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규장 한국의학연구소(KMI) 이사장
순직 소방공무원 유가족 의료지원 사회적 책임 노력
비정규직 최소화 임금피크제 반대 고용창출 이바지
◆… 이규장 한국의학연구소(KMI) 이사장은 “검진의료기관이지만 고용창출과 나눔경영, 일하기 좋은 직장만들기를 통해 사회적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헬스오 현정석 기자
“순직 소방공무원 유가족이 영정사진 앞에서 울고 있는 모습을 방송에서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유가족의 생계가 막막하고 자녀들의 취업도 어렵지 않을까 걱정됐습니다. 고심 끝에 순직 소방공무원의 숭고한 업적을 기리고, 유가족들의 건강유지 및 생활안정을 위해 매년 유가족 500여명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키로 했습니다.”
건강검진 전문의료기관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재단법인 한국의학연구소(KMI)의 이규장 이사장은 “순직 소방공무원 유가족에게 건강검진을 해주겠다고 제안하니깐 처음엔 반응이 썰렁했다”며 “‘생계도 어려운데 검진에서 덜컥 암 같은 중증질환이라도 발견되면 치료비가 없어 괜히 마음고생만 커진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선뜻 중증질환에 대한 수술비 및 치료비까지 전액 지원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유가족 자녀들이 KMI 전국 센터에서 취업할 의향과 능력을 있다면 이를 지원키로 약속했다.
창립 30주년…매년 80만명 검진
KMI는 1985년에 설립돼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현재 서울 광화문·강남·여의도, 경기도 수원, 대구, 부산, 광주 등 7개 센터에서 134명의 의료진을 포함한 총 1266명의 임직원이 질병의 조기발견을 통한 조기치료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기초의학 학술지원, 질병예방·홍보, 의료봉사활동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KMI의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최대 검진자와 그에 따른 노하우 확보다. 매년 80만명이 검진을 받고 작년의 경우 1568명이 암으로 판명돼 치료를 받았다.
KMI가 내놓은 암 조기발견자 수는 2007년 395명에서 2011년 1351명으로 껑충 뛰었다. 2013년에는 1994명으로 피크를 이루다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규장 이사장은 “검진대상자 수가 늘어난 데다 대부분의 고객이 스트레스 과다 및 운동 부족 상태의 도시 직장인들이라 건강관리상태가 좋지 않다”며 “정기검진으로 꾸준한 건강관리가 이뤄지고 잠재질병이 조기발견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암 환자 수가 줄어든 것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병원에 밀리지 않는 경쟁력
그는 KMI가 대학병원이나 경쟁 검진의료기관에 밀리지 않는 3가지 이유로 “CS(고객만족)교육을 통해 직원의 친절도를 높이고, 오진율이 제로에 가깝고, 정밀하고 쾌적한 검진인프라 구축을 위해 매년 일정액을 인재확보 및 첨단장비 구매에 투입하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예컨대 검진 후에도 건강관리상태가 좋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고객에 연락해 체크해주고, 주기적으로 최신 사양의 검진장비를 들여오고 있다. 합리적 비용 대비 높은 고객만족도는 이런 노력의 결실이다.
KMI는 고객만족도 향상과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3대 3대 3대 1의 경영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수익의 30%는 직원급여 인상 및 복지후생 개선에, 30%는 시설 및 의료장비 투자에, 30%는 재무건전성 확보에, 10%는 취약계층 및 연구지원 사업에 쓰겠다는 의지다.
직원 복리후생을 개선을 위한 대표적인 게 희망근무제도로, 직원의 자기계발과 워킹맘의 육아 및 가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자녀의 학자금도 지원하고 있다. 비정규직을 최소화해 전체 직원의 10% 미만으로 낮췄으며, 비정규직의 급여도 정규직의 95%에 달해 사실상 차별이 없다. 올 1월초엔 1100여명의 임직원 시무식 겸 해외연수를 태국 파타야에서 개최했다.
이같은 이 이사장의 인화(人和) 노력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지고 장기근속이 유도돼, 검진 노하우가 축적되고 고객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비정규직·아웃소싱 최소화로 책임
이규장 이사장은 KMI가 비록 의료기관이긴 해도 고용창출을 통해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는 기업의 사명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다짐했다. 그는 “아웃소싱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고 경영합리화를 꾀하는 것을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다”며 “그것은 하책(下策)이고 장기적으로 조직경쟁력을 갉아먹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장려하는 임금피크제도 반대했다. 55세 이후 10년간 가장으로서 돈 쓸 일이 많은데 이를 시행하면 사기만 저하될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 이사장은 “마케팅을 강화하고 누수되는 비용을 줄여 정년유지, 비정규직 및 아웃소싱 최소화 등의 경영방침을 고수하겠다”며 “기업은 이윤창출에만 목적을 둘 게 아니라 사회적책임 수행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MI는 인력구조조정, 산업재해, 노사분규가 없는 3무(無) 재단법인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이사장은 노사협의회의 건의를 받아 합리적인 제안이면 경영에 적극 반영한다. 이 덕분에 이직자가 드문 편이다. 이런 분위기는 ‘일하기 좋은 기업 대상’ 4년 연속 수상으로 이어졌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인한 검진자 수 감소에도 KMI 분위기는 괜찮은 편이다. 이 이사장은 “메르스 사태는 일종의 천재지변”이라며 “6월들어 검진자 수가 40% 줄었지만 직원들은 메르스 확산이 진정되면 하반기부터 연장근무나 휴일근무를 통해 매출 감소를 만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 진출 미래성장동력 확보
KMI는 현재의 안일함에 족하지 않고 미래성장동력 확보에도 여념이 없다. 국내 정상급 건강검진기관이니만큼 이젠 해외로 눈을 돌릴 때가 됐다는 판단이다. 이 이사장은 “그동안 중국은 대부분 일반검사만 이뤄졌고, 전문화된 검진센터의 역사가 짧은 데다가 그나마 우수한 인력과 의료장비를 보유한 대형 공립병원은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해 질병의 조기발견이나 첨단치료가 늦어졌다”며 “최근 이에 대한 반성이 나오면서 KMI 같은 공신력 있는 의료기관과 합작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KMI는 내년 4월 중국 지린성(吉林省)의 성도인 장춘(長春)에 한중 합작으로 하루 수검자가 100명에 이르는 건강검진기관을 세울 방침이다. 전문 의료인력 20명 등을 현지에 파견해 KMI의 진단시스템을 이전하고 20억원 안팎을 의료인프라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장춘은 여러나라의 국제여객기가 뜨고 내리는 항공허브로 중국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앙아시아 지역 환자도 유입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규장 이사장은 “개인병원은 오너의 전횡이 있을 수 있고, 임기제 원장은 갖는 권한의 한계로 인하여 무사안일한 업무처리가 있을 수 있는 것이 맹점”이라며 조직원끼리 신뢰하고 소통하면서 의료기관의 공공성 확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소신있는 경영을 실현해 사회에 기여하는 건전한 조직을 만드는 게 나의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헬스오 정종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