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세법에서 부과제척기간이 지난 증여도 그 후 이루어진 증여와 합산하여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도 개정법 시행 전에 이루어진 증여분에 대해선 소급하여 합산과세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원래 증여세는 각각의 증여가 있을 때마다 별도로 부과된다. 그런데 세법에서는 같은 사람이 특정인에게 증여를 여러 번으로 나누어서 한 경우 나중에 이루어진 재차 증여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할 때 그로부터 10년 동안 이루어진 증여분을 모두 더하여 증여세 과세가액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이 증여세 과세가액에 세율을 곱해서 납부할 세액을 계산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증여세에 대해서는 누진세율이 적용되는데, 누진세율을 회피하기 위하여 증여를 여러 번으로 나누어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대신 이중과세를 막기 위해서 최종적으로 내는 세액을 계산할 때 종전 증여분에 대한 세액을 빼준다.
한편, 세법에서는 국가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었던 날로부터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는 더 이상 세금을 부과할 수 없도록 하는 ‘부과제척기간’을 두고 있다. 증여세의 부과제척기간은 10년이나 무신고나 부정행위가 있는 경우 15년으로 연장한다.
그렇다면 재차 증여에 대한 증여세 과세가액을 계산할 때, 10년 내 이루어진 종전 증여 중에서 이미 부과제척기간이 지난 증여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과제척기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증여세 과세가액에 합산해야 할까? 합산한다면 종전 증여에 대한 세액을 최종적으로 납부할 세액에서 공제해야 할까?
구법에서는 부과제척기간이 만료된 종전 증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었다. 대법원은 구법이 적용된다면 재차 증여의 증여세 과세가액에 부과제척기간이 지난 종전 증여분을 가산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1997년부터 시행된 개정법에서는 부과제척기간이 지난 종전 증여도 증여세 과세가액에 합산해야 하고, 최종 세액을 계산할 때 부과제척기간이 지난 종전 증여에 대한 세액은 공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부과제척기간이 지나서 증여세를 안 낼 수 있었던 증여분에 대해서도, 그 이후에 재차 이루어진 증여 때문에 그와 함께 증여세를 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렇다면 개정법 시행 전에 이루어진 종전 증여에 대해서 개정법 시행 후에 부과제척기간이 지났다면 어떻게 될까? 개정법을 적용해서 아직 부과제척기간이 지나지 않은 나중의 재차 증여와 함께 증여세 과세가액에 더하여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을까?
이번 사건은 1995년과 1996년에 각각 증여가 이루어졌고 세무서에서 2011년에 이들을 증여세 과세가액에 더하여 세금을 부과한 것이었다. 세무서가 증여세를 부과한 당시 1995년의 증여분의 경우 15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지난 사안이었다.
대법원은 1995년의 증여분을 증여세 과세가액에 합산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구법에 의하면 부과제척기간이 이미 지나서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는 종전 증여에 대해 개정법을 적용하여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소급 과세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개정법의 부칙에는 개정법을 개정법 시행 후에 이루어진 증여에 대해서 적용한다는 조문도 있고, 개정법을 개정법 시행 후에 매기는 증여세에 대해서 적용한다는 조문도 있어 두 조문 사이의 관계가 모호하다.
대법원은 개정법 시행 전에 이미 이루어진 증여에 대해서는 개정법 시행 이후 증여세를 부과하는 경우라도 구법이 적용되므로 부과제척기간이 지난 종전 증여를 증여세 과세가액에 합산하지 못한다고 보았다.
개정법의 부칙을 글귀 그대로만 해석한다면 개정법 시행 전에 이루어진 종전 증여에 대해서 부과제척기간이 지났어도 그 후에 이루어진 재차 증여와 함께 세금을 매길 수 있다는 해석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소급과세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에서 납세자의 신뢰와 법적 안정성을 중시하는 판결을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대법원 2015.6.24.선고 2013두23195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