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20대 총선을 8개월 앞두고 있는 지금 여야는 선거제도 개편을 놓고 치열한 셈범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장 모습.
野, 지역주의·승자독식 타파 '권역별 비례대표' 필요성 강조
의원정수 확대, 국민 반감 커…與, 과반의석 불가능 우려 '반대'
선거제도 개편 문제가 하반기 국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당권재민 혁신위원회가 국회의원 정수 확대와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주장하면서 여야의 찬반 격론이 이어지고 있다.
혁신위는 지역주의와 승자독식 타파, 정치인 기득권을 내려놓기 위해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은 오히려 "밥그릇 늘리기", "정치 실업자 구제책"이라고 반대 입장을 거듭 내놓고 있다. 또한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의원정수 확대 문제에서만큼은 의견이 분분하다.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셈법계산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
□ 뿌리 깊은 '지역주의·승자독식' 타파…권역별 비례대표제 제기 = 하지만 속된 말로 깃발만 꽂으면 '시체'도 당선이 된다는, 뿌리 깊은 지역주의와 승자독식구도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필요성은 예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정의화 국회의장 역시 지난 17일 제헌절 기념사에서 "사회적 합의와 생산적 타협의 정치를 이루기 위해 지역 패권주의와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혁파해야 한다"며 여야를 향해 정치개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정수를 지역별로 균등하게 나눠 해당 권역의 정당득표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텃밭이 아닌 볼모지에서 의석수 확보가 가능하다.
새누리당은 호남에서, 새정치연합은 대구·경북에서 비례대표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군소정당 역시 의석 확보가 가능해 다양하게 민의를 반영, 지역주의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의원 정수 확대에 있어서는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치보다 현격하게 떨어진다. OECD 평균 직선 국회의원 1인당 인구비율은 9만6000명이지만 우리는 1인당 16만5930명이나 된다.
독일은 13만6000명, 프랑스 11만3000명, 영국 9만6000명, 이탈리아 6만4000명이다.
□ 다양한 민의 반영, 의원정수 확대 필요…문제는 국민 반감 '비현실적' = 혁신위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권고한 '지역구-비례의석 2대1'안을 반영해 현재 지역구 246명의 절반인 123명을 비례의석으로 늘려 총 의석을 369석으로 확대하는 안을 제시했다.
여기에 의원 세비는 동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치학자들과 전문가들은 대의 민주주의에서 다양하고 복잡한 민의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의 숫자를 늘려야 하는 것이 원론적으로 맞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반감과 냉소가 큰 우리나라에선 의원정수 확대는 그저 '기득권 늘리기'에 지나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여당과 야당 일부에서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를 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3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가기관 13곳 중 가장 낮은 신뢰도를 나타낸 곳은 국회(17.4%)였다. 국회의원 정수 확대는 현실적으로 국민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 여야 셈법 치열, 與 '과반의석' 위기…선거구 획정으로 지역구↑ 비례↓ = 특히 새누리당이 반대하는 데는 '비현실적'인 이유뿐 아니라,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의원정수확대까지 추진되면 그동안 지켜왔던 '과반 의석'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작용한다.
과반이라는 '숫자'로 야당을 압박했던 국회 제1당의 영광이 사라질 위기에 놓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은 헌법재판소의 인구편차 조정권고로 인한 선거구 획정 논의에서 의원정수 300석을 고정으로 놓고 지역구는 늘리되, 비례의석을 줄이는 방안에 힘을 실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의원정수가 확대되면 제3당이 커질 확률이 높고 나아가 소수의 제4,5당 출현도 가능하다"며 "다당제가 되면 새누리당으로선 그동안 '과반 의석'을 가졌던 힘을 내려놔야 한다. 집권여당이 수용하겠나. 결사적으로 반대할 것"이라고 내댜봤다.
□ 野 권역별 비례대표-의원정수 확대 '단일안' 시급 = 문제는 야당이다.
혁신위가 불 지핀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 새정치연합 내 의견이 통일되지 않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권역별 비례대표를 중심으로 이슈를 집중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의원정수 확대로 갈 경우, 여당이 응할 리 없으며 이슈주도력을 잃게 된다는 이유다.
문재인 대표는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여론조성에 집중할 때"라며 의원정수 확대 문제에서는 발을 뺀 상태다. 하지만 이종걸 원내대표는 혁신안에 힘을 실으며 "제대로 된 참정권 보장을 위해서 의원정수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새누리당에서는 새정치연합을 향해 "당내 의견 일치부터 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야당 관계자는 "의원정수 확대가 필요한 것은 맞다. 다른 나라에 비해 국회의원 세비도 비싸니 세비를 동결해서 의원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가면 합리적"이라면서도 "문제는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일 만큼 국회를 신뢰하고 있지 않다는 거다. 제일 큰 문제는 이것을 야당이 주도적으로 끌고 갈 힘이 있느냐는 거다. 여당이 반대하면 꼼짝없이 할 수 없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