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과된 세금을 현금 대신 부동산이나 주식 등 '현물'로 납부하는 물납제도.
갑작스럽게 큰 세금이 부과되면서 당장 현금을 마련하기 힘든 납세자들의 사정을 고려해 운영하는 제도지만, 오랜 기간 동안 국고 침탈의 한 원인으로 지목, 논란의 대상이 됐었다.
이에 정부가 제대로 '칼'을 뽑아들었다.
내년부터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법인세 등에 대한 물납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6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15년 세법개정안을 발표, 관련 15개 법률개정안(국세기본법 등)을 입법예고 및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9월11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와 상속세만을 남겨 놓고 증여세와 양도소득세·법인세 항목을 물납대상 세목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물납제도는 납세편의 목적에 부합하지 못한 채 세수구멍이라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현금 대신 받은 비상장주식 등을 제값에 팔지 못해 실질적으로 받아내야 할 세금에 턱없이 못미치는 금액만 국고로 환수하는가 하면 그나마 제값을 받을 만한 상장주식을 물납받았다가 상장폐지로 허공에 세금을 날리는 상황도 심심치 않게 벌어져 왔다.
정부의 관리책임을 탓하는 목소리가 높게 형성되어 왔지만 근본적으로 일부 납세자들이 물납을 악용하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이에 정부는 물납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국가가 현금화 부담을 떠안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취지 하에 이 같은 물납제도 개선 방안을 개정안에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세목 제외 대상을 피해간 상속세는 대신 물납 요건이 강화된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상속세 물납 요건으로 납부세액이 2000만원이 넘어야 하며 상속재산 중 부동산과 유가증권의 가액이 1/2를 초과 해야한다.
정부는 이 같은 물납 요건에 상속받은 금융재산이 상속세 납부세액을 넘을 경우 물납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충분한 금융재산이 있음에도 물납을 허용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