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칼럼] 천마총의 주인이 밝혀지다(2)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은 그녀는 결국 꿈에서 본 청년과 혼인을 하였다. 할아버지는 선언한대로 간단한 세간 살림만 딸려 손녀딸을 보냈다. 그래도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기쁨에 들떠 한없이 즐거웠다.
경주 시댁에 온 그녀는 놀랐다. 시댁은 천마총(天馬冢), 즉 대릉원이라는 신라의 고분이 모여 있는 곳 가까이에 자리 잡은 600여 평의 집이었다. 꿈속에서 보았던 바로 그 고분이었다.
오랜 세월에 훼손되어 가는 고분을 바라보는 그녀의 마음 한 구석에서 형언할 수 없는 서러움이 복받쳐 오르곤 했다. 특히 달빛이 교교한 밤에 천마총을 바라보노라면 저며 오는 서러움에 그녀는 남몰래 눈물을 훔치곤 했다.
그 무렵, 남편의 집안은 가세가 기울어져 있었다. 그녀의 집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몰락해 갔다. 그녀는 남편을 따라 서울로 이사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그녀의 가슴속에는 왠지 모르게 남편에 대한 불만이 자라고 있었다. 남편을 그토록 존경하고 사랑하건만,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고 늘 냉정하게 대한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혔다. 그만큼 남편이 그녀에게 무관심했던 것이다.
이런 사연으로 나는 영혼 탐색을 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그녀의 전생에 대한 비밀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천마총의 주인공은 남편과 그녀였던 것이다. 그들은 전생에 왕과 왕비였다. 나는 그녀와 남편이 1000년을 두고 반복된 윤회 법칙 속의 주인공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인지상의 군주로서의 남편과 지고한 자세는 비록 지금은 이승의 필부에 지나지 않지만 아무도 모르는 전생의 기품으로 나타나 아녀자의 눈에 냉정함으로 비쳐졌던 것이리라. 사랑하면서도 말로 표현하지 않고 괴로워도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는 왕과 왕비의 절도가 그들의 결혼 생활을 ‘행복하지 못하게’ 한 비밀이었다. 서로의 마음의 문을 안으로 걸어 잠그고 있었던 것이다.
드디어 그녀는 마음의 빗장을 풀어놓았다. 구명시식 후 그녀의 가정에도 평화가 깃들이기 시작했다. 1973년 어느 날 그녀는 집에 도둑이 들어 물건을 훔쳐가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튿날, 금관을 비롯한 많은 천마총 소장품이 발굴되었다는 보도가 각 신문에 대서특필되었다.
고분이 있던 자리에 공원이 조성되면서 시댁이 있던 자리는 연못으로 변했다. 그때의 서운함을 그녀는 지금까지 가슴에 간직하고 있었다. 그녀와의 영혼여행을 통해 다시 한 번 인간의 환생 법칙에는 일정한 기준이 있다는 사실과 더불어 인간은 역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평소 나의 소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