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화상경마장을 둘러싼 한국마사회와 참여연대의 갈등이 '탈세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급기야 마사회를 '부가가치세 탈세' 혐의로 엮어 국세청에 고발까지 했다. 화상 경마장 입장권 가격에 비해 입장권에 표기된 부가세액이 터무니없이 작다는 것이 참여연대 고발장에 적힌 고발이유다.
마사회 측은 참여연대의 주장에 반박하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세청이 판단을 내리기 전까지는 '진실'은 미로 속을 헤매일 것으로 보인다.
◆…도박장 나가라! = 지난 30일 용산 화상경마장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민단체의 화상경마장 설립, 운영 반대 시위. 시민단체들은 용산화상경마장 건립계획 단계부터 주거, 교육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설립, 운영을 반대해왔다. 지난 7월 참여연대는 마사회를 부가세 탈세 혐의로 국세청에 고발했고, 최근에는 용산경마장 내 키즈카페 설립에 정부가 혈세를 투입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 3만원짜리 입장권, 부가세는 고작 182원? = 주거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용산 화상 경마장 건립과 운영을 지금 현재까지 반대해 오고 있는 참여연대는 용산 화상 경마장 입장권에서 묘한 점을 발견했다.
입장권 가격은 2000원, 2만원, 3만원권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시민단체의 반발로 현재는 2만원, 3만원권 2종류 판매 중) 입장권에 찍혀 있는 부가세액은 '182원'으로 동일했던 것이다.
참여연대는 지난 7월29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점을 부각시키며 마사회가 부가세를 탈세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를 국세청에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2013년부터 마사회는 전국 30개소의 화상 경마장을 '지정좌석제'로 변경하고 입장료를 대폭 인상했지만, 그에 따라 부가가치세를 상향하지 않았다"며 "2000원, 2만원, 3만원 등 각각 다른 입장료에 부과된 부가가치세가 182원으로 같은 것은 세금을 적게 내려는 시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마사회 부가세 탈세 의혹에 대해 국세청에 고발했고, 국세청으로부터 신고 접수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현재 고발건의 타당성 여부를 관할 세무서(동안양세무서)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 펄쩍 뛰는 마사회, "참여연대 주장 황당" = 참여연대의 주장이 얼핏 보면 타당성이 짙어 보이는 것이 사실. 실제로 참여연대가 탈세근거로 제시한 용산 화상 경마장 입장권에는 3만원이라는 금액이 명시되어 있으며 하단에 182원의 부가세가 부과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를 있는 그대로 보면 탈세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이렇게 뻔뻔하게, '우리 탈세하고 있다'를 광고한다는 것이 상식과는 동떨어지기 때문이다. 마사회는 참여연대 주장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용산 화상 경마장은 물론 전국에 산재한 화상 경마장 2만원, 3만원권 입장권에는 법정 입장료 2000원과 나머지 추가 시설이용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가 문제로 삼았던 입장권에 표기된 부가세 182원은 법정 입장료 2000원에 대한 것이고, 나머지 시설이용료 부분에 대한 부가세는 따로 계산해 과세당국에 성실히 납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참여연대가 국세청에 확인만 해봤어도 이같은 터무니 없는 의혹제기는 없었을 것이다. 만약 문제가 됐다면 지난해 세무조사를 받는 와중에 국세청이 잘못된 부분을 발견했을 것"이라며 "마사회는 성실하게 부가세를 납부해왔다"고 해명했다.
또한 입장료를 2, 3만원대로 대폭 인상했다는 참여연대측 주장과는 달리 경마장 법정 입장료는 지난 2014년 1월7일 한국마사회법 시행규칙이 개정, 기존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인상된 뒤 변동이 없는 상태다.
□ 오해, 그리고 불신이 낳은 대립 = 현재 국세청은 참여연대가 고발한 내용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당성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내려지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국세청은 마사회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를 진행, 50억원 안팎의 세금을 추징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는 사내근로복지기금과 관련해 마사회 직원 개개인에 부과한 증여세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의 주장과 연계된 부분도 확인이 진행됐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세청은 탈세 등 특별한 혐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안팎에서는 화상 경마장 운영을 둘러싸고 대립한 참여연대와 마사회 사이의 '불신'이 '오해'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용산장외경마장의 입장권. 참여연대에서 근거자료로 제시한 왼쪽 입장권의 빨간 동그라미 안에는 '부가가치세 182원'이라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으나 본지에서 한달여 뒤 구입해 본 입장권에는 '부가가치세 10%'라는 문구로 대체됐다.
참여연대가 탈세의 근거로 제시한 용산화상경마장 입장권에는 3만원이라는 금액이 명시되어있으며 하단에 182원의 부가세가 부과된다는 문구가 들어가있다.
이 때문에 얼핏 3만원이 입장료인데 부가세는 182원에 불과, 탈세혐의를 지적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마사회가 입장권 가격은 '입장료 + 시설이용료'라며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입장권 어디에도 이를 적시한 문구가 나와있지 않았기 때문에 오해를 키운 것이라는 설명이다(최근 화상경마장 입장권에는 '부가세 182원'이라는 문구가 '부가세 10%'라는 문구로 대체됐다).
한편 이러한 화상경마장의 가격체계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예규를 통해 2만원권, 3만원권 단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는 용산화상경마장의 가격체계가 위법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판단을 내놓았다.
현재 2만원권, 3만원권 입장권만을 판매하고 있는 화상 경마장은 법정 입장료 2000원을 지급하고서는 입장이 불가능하며 반드시 추가 시설이용료를 지불해야만 입장이 가능한 구조인데 이 부분이 적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농림축산식품부는 예규를 통해 "한국마사회가 한국마사회법 시행규칙 제3조 제1항에 따른 입장료(2000원) 외에 시설사용료(3000원)를 추가로 내지 않으면 장외발매소에 입장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마사회가 일단 입장료를 내고 경마장이나 장외발매소에 입장을 한 후 별도의 특별한 시설에 대한 사용료를 추가로 받을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입장료와 별도의 시설사용료를 내지 않을 경우 입장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한국마사회법령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명시했다.
또한 한국마사회법 시행규칙 제3조 제1항에서도 '입장료를 징수하려면 1명당 1일을 기준으로 2000원 이하의 범위에서 그 금액을 표시한 입장권을 팔아야 한다'고 명기하고 있기 때문에 마사회의 2만원권, 3만원권 입장권들이 현행 법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또한 예규는 "한국마사회법 제23조 제1항 제5호에서는 마사회 정관에 사업 및 그 집행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근거로 해 '한국마사회 정관'에 시설사용료를 입장료와 함께 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을 규정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사회 정관에는 시설사용료와 입장료를 함께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는 내용의 조항이 없다. 2000원 이상이 표기된 입장권을 발매해도 된다는 조항이 시행규칙상이나 정관 어디에도 나타나있지 않은 것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이같은 영업방식의 근거규정은 현재 정관에 나타나있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내부적인 법적해석을 통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