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전날(13일) 노동시장 개혁 핵심 쟁점인 '일반해고 도입'과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등에 관한 조정안 합의를 이룬 것에 대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고용의 질을 '하향평준화' 했다고 혹평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4일 노사정위의 합의에 대해 "청년 일자리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노사정이 수용한 대승적 결단으로 평가하며 환영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노사정 대타협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우리 스스로 결단을 내린 선제적 대타협이자 노사 상생의 의미를 담았다는 측면에서 우리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대타협"이라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이번 합의는 공무원 연금개혁에 이은 2번째 사회적 대타협의 결실"이라며 "이번 합의는 한국노총 지도부의 살신성인과 대결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한국노총 지도부를 치켜세웠다.
그러면서도 "오늘 오후 2시,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에서 합의안에 대한 추인을 받아야하는데 한국노총의 중앙집행위원 여러분, 여러분의 결단에 대한민국 미래가 달려있다"고 한노총을 압박했다.
김 대표는 "노동개혁 5개 법안을 면밀히 살펴보면 근로자에 도움 되는 근로자를 위한 법안들"이라며 "근로기준법은 결국 노사합의로 통상임금을 결정하고 휴일근로, 연장근로를 포함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용보험법은 실업자에게 주는 실업 급여에 지급수준과 기간을 확대하는 것이고 산재보험법은 통상적 출퇴근 재해를 산재로 인정하는 것으로 근로자들에게 매우 유리한 근로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이날 노사정 합의에 대한 야권과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한 듯, "개혁 결과에 대해선 내년 4월 총선에서 국민들의 평가를 받겠다"고 합의에 따른 법안 절차와 정책추진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뜻을 확실히 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이같이 밝히고 야당을 겨냥, "야당은 선거를 의식하고, 특정집단을 의식해 개혁의 발목을 잡아 경제 개혁의 마지막 기회를 놓친다면 그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원유철 원내대표는 노사정 합의에 따른 후속조치로 '연내 입법화' 방침을 명확히 했다.
원 원내대표는 "내년 1월1일부터 정년연장 의무화가 시행된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면서 취업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연내에 노동개혁 입법을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며 "오늘 당정 회의도 했는데 이 결과도 존중해 야당과 함께 협의해 국회에서 입법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이날 노사정위원회의 합의에 대해 혹평을 쏟아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동계가 반대해온 일반해고 요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 외에도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 대책까지 담겼다"며 "노사정위는 단서조항으로 '정부는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강조하지만, '쉬운 해고' 정부안을 사실상 수용했다. 뜻밖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삶의 안정과 고용의 질을 '상향평준화'가 아니라 '하향평준화'하는 합의안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는 노동계의 요구를 '정규직을 비정규직처럼 쉽게 해고할 수 있다'는 정부의 동문서답식 정책으로 관철시킨 합의안이라는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동개혁 문제는 대통령이 공약을 깨고, 성과를 몰아붙이고, 여당 대표가 '3만 달러 쇠파이프론'으로 선동해서 얻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국민과 미래세대의 삶의 질과 고용의 안정성에 대한 노동시장 전반에 대한 문제다. 사회적 불평등과 서민경제 민생정책의 핵심의제"라고 강조했다.
유승희 최고위원도 "노사정위 대타협 합의안은 대타협이라는 탈을 쓰고 노동계에 항복문서를 받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최고위원은 "최대 쟁점인 쉬운 해고에 대해 노사간 충분히 협의한다는 합의안이 곧 노동계 목소리를 수용한다는 건 아니다"며 "노동기본권을 행정지침으로 만들겠다고 하는 발상은 군부독재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추미애 최고위원 역시 "이번 합의는 청년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양극화 문제 등 노동시장 개혁과 방향이 전혀 다르다"며 "가장 안타까운 건 단군 이래 최대 실업난을 겪는 청년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좋은 일자리 만들기를 해야 하는데, 노동시간도 특별연장근로 포함해 주 60시간으로 하는 허망한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