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가산세·상증세…정치권vs최경환 '대격돌'

법인세율 인상 문제가 다시 거론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법인세 인상 불가' 입장을 밝혔음에도 정치권에서는 계속해서 법인세 인상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업무용 자동차 과세 문제와 부가가치세에 대한 원천징수 문제를 놓고 정치권과 최 부총리가 견해를 달리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도 보였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은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했던 것을 정상화해야 대한민국이 정상화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OECD 평균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법인세 인상을 성역처럼 하고 있는 정부를 보면 기업과 유착하는 '정경유착'이라고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오제세 의원은 재정적자 규모를 언급하며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700조원인데 대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걷어야 한다"며 법인세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대기업은 지금 세금을 많이 내고 있다"고 반박했고 오 의원은 "대기업의 금고를 지키는 정부냐, 아니면 국민의 재정을 지키는 정부냐"라고 발끈했다.

최 부총리는 이에 굴하지 않고 "법인세수의 90% 이상은 대기업이 부담하고 있다"며 "일회성으로 법인세를 늘린다고 세금이 더 들어오지 않는다. 법인세율을 인상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일부분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복지지출 등 재정개혁을 해야 한다. 비과세·감면 정비 등 재원을 확충하고 일자리를 늘려서 자연적으로 세수 증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금은 기업들이 투자를 안하기 때문에 기업환경을 개선해서 투자를 늘려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한편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은 정말 많이 내고 있다. 더 내게 하려면 더 설득을 해야 한다"며 "부자증세와 대기업 증세를 해서 정부 지출수요를 맞출 수 없다. 사회복지 지출을 구조조정 해가면서 증세를 해야한다"고 밝혔다.

부가세 원천징수·매입자 납부제도 '동상이몽'

장기화되는 세수결손 사태에 여당 의원들은 부가세 원천징수와 매입자 납부제도 확대 등의 방법으로 체납비율을 줄여 국고를 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최 부총리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기술적인 문제와 사업자에게 부담을 지운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은 "지난해 기준 부가세는 우리나라 전체 세수의 27%를 차지하는 최대 세목이지만 체납비율도 가장 높다"며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해서는 부가세를 원천징수해야 한다는 것이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결과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즉시 부가세를 원천징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신용카드사에 (부가세를 원천징수하는 것은) 물품에 따라 과세되는 것이 있고 과세되지 않는 것이 있어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며 "부가세 원천징수를 일괄적으로 하게 되면 매입세액과 매출세액의 차이 만큼 사업자의 자금 부담이 일어난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 역시 "매입세액과 매출세액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실시간 환급을 해줘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납세협력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며 "사업자들이 신용카드 거래를 회피하고 현금 위주로만 거래하려는 요인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 실장은 "신용카드사가 원천징수하는 방법은 간이과세자들이 문제가 된다. 일반과세자는 부가세를 10%를 떼면 되지만 간이과세자는 부과율이 달라서 신용카드사에서 일일이 구분해야 하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서 종합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부가세 매입자 납부제도를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부가세 매입자 납부제도란 매입자가 매출자에게 부가세를 직접 지급하지 않고 전용계좌를 사용해 지정 금융기관에 입금하면 금융기관이 국고에 납입하는 제도이다.

현재는 무자료 거래가 많은 금지금, 고금, 금 스크랩, 구리 스크랩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최 부총리는 "과세 인프라나 사업자의 자금 물량 등을 생각해서 한 번에 시행하기 보다는 탈루 가능성이 높은 품목 등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 "상속·증여세율 과도하다" 

정부의 상속세와 증여세의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발표에 야당 의원이 문제를 삼자 최 부총리는 오히려 상속세율과 증여세율이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의원은 "정부의 중장기조세정책을 보면 젊은 세대로의 부의 이전이 원활이 이뤄지도록 증여를 쉽게 하겠다고 한다"며 "증여세 과세 대상자를 줄인다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는 "우리나라 증여세율을 보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그래서 편법 증여와 상속이 현실이 됐다. 이런 부분을 양성화시키고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령층을 보면 주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주택만 있고 이것이 소비로 연결되지 않는다"라며 "이것을 자녀세대로 이전해주면 자녀세대에 보탬도 되고 소비도 증진된다"고 밝혔다.

과도한 가산세율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만우 의원이 가산세율이 과도하다고 지적하자 문 세제실장은 "현재 가산세는 연리 10.95%로 최근 저금리 상황 고려할 때 높다는 얘기도 있지만 은행의 연체이자율 감안해서 하는 것"이라며 "시중은행 연체이자율과 OECD 주요국 가산세율 보면 크게 높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업무용車 구입액 상한선 설정 '논란'

업무용 차량 구입비용에 대한 경비처리 제한을 두자는 지적에 최 부총리가 '통상마찰'이 불거질 수도 있다며 반대입장을 드러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차량가격이) 2000만원이든 2억원이든 임직원 전용보험에만 들어가면 절반은 경비처리 인정해준다고 했는데, 이건 잘못된 것"이라며 "비싸면 비쌀수록 공제혜택을 보게 되는데, 경비처리가 불공평하게 되어 있다. 액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그 부분(상한액)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합리적인 선에서 처리가 됐으면 좋겠다"며 "과거에 이미 이런 움직임이 있었을 때 다른 나라에서 통장마찰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 FTA 체결하는 과정에서 배기량 기준으로 하기로 했다"며 사실상 상한선 설정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