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해외파견근무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주재원들의 소득세 신고의무와 기업들의 근로소득 원천징수의무가 수반되기도 한다.
근로소득이라는 종속적 인적용역의 특성상, 근로소득이 지급되는 원인인 근로활동이 물리적으로 제공되는 파견근무지 국가는 해당 소득의 원천국으로서 과세권을 행사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소득과 관련하여 한국에서도 납세의무가 여전히 발생할 수 있는 이유는 해외주재원들이 여전히 세무상 거주자로서 국내외원천소득에 대한 납세의무를 지기 때문이다.
종합소득세 법정신고기한인 5월경이 되면 과거 해외파견근무 과세기간에 대해 세무상 거주자로서의 납세의무 이행을 주장하고 가산세를 부과하려는 과세관청과 이 기간동안 세무상 비거주자로서 국외원천소득인 근로소득에 대한 납세의무가 없음을 주장하는 해외주재원간의 갑론을박을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과세관청이 해외주재원에 대해 파견기간 동안에도 한국의 세무상 거주자로 판단하는 것은 소득세법상 해외주재원이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나 자산 상태로 보아 파견이 끝난 후 재입국할 것으로 판단될 때에는 거주자로 보기 때문이다.
2015년 귀속연도부터 적용되는 개정 소득세법에서도 해외주재원의 세무상 거주자 판정 규정은 더욱 강화되었다. 비거주자가 거주자로 전환되는 근거가 되는 국내 주소와 거소의 판단에 있어 1년을 기준으로 하던 것이 183일로 축소된 반면, 동시에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는 1년 이상 국외에 거주할 것을 통상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진 때에는 국내에 주소가 없는 것으로 보아 거주자가 비거주자로 전환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던 기존 규정은 183일로 축소된 것이 아니라 아예 삭제되었다.
또한, 내국법인의 국외사업장 및 해외현지법인 등의 임직원 등에 대한 거주자 판정시(구 거주자 판정의 특례 규정), 내국법인의 100분의 100을 출자한 해외현지법인 등으로 규정되어 있던 출자의 정의에 간접 출자도 포함함을 명확히 한 바 있다.
세법 개정을 통한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과 납세자인 주재원간에 세무상 거주자 해석에 있어 좁혀질 수 없는 간극이 발생하는 것은 국내 소득세법상 현행 거주자 판정 규정이 갖고 있는 다음과 같은 한계에서 비롯된다.
1. 거주자 판정의 주요 기준인 국내 주소가 충분히 정의되어 있지 않다. 현행 소득세법상 주소는 국내에서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 및 국내에 소재하는 자산의 유무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에 따라 판정한다고 되어 있을 뿐 보다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아 민법상 주소의 개념을 준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2. 납세자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에 따라 주소나 거소의 존재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지 계측과 입증이 가능한 객관적인 판단기준이 상세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다.
3. 가족과 자산과 직업, 그리고 체류일까지 납세자의 사실 관계에 따라 종합판단하게 되어 있고, 제반 사실 관계가 서로 충돌되는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판단기준의 순위가 정해진 바가 없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의 소득세법과 조세조약 OECD 모델 등의 그 규정과 대비한다면, 도식화할 수 있을 만큼의 구체적이고 계측과 입증이 가능하며 순차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판정 기준이 결여되어 있는 셈이다.
구체성과 객관성, 우선 순위가 결여되어 있는 현행 소득세법 하에서는 산업구조와 비즈니스 형태,생활패턴이 나날이 국제화 복잡화되고 있는 주재원들의 다양한 사실관계를 담아내기에 어려움이 많다. 해외근무의 대표적인 유형만 보더라도, 직간접 100% 출자 현지법인 뿐만 아니라, 외국 파트너사와의 합작사, 관계회사, 장기 반복 출장, 병행 근무, 현지 채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실무상 거주자 판정은 국외사업장과 직간접 100% 출자 현지법인 만을 열거하고 있는 거주자 판정의 특례 규정을 준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6개월 이하의 단기 파견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파견근무지 국가에서도 현지의 소득세법에 의거하여 세무상 거주자로 판정될 가능성이 높은 해외주재원들의 이중거주자 문제는 조세조약을 통해서만 궁극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조세조약상 순차적으로 적용되는 다섯 가지 거주자 판정 기준에 대한 국가간 상이한 해석과 실무 적용상 한계 등은 논외로 하더라도, 해외의 소득세법 및 판례를 정밀 분석하여 한국형 거주자 판정의 기준을 보다 명확히 수립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최근 지속되고 있다.
개정의 방향이 결과적으로 거주자 판정의 강화 혹은 완화이든지 간에 적어도 소득세법에 대한 이해 부족과 해석의 차이로 인한 납세의무 불이행이 양산되는 것을 방지하고 납세자인 해외주재원이나 원천징수의무자로서 납세협력의무자인 회사의 의무 이행을 위한 노력과 비용이 불필요하게 증가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과거 개인의 책임으로만 국한되던 해외주재원의 소득세에 대해 해외진출의 오랜 역사와 경험을 보유한 유수의 국가와 다국적기업들의 선례가 시사하듯이, 당사자인 주재원 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각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기업의 모든 활동이 온라인 상에서 완벽하게 수행되거나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는 그 날이 올 때까지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은 결국 해외주재원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