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미생들을 완생으로 만들기 위해 손을 맞잡은 동갑내기 선장 이을용과 안정환.<사진: '청춘FC' 공식 페이스북>
"예능프로그램의 필수 요소인 입담이 뛰어난 MC도, 재기 넘치는 게스트도 없다. 분명 예능이지만 다큐보다 큰 감동을 준다"
축구 '미생'들을 불러모아 새로운 기회를 주는 KBS 2TV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이하 청춘FC)'는 비슷한 포멧의 예능들이 쏟아지는 이 시대에게 새로운 힐링예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가난, 부상 등 가지각색의 사연으로 축구를 중도 포기했던 선수들이 한국축구의 전설 안정환, 이을용, 이운재의 지도 아래 다시 꿈을 좇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2011년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안정환은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그동안 축구계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그는 해설위원으로 활동할 뿐 지도자나 축구행정가의 길을 걷지 않고 있다가 '청춘FC'의 취지에 반해 최재형 PD의 손을 덥석 잡았다. 현재 청주대학교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이을용 역시 프로그램의 취지를 듣고 바로 '오케이'했다.
선장이 정해진 뒤 '축구를 하다가 좌절해 본 경험이 있는 자'라는 모집요건에 맞춰 신청서를 보낸 이들은 2311명. 이후 수차례의 테스트를 거쳐 선발된 20여명의 선수들은 토요일 밤마다 안방극장에 진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포기했던 목표에 다시 도전한 미생들.<사진: '청춘FC' 공식 페이스북>
특히 '청춘FC'는 선발 선수들의 이야기 위주가 아닌 도전하고 땀을 흘린 이들의 탈락 과정까지 담담하게 소개해 눈길을 끈다.
흔히 '악마의 편집'이라 불리면서 억지스러운 반전과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내려는 요즘 예능답지 않은 행보다. 4%대에 머문 시청률은 분명 아쉽지만 시즌2를 요구하는 등 시청자 게시판은 호평일색이다.
최재형 PD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레이션을 거의 쓰지 않고 찍힌 장면과 자막만으로 이야기를 풀어 시청자가 능동적으로 해석할 여지를 주고 있다"며 "메시지는 위로와 희망이지만 맹목적인 것이 아니라 시청자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포인트"라고 밝혔다. 과거 '날아라 슛돌이'라는 축구예능을 만들었던 최 PD의 도전과 노하우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안정환은 자신의 칼럼을 통해 "축구도 인생도 똑같은데 포기하면 좋은 결과를 얻어내기 힘들다"라고 말한다. 좌절을 한 번쯤 맛본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도전 의식을 불어넣어주는 '청춘FC'의 빛나는 미래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