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및 중견기업의 경영자를 만나보면 이들이 체감하고 있는 상속세에 대한 부담은 일반 대중이 생각하는 수준 이상으로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영자들이 상속세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첫번째,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대부분이 비상장회사 주식으로 자녀들이 상속을 받을 경우 이에 대한 세무상 평가가액이 높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 실제 자녀들이 이러한 주식을 상속 받게 된다고 하더라도 자녀가 이를 양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고 50%의 세율에 달하는 높은 상속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이유 등일 것이다.
현행 세법에서는 이러한 중소기업 경영자의 상속세 부담을 덜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매출액 3천억 미만의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중소기업 경영자의 상속시 최대 500억까지 상속재산가액에서 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자들이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현행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여러가지 요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여러 요건 중 이들이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규정이 바로 가업상속 적용시 가업의 전부를 상속인 1인이 상속받아야 한다는 단독상속에 대한 규정이다.
현행 법령(상증법 시행령 제15조 제4항 다항)에서는 상속인 1명이 해당 가업의 전부(민법에 따른 유류분 반환청구에 따라 다른 상속인이 받았거나 받을 상속재산은 제외한다)를 상속받은 경우에만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와 관련한 심판례(심사상속2013-39 2014.03.04)에서도 가업의 주식을 상속인 1인이 상속 받지 않고, 다른 상속인과 50%씩 균등하게 상속받은 경우에는 가업상속공제를 배제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의 국세청 유권해석(재산-390, 2012.10.31)에 의하면, 2개 이상의 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경영자가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를 하나는 큰아들, 다른 하나는 작은 아들에게 상속하는 경우에도 “해당 가업의 전부를 상속인 1인에게 상속하는 경우에만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한다”는 규정에 따라 2개의 법인을 모두 한명의 상속인에게 상속하지 않은 이유로 가업상속공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한 바 있다.
이와 같은 가업상속공제 시 상속인 1인에 대한 단독상속 요건은 상속재산의 대부분이 주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자산을 물려받을 상속인이 여러명인 대다수의 중소기업 경영자에게 실제적인 적용에 있어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물론 법령에서 유류분 반환청구 등을 통한 공동상속에 대해 일부 허용하고 있지만, 이러한 경우 불필요한 소송비용이 소요될 수 있으며, 실제 실행에의 번거로움 및 절차 상의 이해 부족 등으로 인해 대다수의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유류분 반환청구를 통한 공동상속은 고려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위와 같은 공동상속 규정에 대한 불합리한 부분을 인지한 정부에서 2014년 8월 개정세법안 발표시 기업별 상속인별 공동상속 허용 및 상속인 2인 이상이 공동상속을 받은 경우에도 가업승계를 받은 1인이 상속받은 재산에 대해서는 가업상속공제를 허용하는 법안 등을 상정한 바 있다. 그러나 2014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가업상속 관련 전체 법안에 대한 반대로 폐지됐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중소기업 경영자의 상속시 발생하는 과다한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여 중소기업의 지속적인 승계와 발전을 통해 나아가 국가 전체의 고용 및 부가가치 창출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이 같은 취지로 도입된 가업상속공제 제도에서 상속인 중 1인만이 모든 가업을 승계해야 한다는 요건은 현행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녀간 균등상속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자녀 별로 자신의 전문분야에 따라 선대의 가업을 승계하여 이를 발전시켜 고용을 증대하고자 하는 기업가 정신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딜레마인 원활한 가업승계를 통한 기업의 대물림 환경의 완화 측면과 부자감세라는 두가지 상반된 시선에 대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인 지는 국민 모두의 고민과 의견 개진 및 통합의 과정이 더 필요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