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곳간이 좀처럼 채워지지 않고 있다.
해를 거듭할 수록 정부가 써야 할 돈은 많아지는데 예상했던 것 보다 수입이 부족, 매년 마이너스 통장(국채발행 등)에서 돈을 꺼내다 쓰는 판국이다.
지난 3년 동안 세수부족 현상은 심각했다.
올해 역시 세수에 '적색신호'가 들어왔다.
올해마저 세수결손이 발생한다면 2012년 이후 4년 연속이다.
세수결손의 근본적인 이유는 '경기침체'다. 하지만 저성장 구도로 접어든 대한민국의 경제상황을 뻔히 알고도 낙관적인 세수 전망을 반복하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도 세수결손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수결손은 결국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지게 되고 국가채무는 국가 뿐 아니라 기업과 가계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넘어온다. 이 '악순환'을 끊어야 하지만, 정부는 뾰족한 방책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국가재정에 패인 주름살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 올해도 사실상 세수결손…'빚'으로 충당한다 = 지난해 세수결손액은 10조9000억원.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의 규모다. 무엇보다 2012년 2조7000억원, 2013년 8조5000억원에 이어 3년 연속 세수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올해 역시 세수결손이 예고된 상황이다. 현재까지 나타난 세수진도비와 추경 편성 등 정부의 정책 방향을 살펴보면 올해 역시 세수결손은 기정사실화 됐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부는 일반적으로 경상성장률(GDP성장률 + 물가상승률)과 환율, 유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세입을 추계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정부의 전망과 실제 결과는 상당한 격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예산을 편성할 때 실질경제성장과 물가상승률을 더한 경상성장률을 6.5%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3.9%에 그쳤다. 2012년에도 7.3%를 예상했지만 3.3%에 그쳤고, 2013년에도 전망치는 6.9%였지만 성장률은 3.7%였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올해 경상성장률을 6.1%로 전망했다가 최근 3.8%로 하향조정했다.
경상성장률 전망이 실제와 2.5%p 가까이 차이가 난 것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경상성장률 1%p에 세수 2조원 가량의 차이가 있다고 본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할 경우 이미 정부는 5조원 이상의 세수공백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정부는 지난 3일 국무회의를 열어 '2015년 추가경정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 변경안'을 심의·의결하고 세입결손 보전액 5조6000억원이 포함된 총 12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안을 마련했다.
세입결손 보전은 지난해 12월 확정된 2015년 세입예산에서 세수 결손이 생기는 부분을 새로 국채를 발행해 메우겠다는 것으로, 올해 세수결손액이 5조6000억원을 넘어 설 것으로 정부가 추산했다는 의미다.
실제 세수진도비도 지난해 보다 떨어지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4월 누계 세수는 7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조1000억원 증가했지만 진도비는 36.2%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6.8%이던 진도비보다 0.6%p 하락한 수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 대정부에서 올해 세수 결손 규모가 10조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세수결손에 대한 부분은 인정, 6조원 이상 10조원 미만 수준의 세수가 올해도 부족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쌓여가는 국가부채, '세출구조조정' 절실하다 = 지난해 정부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3.8% 성장이 가능하다고 호언장담한 바 있다. 세입예산 역시 경제적 어려움은 있지만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감면 등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당시 국회는 정부가 세운 세입예산과 경제성장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고, 일부 국책·민간연구기관 역시 민간소비 부진과 수출증가세 둔화 등을 이유로 성장률 전망을 3% 초·중반대로 하향하거나 조정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정부가 나홀로 '장밋빛'으로 경제상황을 전망하고 실제 소비나 성장 등은 그에 못 미치면서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히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예산편성 과정에서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지적된다.
세입예산보다 먼저 짜여지는 세출예산이 문제라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세수결손이 발생하는 이유로 세입결산이 되기 전에 세출예산이 짜여지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세제실은 보수적이나 예산실은 각 부처의 요청이 많다보니 전년에 비해 예산을 늘려잡는 경향이 있다"며 "내년엔 나아지겠지하는 청사진 속에 세출예산을 짜다보니 세출과 세입예산 모두 과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정부도 보수적인 경제전망을 할 수도 있지만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정책의지를 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경제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돌파할 수 있다는 희망을 수치에 담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희망적인 세입 전망은 맞아 떨어지거나 예상보다 많은 세수가 걷혔을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과도한 세입전망이 최근 4~5년 사이 급격히 늘고 있는 국가부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실제 중앙정부 채무는 2009년 346조원으로 300조원을 넘어섰고 이후 2년만인 2011년 402조원으로 400조원을 돌파했다. 다시 3년만인 지난해 503조원에 달했고, 올들어서는 4월말 현재 530조원에 육박한 상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세출구조조정의 의지를 경제정책에 담거나, 전년에 비해 세금을 늘여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기용 교수는 "복지수요가 늘고 있는 마당에 써야할 부분만 눈에 보니고 들어올 부분은 안보이니 문제"라며 "세수결손은 추경을 통해 해결하는 부분을 줄이기 위해선 가슴이 아프겠지만 세출구조조정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를 수정하거나 지연하는 구조조정을 하지않으면 경기가 살아나기 전까지는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