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개정의 시즌이다.
조세는 국가재정을 충당하는 것을 기본 기능으로 삼고 있다. 조세의 주된 목적이다. 한편 오늘날 국가는 조세를 국가경제의 안정과 성장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세를 정치의 목적으로 사용한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다 보니 조세의 주된 기능보다는 부수적인 목적에 이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세법 개정의 내용은 온통 국가재정의 건전한 충당보다는 경제와 정치에 관련된 조항들로 가득 찼다. 세법 개정이 정치와 경제의 목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오늘날 국가경제의 안정과 성장은 매우 중요하다. 국민의 행복한 삶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조세를 통한 어느 정도의 정책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 모든 문제를 조세에 의존하여 해결하려는 정치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조세는 조세원칙에 따라 부과되고 징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세는 조세법률주의에 의하여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부과되고 징수되어야 한다. 조세를 통하여 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정책은 대부분 조세의 감면으로 이루어진다. 조세의 감면은 특정 납세의무자인 기업과 개인에게 조세 혜택을 주는 것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조세의 공평을 해칠 수 있다. 그래서 조세감면은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하여, 특별히 조세를 감면할 경우 ‘조세특례제한법’에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조세특례제한법의 감면 조항은 폭증하고 있다. 조세의 ‘특례제한법’이 아니라 ‘특례제조법’이 된지 오래이다. 조세의 특례를 제한하는 것보다는 특례를 신설하는 법이 된 것이다. 조세특례제한법은 1965년에 ‘조세감면규제법’으로 입법된 후, 1998년 ‘조세특례제한법’으로 개칭되면서 146개 조항으로 시행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항 수를 세기도 어렵다. 예를 들면 ‘조세특례제한법’ 104조는 삭제되었지만, 104조의7에서 104조의 27까지 새로운 조항이 신설되었다. 현재 조세특례제한법에는 이러한 조항이 수도 없이 많다.
그러다보니 기업체는 받을 수 있는 감면 혜택을 일괄적으로 파악하기도 어렵다. 세무전문가들 조차도 어느 기업에 어느 조세 혜택이 있는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세법이 너무나 복잡하다보니, 과세표준과 세액 계산에 따른 시간과 납세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올 들어 여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각종 세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향후 5년간 비과세・감면액은 최소 21조4067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연평균 4조2813억원으로 중앙정부 1년 예산의 1% 수준이다. 그리고 올해 전체 국세 감면액은 33조548억원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조세의 감면으로 인한 국가의 부족한 세수는 언젠가는 우리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조세는 조세로 남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조세가 총선 등 표를 의식한 정치의 도구(시녀)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국가경제를 위해서 조세를 통한 일시적이고 간접적인 정책보다는, 장기적이고 직접적인 정책을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 실질적인 경제정책을 펴지 못하고, 조세를 통하여 간접적인 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조세를 간단명료하고 공평하게 입법하여, 국민이 납세의무자의 도리를 다 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조세사상과 철학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