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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진 단아안 한의원 구로점 원장. |
안면마비, 안면신경마비 등의 이름으로도 불리는 구안와사는 드라마 허준을 통해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병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연평균 19만 명이 유병할 정도로 흔한 제7번 뇌신경인 얼굴신경 장애질환입니다.
흔히들 '찬 데서 자면 입돌아간다', '눈과 입이 돌아가는 병' 등으로 알고 있는 병이 구안와사인데, 사실 구안와사(口眼喎斜)라는 병명 자체가 '눈과 입이(口眼)' 틀어지고 '비뚤어진(喎斜)'란 의미를 갖고 있으며, 이는 구안와사의 이명(異名)인 와사풍, 와사증, 편측마비 등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론 구안와사가 단순히 찬 데서 잠을 잔다고 걸리는 병은 아닙니다. 이 구안와사를 유병하는 원인은 수개 이상이며, 그 발병 기전에 따라 세부적인 구안와사 병증이 분류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구안와사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서 봅니다. 첫 번째는 중추성 구안와사고, 두 번째는 말초성 구안와사입니다.
먼저 두개내부 병변(핵하/핵/핵상 부위) 문제로 인해 구안와사가 발생한 경우를 중추성 구안와사라고 합니다.
발병 기저를 살펴보면 안면신경의 중추인 안면신경핵은 대뇌에 위치하고 있으며, 안면신경핵 또는 인근에서 문제가 발생해 안면마비 증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즉, 즉, 대뇌피질 운동령에서 안면신경핵의 사이에 장애가 생겨서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주로 뇌출혈 및 뇌경색과 같은 중추신경계(뇌와 척수) 문제로 인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하위에 분포하고 있는 신경다발쪽 (말초신경계) 문제로 발생하는 말초성 구안와사와는 발병원인도 말초성과 다르고, 신경손상 부위도 다르고, 증상도 다르게 나타납니다.
후술할 말초성 구안와사가 이마에 주름이 잡히지 않고, 마비가 온 쪽의 눈이 감기지 않는 것에 비해 중추성 구안와사의 경우 눈썹 윗부분의 근육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에 이마에 주름이 잡히고 눈을 감을 수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점이 말초성 구안와사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기도 합니다.
사실 중추성 구안와사의 경우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뇌경색이나 뇌졸중(중풍) 등의 기저질환으로 유발되는 질환이기에 안면부 마비는 물론 신체 마비도 수반될 수 있으며, 당연히 본병의 치료와 더불어 치료를 받아야만 합니다.
후자인 말초성 구안와사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구안와사입니다. 구안와사 환자 10명 중 8,9명은 말초성 구안와사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말초성 구안와사의 경우 대부분 정확한 기저원인 없이 발생하는 급성 구안와사에 속하며 이는 말초성 구안와사 환자 70-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급성 구안와사에 대해 벨마비(Bell's palsy)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1821년 스코틀랜드 출신의 외과 의사 찰스 벨 경(Sir. Charles Bell)의 이름을 따 명명한 것에서 유래됐습니다.
이 벨마비는 명확한 원인 없이 급성으로 찾아오는 말초성 구안와사입니다. 사실 명확한 기저 원인이 없다고는 하지만, 이 말초성 구안와사인 벨마비의 유병 대전제는 바로 면역력입니다.
우리 몸의 건강을 유지하는 기제인 면역력이 내부적 혹은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저하된 상태에서 사기(邪氣)가 얼굴신경에 침투, 안면마비를 유발하게 됩니다.
이런 면역력이 저하되는 주된 요인으로는 가장 손꼽히는 것이 과도한 스트레스 축적과 피로누적이 꼽히고 있으며, 이는 최근 구안와사 주된 발병연령층이 30-50대인 점에서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반면, 명확한 기저 원인이 있는 말초성 구안와사도 있습니다. 바로 대상포진후유증으로 인한 구안와사가 그것입니다.
대상포진은 어렸을 적 수두를 앓았던 사람에 한해 유발될 수 있는 병인데, 수두 유병 후 체내 잠복하고 있던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체내 면역력 저하시 재차 활성화 신경을 타고 피부에 침투했을 시 유발되는 대표적인 통증 질환입니다.
그런데 이런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얼굴신경절에 침투했을 경우, 유발될 수 있는 병이 바로 구안와사입니다.
이를 흔히 람세이 헌트 증후군(Ramsay Hunt Syndrome)이라 하는데, 이 병명의 기원 역시 사람에서 왔으며, 그 주인공은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의 제임스 람세이 헌트(James Ramsay Hunt) 박사입니다.
첨언하자면 이 람세이헌트 증후군은 이성대상포진(耳性帯状疱疹)으로도 일컬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편, 벨마비든 혹은 람세이헌트 증후군이든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면역력이라는 점입니다.
결국, 체내 면역력이 바르게 유지 되지 못하는 순간, 우리는 구안와사라는 안면마비 질환에 쉽게 노출되게 됩니다. 물론 구안와사가 아닌 다른 각종 질환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족해진 일광시간, 늘어난 인스턴트 식품 섭취와 일부 경우의 의약품 오남용 등 각종 원인들로 인해 현대인들의 면역력은 점차로 저하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다시 말해 분명 과거에 비해 많은 면에서 월등히 나아진 시대를 살고 있지만, 이와 반비례하게 스스로의 저항력인 면역력이 저하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셈입니다.
중국의 고전 인문학서라 할 수 있는 세설신어(世說新語)를 보면 사불여죽 죽불여육(絲不如竹 竹不如肉)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는 현악기는 관악기만 못하고, 관악기는 사람의 육성만 못하다는 뜻인데, 이는 점차 자연에 가까워지기 때문이고, 자연에 가까울수록 좋다는 의미입니다.
건강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소 올바른 수면습관이나 스트레스 해소법, 균형잡힌 식단을 통한 영양소 섭취 등 바른 관리를 통해 체내 면역력을 바로 잡는다면, 구안와사는 물론 각종 질환에서도 견뎌내고 대비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