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장 모습
지역주의 타파 필요…'과반의석' 붕괴에 與 반대 민낯 드러내
여대야소→'여소야대' 가능, 여야 '득실계산'에 적극 공세 전환
새정치민주연합 당권재민 혁신위원회가 의원정수 확대와 함께 제기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선거제도 개편의 '핵 중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제도 도입에 따른 여야의 '득실'이 결정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전날(29일)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원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19대 총선에 적용해 조사한 결과에서 현재의 '과반의석'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새누리당의 반대 이유가 결국 '과반의석' 불가라는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야당의 공세가 적극적으로 전환됐다.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한국정치의 '독(毒)'이랄 수 있는 뿌리 깊은 지역주의와 승자독식 구조로 과다 대표되는 현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자주 거론된다.
비례대표 정수를 지역별로 균등하게 나눠 해당 권역의 정당득표에 따라 의석을 배분해 볼모지에서도 의석수 확보가 가능하다. 특히 군소정당들의 의석 확보가 가능해 현 양당구도에서 다당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새누리당의 기득권인 '과반의석'이 붕괴될 수 있어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 與 내부 조사서 권역별 비례대표 '과반의석' 붕괴, 반대 민낯 들통 = 여의도 연구원의 최근 정책보고서 '그들은 왜 독일식 선거법도입을 주창하는가'는 전국 6대 권역 비례 123석을 기준으로 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지난 19대 총선결과에 도입한 결과를 분석했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19대 총선에서 50.67%(152석)로 과반을 차지했던 새누리당 의석 점유율은 46.24%(138~9석)로 떨어져 과반 의석을 채우지 못했다.
새정치연합(당시 민주통합당) 42.33%(127석)에서 38.44%(115석)로 줄었다. 여연은 보고서에서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시 새누리당 과반이 붕괴된다"고 경고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시뮬레이션 결과도 비슷하다.
19대 총선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시행할 경우, 새누리당은 152석이 아닌 141석(47%)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치연합(당시 민주통합당) 역시 127석에서 117(39%)석으로 10석이 줄어들었고 당시 통합진보당 역시 의석수가 13석에서 24석으로 두 배 이상 대폭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나 지금의 '여대야소'가 아닌 '여소야대' 구도가 된다.
□ '여소야대' 朴 정부 후반 임기 '식물정부' 우려…절대 불가 입장 = '여소야대'는 새누리당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내년 4월 총선 후에도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1년8개월이나 남게 되는 상황에서 '여소야대'가 되면 완전히 정부가 힘을 잃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한 정치권 인사는 "총선 후면 이제 본격적인 임기 말인데 '여소야대'면 '식물정부'가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비선실세 문제, 인사 문제 등 숱한 논란에도 버틴 건 여당이 과반의석이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한 여당의 반응은 점차 극렬해지고 있다.
친박 핵심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30일 최고위원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후, "대부분 지역구 의원들이 전문성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지역구 의원을 일부 늘리고 비례대표 의원을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김무성 대표가 미국에서 귀국하면 조만간 의총을 열어 당론으로 의원 정수 증가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이장우 대변인이 전했다.
황진하 사무총장도 "정수를 늘리고 나아가서 지도부가 더 많은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속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벗어날 수 없다"며 "정치 혁신의 핵심은 정당들이 공천권을 내려놓고 국민이 직접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당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 野 거센 압박 "망국적 지역주의 타파"…'여소여대' 기대(?) = 야당의 반격도 거세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에 나와 "영남에서 25~30%의 반(反) 여당 지지 성향은 한 석의 국회의원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호남도 마찬가지"라며 "이제는 솔직해져야 한다.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최인호 혁신위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도권 국회의원은 금메달, 영남 국회의원은 동메달'이라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과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시 새누리당이 서울에서 약진하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강조하며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김 대표가 말한 금메달 국회의원을 많이 배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제도"라고 압박했다.
새정치연합 영남지역 지역위원장들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망국적 지역주의 정치를 극복하고, 더 이상 특정지역에 기반을 둔 양당의 극한적 대립을 타개하기 위한 바람직한 제도인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새누리당이 더 이상 지역주의에 의존하는 특정지역 패권정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제3당으로서 약진이 가능한 정의당 역시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있다.
심상정 대표는 이날 당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의 권역별 비례대표에 대한 내부조사 보고서에 대해 "그동안 새누리당이 소수 정당의 표를 빼앗아 과반수 의석을 유지했던 '표 도둑'이었음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새누리당은 그동안 중앙선관위가 제안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줄기차게 반대해왔다"며 "선거 제도 개혁의 취지는 '승자독식 선거 제도'를 고쳐서 공정한 선거를 만들자는 것임에도, 마치 의원 정수 문제가 본질인 것처럼 왜곡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