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직원 1만여명이 가입자 정보에 손쉽게 접근
정보유출·무단열람 적발 75건 중 중징계 6건 불과해
안마원 상습 정보유출 직원, 장기근속 사유로 정직 그쳐
5000만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개인정보유출은 가입자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직원들의 불감증이 가장 큰 원인이다. 내부감사에서 적발된 사례를 보면 옛 연인의 요양급여 내역 조회 등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무단 열람부터 지인이 운영하는 안마원에 고객 정보 제공 등 유출사유도 다양했다.
공단의 솜방망이 처벌도 직원들에 의한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이 계속되는 이유중 하나로 꼽힌다. 징계수위를 대폭 높이고, 개인정보 열람 권한을 제한하거나 인증절차를 강화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국민 개인정보 1만여명이 들여다봐
현재 건보공단이 보유한 건강보험 가입자수는 총 5044만9000명이다. 의료급여 수급자 142만8000명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볼 수 있다. 건보공단 직원 약 1만3000여명 중 가입자 즉,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부서는 절반 이상으로 열람 권한을 가진 직원은 1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건보료 부과·징수, 급여 보장, 요양운영 등과 관련해 직급과 부서에 따라 각기 차등화된 열람 권한을 갖고 있다.
건보공단 직원이 가입자 개인정보를 열람하려면 각 직원별로 부여된 스마트 카드와 개별 아이디로 로그인하면 된다. 다만 개별 개인정보를 보고 나면 사유를 적도록 하고 있다. 또 열람기록은 모두 전산에 남는다.
하지만 단순한 호기심 등에서 비롯된 직원들의 개인정보 무단 열람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적발된 사례를 보면 특정요양기관 가입자 알선, 고교동창생 연락처 파악, 휴대폰을 찾기 위한 택시기사 개인정보 조회, 배우자가 운영하는 노래방 도우미 개인정보 열람 등 황당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 솜방망이 처벌에 정보유출 반복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윤인순(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4년 8월까지 건보공단서 발생한 개인정보 불법유출 및 무단열람 75건 중 해임·파면 등 중징계를 받은 사례는 6건에 불과했다.
실제 건보공단 직원 A씨는 고교 동창이 운영하는 안마원에 1년여에 걸쳐 가입자 진료내역 등 개인정보를 163건이나 넘겼지만, 27년간 장기 근속했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수년째 같은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 같은 실수가 반복되고 있는 기관에 5000만명에 달하는 국민 신상정보 데이터 관리를 맡긴다는 것 자체에 회의감이 든다”며 “개인정보보호 위반 직원들에 대한 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개인정보 교육 1만3000명 중 57명만 받기도
건보공단도 가입자 정보 유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건보공단은 내부 특별감사와 보안교육 강화 등을 통해 가입자 개인정보 유출을 원천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건보공단은 매달 한차례 1회 부서장 교육과 연중 부서 순회교육, 직무과정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실시한 특별 내부감사만 7건이다.
또한 건보공단은 전국 178개 지사별로 개인정보 보호 담당자를 두고, 매월 하루를 ‘사이버 보안 진단의 날’로 정해 개인정보 보호 교육을 하고 있다. 하지만 참여율은 미미하다. 건보공단의 개인정보 교육 의무기간이었던 2012년에는 직원 1만2000여명이 교육을 받았으나, 교육 참여를 자유화했던 2013년에는 57명만 교육에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담당자 집합교육을 663명이 받았고, 사이버 교육은 실시하지도 않았다. 올해 개인정보보호 관련 담당자 집합교육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하반기로 연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