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계획이 있는데…" = 지난 5월 삼성 채용시험을 보러 가는 응시자들 모습. 정부는 청년을 고용한 기업에게 세액공제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기업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채용인원은 매년 정해져 있는데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고 해서 채용인원을 늘릴 수는 없기 때문.
날로 심각성을 더해가는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해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최대한(?)의 세제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정작 기업들의 표정은 영 밝지가 않다.
정부는 청년들의 취업난이 우리 경제 체질을 약화시키고 내수경기를 침체시키는 주요원인으로 보고 경제활성화 일환으로 '청년고용증대세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의 방침에 재계는 청년들의 취업난 해소는 물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세제지원책인 '청년고용증대세제'를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하지만 실제로 '채용'에 나서야 할 개별 기업들은 청년고용 증대에 선뜻 화답을 하기 애매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단순히 세금 몇 푼 지원한다고 해서 고용을 늘리거나 애초 있지도 않았던 채용계획을 세울 기업은 일부 대기업들을 제외하고는 매우 드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려운 경제 여건에 실적은 악화되고 내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신규채용이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벌써부터 제도 실효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청년고용증대세제'란? = 청년고용증대세제는 말 그대로 청년을 고용한 기업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것으로 청년들의 취업난 해소와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이다.
대개 세법개정안은 매년 8월에 발표한 뒤 국회 의결을 거쳐 이듬해부터 시행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정부는 청년고용증대세제를 올해부터 곧바로 시행(소급적용)하기로 했다. 그만큼 취업난 해소가 정부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청년고용증대세제는 청년(15~29세) 정규직 근로자 수를 전년대비 늘린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1인당 500만원, 대기업은 25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것으로 3년간(2015~2017년 말)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법인세를 깎아주는 방식은, 가령 지난해 말 기준으로 청년 정규직 인원이 1000명이었던 A기업(중견)이 올해 100명의 청년 정규직을 신규 채용했다면 A기업의 세액공제액은 (해당 과세연도 청년 정규직 근로자 수-직전 과세연도 청년 정규직 근로자 수)×1인당 공제액(500만원) 5억원이 된다.
정부는 이 같은 세제지원을 통해 연간 3만5000명의 청년 정규직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기업들 "우리도 다 계획이 있는데…" = 청년 고용을 늘리면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청년고용증대세제의 기본방향에는 다들 공감하지만 실제 제도에 편승해 청년 고용을 늘리겠다는 기업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어려운 경기 상황에 신규채용을 늘리기가 부담스러울 뿐더러 세액공제를 받겠다고 필요한 인력에서 정규직을 더 뽑았다가는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년에 고용한 청년 근로자보다 올해 더 고용한 인원에 대해서만 세액공제를 해주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들은 신규채용 규모에 대해 미리 세워진 계획대로 움직이는데 세제혜택이 더해진다고 해서 이를 수정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그 동안 수 차례에 걸쳐 도입과 폐지를 반복했던 고용 관련 세금지원 제도가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적어도 고용 문제에 있어서는 세금혜택이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이미 경험칙을 통해 증명이 됐지만 정부는 여전히 '세금혜택=고용증대' 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 기업의 관계자는 "청년 1명을 고용한다고 해서 세액공제를 그냥 해주는 것이 아니라 전년보다 얼마 늘려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며 "기업마다 다 계획이 있는데 세제지원을 해준다고 무턱대고 신규채용을 늘리기는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아 청년고용증대세제가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세제혜택을 주는 것은 좋게 생각하지만 경기활성화와 맞물려야 한다. 경기가 좋지 않아 인력감축 등을 모색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세액공제 해준다고 누가 근로자를 더 뽑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의 관계자는 "청년고용증대세제가 도입된다고 해서 채용을 늘리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매년 신규채용을 하는데 딱 정해진 인원이 있다. 우리 계획대로 하면서 세액공제를 받으면 좋은 것이고 아니면 마는 것이다. 굳이 세액공제를 받으려고 근로자를 더 뽑는 기업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