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법개정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는 가운데, '법인세 과세체계' 조정 여부가 수면 위로 급부상한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법인세가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명박 정부에서 3%p 낮춘 법인세율을 원래대로 되돌리자는 목소리가 높게 형성되고 있다.
정부는 수차례 세율 인상과 세목 확대를 수반하는 명목적 증세는 추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세수 부족과 복지예산 증가에 따른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증세없는 복지' 기조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는 노릇이다.
법인세는 증세논란이 일 때마다 항상 도마 위에 올라오는 주제.
정부는 법인세 과표구간 축소에 대해 당장의 개편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중장기적 시각에서는 과표구간을 조정하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달 말 발표되는 '2015년 세법개정안'에 법인세 과표구간을 간소화하는 방안을 포함시킬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법인세 과세체계는 3단계 과표구간에 최저 10%~최고 22%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사실 법인세 3단계 세율체계를 2단계로 바꾸겠다는 방안은 이미 정부가 발표한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을 통해 언급된 내용이다.
법인세 과표구간을 2단계로 축소할 경우, 현재의 3단계 세율체계(10%, 20%, 22%)에서 20%와 22% 가운데 어느 세율을 단일화시킬지의 여부가 쟁점이다. 여기에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단일세율로 과세하는 방안도 중장기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올해 세법개정안에 법인세 과표구간 개편방안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야당을 중심으로 법인세율 과세체계 조정에 대한 논의를 전면에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도 세법개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2억원 이하 기업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2억원 초과 500억원 이하' 기업은 22%로, '500억원 초과' 기업은 25%로 각각 2~3%p 인상하자는 것이 주된 골자다.
다만 세계 각국이 조세경쟁 차원에서 법인세율을 인상하지 않는다는 점을 비추어볼 때, 실제 법인세율 인상을 동반할 공산이 큰 과세체계 조정이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길지는 미지수다.
특히 법인세 과표구간 조정 과정에서 최저세율 구간이 변동될 경우, 중소기업 이하 기업들의 세부담이 올라갈 여지가 있다는 점이 과세체계 손질 추진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법인세 인상에 따른 경기 악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법인세 실효세율이 1%p 오를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장기적으로 1%p 가까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재부 관계자는 "법인세 과표구간을 조정하는 작업은 앞으로의 경제상황과 재정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가야한다"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