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6대 은행 중소기업 신용대출 비중 추이 비교.
정부가 은행계에 관계형금융 도입과 기술금융 확대 등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대출을 적극 늘려줄 것을 요청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대출 비중은 오히려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외환은행 등 주요 6대 은행의 상반기 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중 신용대출 비중이 지난해 말보다 모두 하락했다.
중소기업 신용대출 비중이 가장 높은 농협은행의 경우도 신용대출 비중이 2014년 말 39.6%에서 올해 상반기 37.55%로 2.05%포인트 감소해 6개 은행 중 신용대출 비중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하나은행 1.9%포인트, 국민은행 1.6%포인트, 신한은행 1.0%포인트, 우리은행 0.8%포인트 순으로 중소기업 신용대출 비중 감소 폭이 컸다. 외환은행의 경우 작년말 보다 0.1%포인트 낮은 35.8%로 중소기업 신용대출 비중이 두번째로 높은 은행의 자리를 유지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중소기업 신용대출 비중이 20.8%와 20.9%로 간신히 20%대를 넘기면서 신용대출 비중이 낮은 그룹에 속했다.
이같은 결과는 정부가 은행으로 하여금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금융을 강화해 실물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정책방향과 역행하고 있는 것이어서 그 배경에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6월 대한상의에서 열린 한국금융학회 정책심포지엄에 참석해 "담보 위주의 대출관행을 탈피해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우대하려는 기술금융은 항구적인 중소기업 금융시스템으로 발전시켜야 할 제도"라며 기술을 담보로 한 신용대출의 활성화를 주문한 바 있다.
정부는 또 중소기업이 양호한 사업전망에도 은행에 충분한 담보나 보증을 제공하지 못해 원활한 자금지원이 안 되는 상황이 계속되자 지난해 11월 관계형금융을 도입했다.
관계형금융은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사업전망과 성장가능성, 대표 전문성과 도덕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자금을 지원하고 사업성과를 공유하는 금융시스템이다.
정부의 이같은 정책이 효과를 발휘했다면 중소기업의 신용대출 비중이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금융계에선 올들어 자영업자나 영세사업자의 담보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대출 비중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하고 있다.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 연구실장은 "최근 대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줄면서 은행권대출이 중소기업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중소기업 대출이 급증하는 과정에서 담보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은행들도 지식금융이나 기술금융 등을 확대하는 등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자영업자나 영세사업자 등에 대한 대출이 늘면서 담보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은행은 리스크 관리 때문에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대출을 늘리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담보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미래가치와 경영 연속성 등을 감안해 신용대출을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물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라도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자금지원이 필요하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에 있어서 은행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책금융기관의 직접대출도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또 "리스크 발생 빈도를 감안하면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높지만 부실여신으로 인해 경제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대기업의 리스크가 더욱 크다"고 덧붙였다.
7월 대기업에 대한 은행의 원화대출금 잔액은 164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9월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금은 올해에만 36조9000억원이 늘어 지난달 기준 543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6대 은행 대기업 신용대출 비중 추이 비교.
한편 대기업 신용대출 비중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 6개 은행 중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보다 상반기 대기업 신용대출 비중이 늘었다. 반면 농협은행과 외환은행은 대기업에 대한 신용대출 비중은 줄고 담보대출 비중이 늘었다.
신한은행은 대기업 대출에 대한 데이터 공개를 거부해 대상에서 제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