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결손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10조9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결손을 낸 정부는 국회와 전문가들의 장밋빛 전망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세입예산을 지난해보다 5조4000억원 높게 잡았다.
지난해 2015년 예산안 편성 당시 국회에서는 여야 구분 없이 정부가 경제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상황이 나이질 것이라는 '긍정적 메세지'를 시장에 줘야 한다며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국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선진화법을 앞세우고 돌진, 총수입 382조7000억원(국세수입 221조1000억원), 총지출 375조4000억원의 올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상반기를 이제 막 지난 현재 정부의 세입예산은 나아지지 않는 경제상황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여파로 기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 올해 세수결손 규모는 얼마? = 세수결손 규모는 2012년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012년 국세수입 결손 규모는 2조8000억원에서 2013년 8조5000억원, 2014년 10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10조원을 돌파했다.
국회와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올해도 10조원 상당의 세수결손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 하고 있다.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는 한편 정부가 경제전망을 너무 낙관적으로 해 세입예산을 높게 잡았기 때문에 애초부터 무리한 목표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10조원 이상의 세수결손이 발생한 것은 '세월호 사고'라는 뜻하지 않은 변수로 세입여건이 힘들었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변수'만 없다면 올해 목표로 한 경제성장률과 세입예산 모두 맞출 수 있다고 해석되지만 올해는 뜻하지 않은 메르스가 터지면서 상황은 정부는 코너로 몰리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자신만만하던 최 부총리조차 지난달 22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올해 세수결손이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세수결손 규모가 지난해처럼 10조원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정부는 사실상 올해 세수결손 규모를 5조원대로 보고 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가 추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보면 221조1000억원이던 올해 세입예산은 5조6000억원 감소한 215조5000억원으로 수정했다.
또한 15조원의 지출항목 중 세수결손을 메우기 위한 세입경정에 5조6000억원을 투입했다. 세수가 5조6000억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이에 해당하는 금액을 추경으로 메워 재정을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 추경으로 세수결손 해결될까? = 이번 추경안을 통해 정부 스스로 5조원 규모의 세수결손 발생을 시인한 시인한 셈이지만 더 큰 문제는 세수결손 규모가 정부의 예상치 수준에 머물 것이냐는 점이다.
기재부가 발표한 월간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 1~4월 걷은 국세수입은 78조8000억원(세입예산 221조1000억원)으로 35.6%의 진도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같은 시기 국세수입은 74조6000억원으로 진도율은 34.4%였다.
지난해보다는 다소 나아졌다고 하더라도 올해 세입여건이 좋아졌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숫자임에 틀림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10조9000억원의 세수결손 사태를 맞았던 지난해 수준에 육박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 정부가 믿을 구석은 경기회복에 따른 자연스러운 세수 증가 밖에 없지만 이마저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메르스로 인한 피해액이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지만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고 성수기를 맞은 나들이 인파가 줄어들면서 관광업계, 서비스업계 등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기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추경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문가들은 추경이 경기를 회복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가 경제성장률을 3.8%에서 3.1%로 수정했지만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유는 정부의 추경 지출 항목 중 경기 활성화를 위해 집행되는 것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 15조원의 지출 항목 중 세입경정으로 5조6000억원이 쓰이고 6조2000억원은 메르스 피해보상, 가뭄 극복, 민생 지원 등에 쓰인다.
세입경정의 경우 정부가 이미 짜 놓은 세출예산안을 집행하기 위한 것으로 경기활성화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메르스 피해보상도 경제활성화가 목표라고 하기 보다는 피해업종이나 지역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추경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반드시 나타난다는 공식은 이미 깨지고 있다.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장기화되고 주거불안이 계속되면서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추경에만 의존한다고 해서 경제가 나아진다는 보장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실제 지난 2008년 정부는 4조6000억원의 추경 편성으로 4%의 경제성장률을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는 2.2%에 그쳤다.
2013년 추경예산 편성의 경우에는 지금보다 세입경정 규모가 2배 이상 큰 12조원, 세출은 5조3000억원 등 총 17조3000억원이 투입됐지만 세수결손은 8조5000억원이나 발생했다. 당시 10조원 이상 규모의 세입경정 편성하지 않았다면 사상 최대의 세수결손이 일어날 수 있었던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