국세청에 있으면서 쌓아 올린 실력은 2012년 조세심판원에서 일할 기회를 얻으면서 더욱 빛을 발한다. 심판원의 제2조사관(과장)으로 있으면서 그가 처리한 사건의 거의 대부분이 재산분야와 관련이 있었는데, 모두가 인정할 만큼의 깔끔한 일처리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처음엔 뜻밖에 이뤄진 심판원 발령으로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는데, 법인세 등 다른 세금문제도 그랬지만 특히 재산세 분야가 많고 내가 가진 실력도 발휘할 수 있는데다 일에 재미도 있어서 상당히 업무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회고 했다.
그는 “심판원에서는 국세청 입장뿐만 아니라 납세자의 입장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됐고, 이를 통해 차원이 더 높게 실력을 배양하는 경험이 됐다”며 “국세청과 납세자 사이의 중간 입장에서 양쪽을 다 보는 시각을 배우는 등 많은 것을 느끼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곳에서 그는 철저한 현지조사까지 벌인 것을 토대로 사안을 꿰뚫으면서도 간략하게 안을 만들어 심판관회의에 올렸는데, 상임심판관들이 따로 묻지 않을 정도로 공정하게 잘 만들어진 그의 안에 만족해했다.
그는 특히 “심판관회의에 안을 만들어 올릴 때에는 과연 이 사건이 기각될 것인지 여부를 나름 예측해보기도 하는데, 최종 결과는 내가 예상했던 것과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지더라”며 “국세청이든 납세자든 스스로를 유리하게 하는 주장방법도 깨우칠 수 있었다”고 했다.
심판원에서는 꼭 1년을 채우게 됐는데 느닷없이 이뤄진 인사발령에 울면서 가야했던 심판원인데, 그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정겹게 사귀면서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즐겁게 일에 빠져 있다가 국세청으로 되돌아 와야 할 땐 또 다시 울게 됐단다.
국세청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는 법인은 물론 개인사업자의 조사, 양도・상속・증여세 조사, 주식이동과 자금출처조사 등 거의 대부분의 조사를 하는 중부청 조사2국에 배속, 조사2과장으로서 모든 분야의 세무조사를 총괄했다.
소통과 화합의 귀재이기도 한 그는 2과에 속한 팀장・반장까지 참여하는 소모임을 만들어 잦은 모임으로 친목도모와 함께 정보・노하우를 교환하며 소통・화합했고, 그 결과 ‘조사2과는 조사 실력도 대단할 뿐만 아니라 팀웍이 으뜸’이라는 평가도 듣는다.
그는 “재산세 분야 조사에선 주식이동이 자주 문제가 된다. 여기엔 증여세 문제나 주식평가문제가 따르곤 하는데, 주식이동을 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전문가들조차 잘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특히 “주식이동이나 자금출처 조사는 잘만 대처하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은데, 무조건 숨겨야 한다는 잘못된 상식과 지식 부족, 또는 잘못된 대처방법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한탄했다.
그는 “세무조사를 해야 하는 국세청은 객관적 증거를 가지고 과세를 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심증은 가지만 납세자가 스스로 입증을 못한다고 국세청이 증거를 만들어줄 수도 없다”며 “앞으로는 세무사의 입장이 되는 만큼, 이런 부분에 많은 노력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제일 큰 재산은 ‘국세청 사람들’…동료・가족에 보답하며 살 것
국세청 사람들은 김 서장에 대해 “국세청 직원들은 물론이고 외부사람까지 망라해서 김 서장을 싫어하는 사람은 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상대가 누구든 선뜻 다가가 사귈 수 있는 사람은 김 서장 밖에는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의 대인관계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에서처럼 마치 물과 같아서 막히면 돌아가고 바위도 뚫는가 하면, 구정물과도 스스럼없이 섞이면서 함께 바다라는 공동의 큰 목적을 찾아 전혀 무리가 없이 나아간다는 것. 그를 험담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국세청 사람들은 “김 서장은 부드러우면서도 일은 꼼꼼하게 챙기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스타일인데, 힘든 일도 기분 좋게 시키는 특별한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며, “의견경청도 잘해서 다들 맏형으로 생각한다. 힘이 들어도 그와 같이 일하면 즐겁다”고 했다.
국세청 사람들과의 인연을 가장 큰 재산으로 여기고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그는 “다른 조건이 같다면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대인관계를 잘하는 사람이 무조건 성공한다”고 굳게 믿고 있으며, 동료・후배들에게도 대인관계의 중요성을 자주 강조하는 편이다.
지인의 소개로 만나 지난 1983년 결혼한 그는 아내 김정민 여사와의 사이에 1녀1남을 두고 있다. 딸은 이미 출가하여 아동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으며, 아들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촉망받는 금융권에 입사해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단다.
그에게 가족은 자신을 지탱해주는 힘이지만, 고마움과 함께 미안한 감정이 공존하는 대상이다. 그는 “공직자를 남편으로 둔 탓에 아내가 많은 고생을 했다”며 “오랜 공직생활을 무난하게 마칠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묵묵히 잘 내조해 준 아내 덕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돌이켜보면 아내에게 비싼 옷을 한번 사주지 못했다. 퇴임을 앞두고 아내가 입은 옷을 살펴보니 흔히 하는 말로 ‘길거리표’이더라”며, “그런 것을 보면 알뜰살뜰 살아주는 아내가 고맙기도 하지만, 가슴 깊이 찡하는 것이 울림이 돼서 올라온다”고 털어놨다.
이어 “딸이 어학연수를 하러 일본에 갔을 때나 아들이 고3일 때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는데, 무탈하게 잘 자라 사회에서 자기역할은 찾아서 하는 것 같아 대견스럽다”며 “아이들이 앞으로도 금전적인 것보다는 주변사람과 잘 어울리며 멋있게 살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는 아내에게 비싼 옷도 자주 사주는 능력 있는 남편이고 싶다”며 “퇴직 이후엔 아내와 영화도 함께 보고 여행도 자주 다니며, 지금까지 아내가 내게 했던 것 이상으로 보답하며 살겠다”고 약속했다.
■김봉옥 안양세무서장은…
▲57년 ▲전남 여수 ▲순천고 ▲방통대 경영 ▲일반공채 ▲9급공채 ▲영월세무서 원천세과, 영월 간세과, 군입대, 강동세무서 소득세2과, 동부세무서 재산세과(8급 승진), 성동세무서 소득세과 재산세계, 종로세무서 부가세과, 국립세무대학 서무과・조세문제연구소・학생과・생활관(7～6급 승진), 수원세무서 법인・총무과, 안양세무서 재산세과, 경인청 재산세과, 동수원세무서 재산세과, 중부청 행정・인사계(사무관 승진), 수원세무서 납세지원과장 직무대리, 여수세무서 세원관리과장, 국세공무원교육원 교육1과 계장, 중부청 세원관리국 법인세과 원천계장, 중부청 운영지원과 행정계장(서기관 승진), 중부청 조사1-2-2계장, 춘천세무서장, 조세심판원 과장, 중부청 조사2-2과장, 안양세무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