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 회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열린 회의에서 위원들은 '2015년 세법개정안'이 R&D 설비 투자세액공제 축소와 업무용 차량 기준 강화 등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재계에서도 세법개정안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 이월결손금 공제한도 설정 등 '각론'에 있어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사진 김용진 기자)
세법을 고쳐 적용하는 문제로 지난 2~3년 동안 큰 '고초'를 겪었던 정부가 이번에는 '알맹이' 없는(?) 세법개정안을 내놓았다. 첨예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이슈를 생략한 세법개정안을 내놓았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전반적으로 2015년 세법개정안에 대한 평가는 '무난하다'로 귀결되고 있다. 정책효과 여부를 떠나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일자리 창출 및 소비활성화를 핵심 테마로, 몇 가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기존 제도의 '시혜' 수준을 넓히는 정도의 내용을 담았다.
세법개정 동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집단인 재계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재계는 정부가 목표로 한 '경제활력 제고'의 최대 파트너다. 즉, 2015년 세법개정안의 최대 소비층이다. 이런 측면에서 재계가 세법개정안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린 부분은 눈에 띄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총론' 측면에서 긍정일 뿐, '각론' 측면에서는 기업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 '경제활력+소비촉진', 재계 '대환영' = 이번 정부의 세법개정안에서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경제활성화를 목표로 한 소비촉진 방안이 상당수 담겼다는 점이다.
위축된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한 체크카드 및 현금영수증 등 소득공제 추가공제(공제율 50%)와 더불어 냉장고와 에어컨 등 대형가전 개별소비세 폐지, 모피와 귀금속 등의 개별소비세 부과 기준금액 상향조정(200만원→500만원) 등에 대해 재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세월호 사고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2연타'로 소비심리가 대폭 위축되고 그 여파로 매출부진 등 타격을 받은 기업들 입장에서는 효과가 크든 작든 환영할 수밖에 없는 방안인 셈이다.
이에 더해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한 청년고용증대세제, 중소기업 취업자 소득세 감면율 상향 등에 대해서도 재계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 특히 일자리 창출 효과와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이다.
청년고용증대세제는 청년(15~29세) 정규직 근로자 수를 전년 대비 늘린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1인당 500만원, 대기업은 25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3년 간 청년과 고령자, 장애인 등 중소기업 취업자에 대한 소득세 감면율을 현행 50%에서 7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한도는 최대 150만원까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장기 저성장이 우려되는 현 시점에서 경제활력을 통한 세입확충에 방점을 둔 이번 세법개정안의 기본방향에 공감한다"며 "특히 청년고용 증대 세제 신설, 개별소비세 과세 완화 등은 청년 일자리 창출과 내수진작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이번 세법개정안은 일자리 창출과 소비촉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기대한다"며 "청년고용증대세제 신설, 중소기업 취업자 소득세 감면율 상향과 같은 고용지원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체감경기를 경험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과 인력부족 문제를 적절히 배려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세법개정안은 경제활력 강화와 민생 안정, 세수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이 현실성 있고 균형 있게 마련됐다"며 "어려운 세수 여건에도 불구 소비진작, 수출 및 투자 활성화 지원 방안 등을 담고 있어 경기회복을 앞당기고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 총론은 환영 하지만…각론에서는 '갸우뚱' =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는 긍정적이었지만 세부항목에 대해선 기업들의 평가가 엇갈렸다.
연구·개발(R&D) 설비·에너지 투자세액공제, 이월결손금 공제한도 설정 등 당장 기업활동과 결부된 세부담 상향이 불가피한 제도 시행에 대해 기업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정부는 연구·개발(R&D) 설비·에너지절약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을 기존 대기업 3%, 중견기업 5%, 중소기업 10%였던 것을 각각 1%, 3%, 6%로 낮추기로 했다.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는 대기업 3%, 중견기업 5%, 중소기업 7% 공제율에서 각각 1%, 3%, 6%로 인하하기로 했다.
이같은 투자관련 조세지원 축소와 관련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전경련은 "연구개발 인건비, 각종 시설 투자에 대한 공제를 줄이는 등 올해에도 비과세·감면 축소 기조가 이어진 점은 아쉽다"며 "단기 세수확보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투자여력을 높이는데 매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는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의 하향조정으로 투자가 더 위축되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최장 10년 이내 결손금이 있을 경우 이를 현재의 이익과 상계해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0이월결손금 공제를 대기업에 한해 한도를 설정, 80%만 공제하는 제도 시행에 대한 기업들의 반발 여론은 상당히 거세다.
전경련은 공식논평에 이월결손금 공제한도 설정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대한상의는 논평을 통해 "이월결손금 공제한도 신설은 기업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청년고용증대세제에 대해선 경제단체 대부분은 긍정적인 입장이었지만 개별 기업단위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