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9월 초 VS 野 10월 초
與 하반기 노동개혁 성과 집중…野, 朴정부 부실 최대한 파헤치기
여야가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일정을 놓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거듭하고 있다.
여당은 내년 예산안 심의 집중을 위해 당초 전임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합의한 대로 9월 추석 전에 국감을 실시하자는 주장이지만 야당은 추석연휴를 앞두고 '부실국감'을 우려해 10월 초에 실시할 것을 내세우고 있다.
새누리당 조원진,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직접 만나거나 수차례 전화 통화를 하며 일정을 조율하고 있지만 여야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줄다리기에는 내년 20대 총선거에 대한 전략 차원의 정치적 속내가 숨어있다.
국감 일정을 놓고 여야가 '밀당(밀고 당기기)'를 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회가 행정부와 공공산하기관의 업무실태 등에 대해 감사 활동을 벌이는 국감인 만큼 여야의 일정 합의는 예민할 수밖에 없다. 지난 해 국감 내실화를 위해 분리국감을 시행하려고 했지만, 이 역시 세월호 특별법 논의로 인해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인 올해에는 여야의 '정치적 셈법'이 작용하고 있다. 내년 총선 승리를 향한 정국 주도권 잡기 싸움이 치열하게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9월 초 국감을 치르고 10월과 11월에는 예산안 심의에 집중해야한다는 입장이지만 속내는 정부 실정이 드러나는 국감을 조기에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 하반기 '노동개혁' 당력 집중…'정부심판론' 피하기 =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국정 하반기 최대 과제로 '노동개혁'을 천명하면서 새누리당은 당 역량을 최대로 집중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핵심으로 한 노동개혁을 하반기에 이뤄낼 경우, 상반기 달성한 공무원연금 개혁과 함께 내년 총선에서 정부여당의 정책 추진 성과로 대국민 홍보를 할 수 있다. 가급적 국감을 빨리 끝내고 노동개혁에 박차를 가해 내년 총선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판단이다.
더욱이 내년 총선은 박 대통령 임기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치러져, '심판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는 세월호 참사, 올해는 메르스 사태로 정부의 무능이 드러났고, 경기침체와 높아지는 실업률,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비선실세 정치개입 논란 등으로 박 대통령은 임기 3년차를 맞은 역대 대통령 중 최하의 지지율을 기록한 바 있다.
때문에 하반기 노동개혁을 계획대로 이뤄내면 내년 총선에서 여당에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할 수 있다.
정책위 한 관계자는 "총선 이후 대통령 임기가 1년 8개월이나 남는다. 박근혜정부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총선 승리를 해야 한다"며 "상반기에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뤄냈으니 하반기에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서 노동개혁을 하면 국민들에게 호소할 수 있고 남은 국정개혁 추진도 힘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가 도입되어 의원들의 마음은 이미 지역구로 향해 있다. 텃밭 다지기에 시간을 쏟아도 모자란 상황이어서 조기 국감을 내세우고 있다.
□ 野, 국정원해킹-메르스 국조 압박…'재벌개혁'으로 이슈 주도 포석 = 새정치연합은 여당이 이미 합의한 내용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국감 일정까지 여당 뜻대로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소위 구성을 비롯해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사회적 기구 구성 등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국감 자료 제출이 부실한 점도 지적하며 내실 있는 국감을 위해 물리적으로 9월 초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야당 역시 내년 총선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치적 속내가 숨어 있다.
국감이 여당보다는 야당이 활약하는 자리인 만큼 최대한 시기를 늦추고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국정원 해킹의혹 국정조사와 성완종 리스트 파문 특검 등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는 판단이다. 또한 전국민을 불안하게 했던 메르스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 및 청문회 등도 요구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나라를 뒤흔들고 국민을 불안케 한 사건들이 한두 개가 아닌데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9월에 국감을 하자는 건 이 사건들을 그대로 묻어버리자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임금피크제 도입=청년 일자리 확대'로 인식하는 정부여당의 노동개혁을 반대하고 있다. 정년을 앞둔 중장년층과 청년들의 일자리가 서로 맞을 수 없으며 기업이 임금피크제 도입 후,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새정치연합은 노동개혁보다 롯데 경영권 분쟁 사태로 목소리가 높아진 재벌개혁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을 맞은 기자간담회에서 '경제민주화 시즌2'를 약속한 바 있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재벌개혁을 위한 정책과 법안 발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의 노동개혁에 맞서 재벌개혁으로 이슈를 주도해 내년 총선을 이끌겠다는 포석이다. 재벌경영구조 개선은 물론 법인세 정상화 등을 통한 세수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정책위 한 관계자는 "정년을 앞둔 어른들 월급 줄인다고 기업이 청년들 일자리 만들겠나. 돈이 없어서가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다. 사내유보금이 500조나 된다"며 "정부의 노동개혁은 진짜 개혁이 아니다. 롯데 사태가 터진 지금이 재벌개혁을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민과 중산층의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게 우리 입장이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이 방향에 맞는 이슈와 정책들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