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 제 50회 공인회계사시험 수석 합격한 조원호 씨. (사진 : 김용진 기자)
제50회 공인회계사시험 수석합격 조원호 씨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어요"
2015년도 제50회 공인회계사시험에서 수석 합격을 차지한 조원호 씨(24)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수석 합격 소식을 전해듣고 믿기지 않았단다. 그는 금융감독원에 직접 전화로 확인한 뒤에야 수석 합격의 기쁨을 가족과 함께 나눌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조원호 씨는 공인회계사 시험 최종 합격이 간절했고 시험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었다.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경영학 복수전공) 4학년에 재학 중인 조원호 씨는 군에 입대해서 회계 관련 공부를 시작했고 2012년 여름 군 제대 후 본격적으로 공인회계사 시험 준비에 들어갔다.
□ 자본시장 파수꾼, 공인회계사 매력에 빠져
"사실 처음부터 공인회계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도 여느 대학생 처럼 로스쿨에 관심도 있었고 교환학생에 대해 고민도 하는 등 갈팡질팡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학선생님이셨던 아버지 영향을 받아 숫자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고 회계사가 기업과 산업 전반적인 구조를 보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의 파수꾼'이라는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회계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조 씨는 공인회계사 시험의 범위가 넓어 학교생활과 병행을 하면서 단기간에 승부가 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처음에는 회계 관련 용어에 익숙해지는 것부터 목표로 삼았다.
또 준비가 많이 부족했지만 경험 삼아 2013년 1차 시험에 응시했고, 학교 공부와 병행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해 2013년 휴학을 하고 공인회계사 공부에만 집중했다.
□ '페이스메이커' 두고 '귀 닫고' 자신만의 공부방식으로 승부
휴학을 한 1년 동안 수험공부에만 집중한 원호 씨는 2014년 1차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고, 동차 2차 시험에 대해서는 자신만의 전략을 세웠다. 아슬아슬하게 모든 과목을 준비하는니 4과목에 집중해야겠다고 판단한 것.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회계감사를 제외한 4과목만 철저히 준비했고 높은 점수로 4과목 모두 합격할 수 있었다.
"2차 시험 결과가 나온 뒤 5과목 다 시험을 봤어도 합격했을 거라는 주변의 아쉬운 반응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얘기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4과목만 집중해서 준비했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고 이듬해 회계감사에만 몰두해 수석합격이라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조원호 씨는 자신만의 수험전략을 2가지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공인회계사 시험을 함께 공부하는 '페이스메이커'를 두는 것이다.
"친구 선배와 함께 시험을 준비하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주변에서 열심히 준비하는 걸 보니 저 역시 열심히 하게 되었습니다. 공인회계사 시험은 장기 레이스이기 때문에 같은 어려움을 겪는 수험생들과 고충도 나누고 서로 응원한 덕분에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수험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조 씨는 하루 평균 13~14시간씩 공부했다. 그러나 시간만 채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공부량과 상태를 수첩에 적어가며 부족하다고 판단된 부분은 보충하는 등 자신의 수험생활을 자가진단하며 목표를 맞췄나갔다.
"하루 13~14시간씩 공부하면서도 시작과 끝을 정해놓고 공부했기 때문에 스스로 세운 계획을 수행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의 두 번째 수험비법은 '귀를 닫는 것'이었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겪는 시행착오는 주변에서 좋다고 강조하는 강의나 교재에 맹목적으로 빠지는 것이다.
사실 교재나 강의, 공부 방법은 수험생 수만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주변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 오히려 자신의 페이스를 잃고 맞지 않는 공부방법에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는 것.
"저도 귀가 얇아 처음에는 주변 얘기에 우왕좌왕했습니다. 주변에 휘둘리게 되면 시간, 에너지 낭비가 커 결국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무수히 많은 강의와 교재를 다 볼 수 없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강의와 교재를 선택해서 믿고 밀고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조 씨는 "학원 심화종합반을 등록해 수강을 해보았지만 자리다툼과 평소 인터넷강의를 듣던 스타일과 달라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자신만의 공부방법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장기레이스, 적절한 휴식이 곧 좋은 공부방법
공인회계사 시험이 한두 달에 끝나지 않고 1년, 2년이 걸리는 장기 레이스이다 보니 그도 스트레스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단다. 조 씨는 수험생활 틈틈이 적절한 휴식을 취해야 지치지 않고 끝까지 공부에 매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한 그도 때론 즐기면서 학창시절을 보내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고 자신이 초라해보이기도 했단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시험 준비를 했기 때문에 축제 등 캠퍼스 생활을 즐기는 학우들을 보면 '다른 세상에 살고 있구나'라는 괴리감이 들었습니다" .
하지만 공인회계사 시험은 자신이 원해서 시작한 시험이었기 때문에 마음을 바로 잡았다. 그는 공부를 하면서 쉴 때는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고 털어놨다. "친구들을 만나도 수험생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안 됐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쉴 때는 조금이라도 수험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 함께 공부를 하는 친구나 선배들도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 "자신의 선택을 믿는 것이 가장 좋은 수험 전략'
조 씨는 같은 어려움을 겪을 후배 수험생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회계사 시험은 공부할 양이 많아 지치기 쉬운데 회계사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누구나 거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담담하게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입니다" 주변 소리에 너무 귀 기울이지 말고 자신을 믿고 진득하게 준비해야 시행착오를 덜 겪을 수 있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어느 강사나 교재를 선택하더라도 자신의 선택을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원호 씨는 여러 대형 회계법인에서 제안이 있었지만 삼일회계법인을 선택했다. 우선은 큰 회계법인에서 체계적으로 배우는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아직 무엇을 전문으로 하는 회계사가 되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지 않지만 택스 부분에 좀 더 집중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해 영어가 회계사 업무를 하는데 발목을 잡지 않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조 씨는 공인회계사 시험의 인기가 식어가는 것과 관련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공인회계사는 전문성을 갖고 시장에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그 자체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