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이 외국에서 얻은 소득에 대해 외국에 납부한 세금은 내국세금을 납부할 때 ‘국외원천소득’에 납세자에게 적용되는 실효세율을 곱한 금액을 한도로 공제받을 수 있다. 이 때 국외원천소득은 국외에서 받은 수입금액이 아닌 관련 경비를 모두 차감한 금액이다.
대법원은 “외국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해 납부하는 세금은 그 수입금액에 원천징수세율을 곱하여 산출된 법인세를 부담하더라도, 외국법인세액 공제한도를 계산할 때에는 그 수입금액에서 그와 관련된 경비를 공제하여 국외원천소득금액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내국인이 외국에서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두 번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과세권이 서로 다르다 하여 이중으로 부담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먼저 양국 간 조세조약에서 이를 조정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우리 세법에서는 외국납부세액공제 제도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 저작권료로 1억원을 지급받으면서 거래상대방으로부터 2천만원을 그 나라 세금으로 원천징수 당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리고 저작물 생산에는 3천만원이 소요되었고 이것은 모두 국내 업체에게 지급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외국 세금을 떼기 전인 1억원을 세무상 수익에 포함하여 세금을 계산한 뒤 외국에서 낸 세금은 공제하는 방법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이것은 근로소득 연말정산과 비슷하지만, 외국에서 낸 세금은 국내에서 미리 낸 세금과 달리 국내에서 전부 돌려받을 수는 없다.
그러면 얼마나 공제받을 수 있을까? 세법은 국외원천소득에 대하여 해당 납세자에게 적용되는 실효세율을 곱하여 산정한 금액을 공제한도로 공제를 허용한다.
2013년 초 개정된 세법은 국외원천소득에 대하여 국외에 원천을 둔 소득에서 그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대응하는 금액, 즉 비용을 차감한 것이라 규정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규정을 생각지 않고 국외원천소득 글귀 그 자체로만 풀어보면 국외원천소득이란 비용에 대한 고려 없이 ‘국외에 원천을 두고 있는 소득’으로 읽히기 십상이다.
앞서 든 사례에서는 관련 비용을 뺀 7천만원이 아니라 거래상대방이 지급한 세전(稅前)금액 1억원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까닭에, 납세자와 과세관청 사이에 다툼이 있어 왔다.
대법원은 국외원천소득에 대한 정의가 없던 때에도 외국에서 받은 돈 1억원이 아니라 관련 비용을 뺀 7천만원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심지어 비용은 관련된 것이기만 하면 직·간접,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만약 납세자에게 적용되는 실효세율이 외국의 원천징수세율 20%와 동일하다면, 외국에 납부한 세금 2천만원 중 3천만원에 상응하는 6백만원은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물론 지금의 세법 규정으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세법상 국외원천소득의 정의가 없던 때에도 수입과 관련된 비용을 빼야 한다는 것은 글귀만으로 짐작하기 어려워 납세자로서는 당혹스러울 수 있다. 특히 공제한도를 둔 취지가 외국에서 우리나라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경우, 국내 다른 소득으로 외국에 내는 세금을 보조하는 셈이 되는 것을 막고자 한 것임을 감안하면 국내 비용까지도 빼야 한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비용 3천만원에 대해서는 이미 국내의 다른 납세자가 세금을 냈을 터이다. 간접비용까지 빼야 한다면 납세자가 외국납부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공통비용 중 해외 매출에 관련된 간접비용을 전부 안분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세법 이론이나 규정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을 하면 대법원과 같은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지만 국외에서도 소득을 올리고 외국에 세금을 내야 하는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새로 만들어진 규정이나 대법원의 해석 모두에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외국에서 나가서 어렵게 소득을 올렸는데 세액공제는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4두5613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