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세제실이 한 해 농사나 다름없는 세법개정안 작업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그동안 매년 8월 초중순을 전후해 수 백개에 달하는 세법조항을 손질하거나 만들어 세법개정안에 담아내 발표해 왔다.
하지만 예년과 다르게 올해는 세법개정안 발표 시기가 10여일 가량 앞당겨지면서, '얼굴마담'을 할 정책을 생산하는데 세제실의 모든 신경세포가 집중되고 있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대체적으로 이달 27일을 전후해 세법개정안 발표가 이루어진다는데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현재 법인세 정상화, 면세 비율 축소 등 증세에 초점을 맞춘 굵직한 정책에 추진 여부를 놓고 국회 등을 중심으로 군불을 떼고 있으나, 연말정산 사태로 후폭풍을 맞은 상황에서 증세 성향이 짙은 정책 카드를 꺼내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세제실 관계자는 "면세자 비율과 관련한 부분은 쉽게 건드릴 수는 없다"면서 "근로소득세를 얼마 납부하지 않는 대상에 또 다시 추가세금을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잠재성장률 둔화에 따른 세입기반 약화로 재정건전성의 악화를 초래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증세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살아야 세수도 늘어난다'는 사실을 비추어볼 때, 메르스 여파 등의 영향으로 좀처럼 침체일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경제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지원정책을 중점으로 세법개정안에 담길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의 경우 '가계소득증대 3대 패키지'를 핵심 과제로 삼으면서, 기업 성과를 가계소득으로 돌려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방향성을 선보인 바 있다.
세제실의 기류도 크게 벗어나고 있지 않다.
침체된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경제 주체에 대한 세정상 혜택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냐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구조조정을 하는 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에 대해 과세를 일정 기간 이연해주거나, 일자리 창출을 하는 기업들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문창용 기획재정부 세제실장도 "공격적인 조세정책을 활용해 경기침체를 막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고 해서 조세저항 여지가 없지는 않다.
'숨어있는 국가 보조금'으로 통칭되고 있는 비과세·감면 제도를 줄여 세수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목표를 달성해 이미 실효성을 잃었다고는 하나, 그동안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항목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폐지·축소 방침이 추진될 경우 증세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급증하고 있는 조세불복 사건에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의 영향이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지난 2년 동안 '서민·중산층 세부담'이라는 오명을 쓴 세법개정안.
이로 인해 세제실의 신뢰도에 금이 갔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저소득층에는 세금을 깎아주고, 소득이 많은 사람들에게 상대적으로 좀 더 높은 세금을 매기는 방안이 담길지 주목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세제실 관계자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구체화 되지 않았으나, 경기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0세법 개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