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이 이명박 정권 시절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었던 해외자원개발 펀드와 관련된 부처 간 공문 등 국정감사 자료제출을 거부해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야당은 수은이 제출하지 않는 공문의 발신인은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여서 이덕훈 수은 행장이 권력 실세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덕훈 행장이 지난 대선때 박근혜 대통령후보 진영에서 일하며 불법대선활동을 벌인 대가로 행장에 올랐다고 비난해왔다.
27일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에 따르면 수은은 지난 2009년 1월 시행된 한국수출입은행법에 따라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아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홍종학 의원은 이법에 따라 당시 지식경제부의 펀드참여 독려 공문과 기재부 승인 공문 등이 오갔을 것으로 보고 수은측에 자료를 요청했으나 제출을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홍종학 의원은 "당시 지식경제부 주도로 졸속 추진됐던 해외자원개발펀드가 현재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어 문제"라며 "2009년 12월 모집된 자원개발 1호펀드는 산업은행(55%), 석유공사(14%), 수출입은행(9%), 한전(4%), 광물자원공사(1%) 등 공공기관이 주도해 현재까지 3641억원이 투자됐으나 지난해 말 기준 49%(1789억원)의 손실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석유공사와 수출입은행의 주도로 설정된 자원개발 2호펀드는 총출자액 300억원(수은 22억원)을 투자했으나 현재 28%(86억원)의 평가손을 입고 있는 중이다.
수출입은행이 주도한 탄소펀드는 437억원(수은 57억원)이 투자됐는데 탄소배출권 자산의 손실률이 99.9%에 달하는 등 총 67.6%의 손실(228억원)을 입고 있다.
이 펀드들은 2009년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에너지 자주개발률 제고 등 자원개발에 동원하기 위해 관련 법령이 개정돼 투자근거가 마련된 이후 지경부의 펀드 참여요청과 수은의 투자신청, 기재부의 투자승인 과정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져 구성됐다.
야권은 당시 공공기관들이 이명박 정부의 역점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해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수백억, 수천억원씩 투자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홍종학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국책은행의 법령을 개정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추진한 해외자원개발사업도 문제지만 이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없이 수백억원을 투자해 손실을 입은 수출입은행의 책임도 매우 크다"며 "더구나 당시 책임자가 권력 실세의 자리에 있다는 이유로 국정감사 자료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수은의 행태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최근 성동조선, 대우조선해양 등 부실여신으로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는 수은의 문제점에 대해 이번 국정감사에서 철저히 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홍 의원은 수은의 부실경영과 정치권 눈치 보기를 제한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과반수 이상으로 하는 등 이사회를 보다 투명하고 내실있게 운영하도록 하는 수출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