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세종시 국세청사에서 열린 전국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임환수 국세청장은 세무대리인의 불법행위에 대해 징계를 강화하는 등의 비리근절 대책을 내놓는 등 세무대리인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사진 김용진 기자)
국세청이 직원들의 비리근절을 위해 세무대리인을 타게팅하자 세무사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국세청 입장에서는 '검은 돈'을 수수하는 직원들로 인해 조직 이미지가 실추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감안, 받는 사람 뿐 아니라 주는 사람까지 엄벌에 처하겠다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지만 세무사 업계에서는 이를 국세청의 '전면전 선포'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이다.
국세청은 지난 6일 세종시 국세청사에서 개최한 전국세무관서장 회의에서 비정상적 세무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금품을 제공한 세무사들에 대한 징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골자는 ▲금품제공 액수와 상관없이 금품제공 세무사는 자격정지 ▲국세공무원에게 10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제공하면 직무정지 혹은 취소 ▲세무조사 시 조사팀-납세자 면담 과정에서 세무자 배제 ▲금품제공 권유 세무사 신고 시 납세자 혜택주는 '클린 신고 납세자' 제도 운영 등이다.
세무대리인에 대한 국세청의 이 같은 행보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5월 국세청 개청 이래 처음으로 국세청장이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한국세무사회 회장단을 만나 세무사들의 비리 방지 대책마련을 주문했었다.
당시 임환수 국세청장은 비리 직원을 격리시키기 위한 대책을 추진할테니 세무대리인 단체에서도 비리 차단을 위한 대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세무대리인 단체에서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 '빈정' 상한 세무사들 "내부직원 관리나 잘해라" = 세무사 업계가 임 국세청장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었던 것은 한창 세무사회장 선거로 인해 세무사회 수뇌진이 이에 대해 신경쓰지 못한 측면이 크다는 후문이지만 일각에서는 의지가 아예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세무사회 수뇌진이 국세청 요구에 적극적으로 답을 내놨다면 국세청이 세무대리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매도하는(?) 일을 막을 수 있었겠지만 세무사회가 회장 선거에만 몰두하면서 정작 세무사 업계의 목소리를 낼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 사이 국세청이 기습적으로 초강력 비리 근절 대책을 내놓으면서 일반 세무사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품제공으로 시장을 어지럽히는 세무사들도 있지만 그것은 일부일 뿐, 성실한 세무사들이 다수인 상황에서 세무대리인을 범죄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돈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받는 사람도 있을텐데 이에 대해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국세청의 모습이 흡사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는 성토가 나오고 있다.
한 세무사는 "그동안 국세청장들 가운데 문제가 안된 분들이 별로 없다"며 "국세청 내부적으로 단 10원이라도 금품수수한 국세공무원은 파면하고 연금도 아예 안준다고 자아비판을 하는 것이 우선순위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세무사는 "이번 대책을 세무사법으로 입법하겠다는 국세청의 발상은 지나친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며 "세무공무원에 대한 내부 징계규정이 더욱 강화돼야 하고 특히 고위직 등으로부터 감찰부서의 완전한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세청도 할 말 있다…"쌍벌제가 효과적" = '리베이트 쌍벌제'가 도입됐던 지난 2011년 의료업계는 벌집을 쑤신 듯 발칵 뒤집혔었다.
'리베이트 쌍벌제'는 리베이트를 준 사람과 받은 사람 모두 처벌하는 법안으로 그동안은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만 처벌받았지만 2011년 11월 쌍벌제가 시행된 이후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까지 면허정지 등의 처벌을 받게 됐다.
국세청도 세무대리인에 대한 징계 강화가 일종의 '리베이트 쌍벌제'와 같은 의미라고 보고 있다.
뇌물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잘못했지만 공무원의 경우에만 징계수위가 높고 민간인 신분인 세무대리인에 대해서는 징계수위가 약해 비리근절 효과가 미미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결국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만 비리가 근절된다는 논리인 셈이지만 비리를 저지른 국세공무원에 대한 강력한 처벌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세무사 업계의 목소리는 누그러뜨리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임 국세청장 취임 이후 감찰담당관실을 청렴세정담당관실로 개편하고 본청에 정보수집 전담팀과 기동감찰반을 신설해 예방적 감찰을 실시하는 한편 조사과장 면담제를 시행하고 청렴교육 강화 등의 자발적인 청렴문화도 조성하는 등 다각적인 세무부조리 근절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연초에 조직개편을 통해 과 명칭도 바꾸고 저인망식 감찰에서 선별적·예방적 감찰 방식으로 바꿨다"며 "세무비리에서 국세공무원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고 성실한 세무사들도 많지만 서로 노력하자는 차원에서 비리 근절 대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