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면서
안녕하세요 이번 50회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김지혜입니다. 저는 현재 한양대학교 4학년에 재학중이며 식품영양학과와 경제금융학과를 다중전공하고 있습니다. 저는 2014년 3월에 본격적으로 시험준비를 시작하여 올해 동차로 최종합격하였습니다. CPA자격증과 제 전공이 연관은 없지만 평균 시험준비 기간에 비해 16개월이라는 짧은 수험기간을 거쳤던 제 경험이 비상경계열 수험생 등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느 대학생과 다를 것 없이 학교생활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진로고민으로 불안했던 2013년 가을학기에 우연히 회계원리라는 수업을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배워본 적 없었던 회계학에 매력을 느끼고 일정 학점만 이수하면 전공에 상관없이 CPA자격증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다음 겨울 계절학기로 재무회계1을 수강하며 도전하고 싶다는 확신이 강해졌고, 이왕 준비할거라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하라는 주변 이야기에 휴학을 하고 본격적으로 수험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 제가 진지하게 고민했던 점은 하나에 몰입하다가도 쉽게 질려버리는 제 성격 탓에 긴 수험생활을 중간에 포기해버리진 않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이 터널을 통과해보자 결심하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모든 운동의 시작 전에 워밍업이 있듯이 긴 기간의 수험기간 전에도 마음의 준비, 생활습관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1, 2월 동안 스마트폰을 꺼두고 책을 읽으며 책상에 앉아서 집중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2월 말부터 혼자 미시경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2. 수험기간
1) 2014년 3월~6월 : 학원에서 본격적인 시작
3월부터 6월까지 학원에서 재무회계, 원가관리, 세법, 재무관리를 수강하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정립하고 본격적인 수험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새벽부터 1시간 동안 버스로 이동하여 하루 종일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이 처음엔 참 곤욕이었습니다. 강의 도중 새 책과 노트에 졸다가 커피를 쏟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것도 적응이 안됐습니다. 2주 정도 지나니 차차 학원생활이 익숙해지며 아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또한, 앞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공부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생기기도 하였고 강사님들의 조언과 충고가 담긴 정보도 얻으며 공부에 재미를 붙여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공부가 낯설었기에 당일 배운 내용은 당일에 모두 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들으며 최대한 이해하려 했고 모르는 건 바로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학원에서 강의를 들으면 인터넷강의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수업시간에 더 많은 양을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초심을 이용해 집중해서 기본을 다졌던 이 시기가 제 수험기간에 가장 큰 기반이 되었습니다. 강의는 들은 날 바로 복습하고 주말에는 일주일 동안 배운 내용을 한 번 더 보며 흐름을 유지했습니다. 평일에는 아침 7시 전에 학원에 도착해 7시부터 강의 시작 전 2시간동안 공부하고 수업이 끝나고 자습실에서 저녁 9시까지 공부했습니다. 토요일에는 평소와 똑같이 7시부터 공부하며 저녁부터 일요일에 오전까지는 휴식을 취하고 오후에 공부하는 생활습관을 유지했습니다. 부족한 학점은 독학사 시험을 이용하여 채웠습니다. 학원에서 듣는 강의와 꼼꼼히 복습을 한 덕분에 수월하게 모자란 학점을 빠르게 채울 수 있었습니다.
2) 2014년 7월~11월 : 주요과목 기본서 반복과 기본강의 수강완료
7월부터는 학교 고시반에 입반하여 수험생활을 이어나갔습니다. 새벽 5시부터 일어나 왕복 2시간을 이동하던 학원생활에 지쳐 체력이 많이 떨어졌기에 학교 근처 체육관에서 주 3회 수영을 배우면서 체력도 길렀습니다. 4개월 동안 공부하는 생활습관이 잘 잡힌 덕분에 학교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공부했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학교 조교님, 선배, 친구들은 정보가 부족하고 고시반 생활이 처음인 저에게 생활 팁이나 공부 방법을 많이 알려주었고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평일에는 아침 8시부터 밤 11시 30분까지 공부를 했고 토요일에는 아침 8시부터 저녁 전까지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오전까지는 쉬고 일요일 오후부터 공부하는 생활 습관을 유지했습니다.
7, 8월 2개월 동안 재무회계연습과 세무회계연습을 인터넷강의로 수강하며 학원에서 배웠던 기본서도 병행해서 반복했습니다. 세무회계연습은 인터넷강의 수강 후 복습으로 세법개론 정독, 서브노트 필기 정리, 객관식세법 풀이, 세무회계연습 복습까지 8월 한 달 동안 매일 7~8시간씩 투자했습니다. 세무회계연습을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겁 없이 수험생활에 뛰어든 제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때서야 어떤 생활일지 몰랐기에, 얼마나 많은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몰랐기에 도전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겁도 나고 걱정도 들었지만 지금까지 해온 공부들과 주변 사람들의 격려와 응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세무회계연습을 완강한 후에는 절대적으로 투자한 시간이 늘어나 세법에 자신감이 생겼고 방대한 양을 소화하는 공부에 대해 정신적으로도 단련이 되었습니다. 연습강의를 듣지 않은 원가관리회계와 재무관리는 기본서를 반복하며 회독수를 늘리고 감을 유지했습니다.
9월부터는 거시경제, 경영과 상법 기본강의를 인터넷강의로 수강하였습니다. 강의수가 많은 상법 기본강의를 월~토 아침마다 빠짐없이 들었고 거시경제, 경영 순서로 저녁마다 격일로 3강씩 들었습니다. 미리 들어놓았던 미시경제, 재무회계, 세법, 원가관리, 재무관리는 기본서를 반복하며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기본강의를 들을 때는 항상 그 날 들은 범위에 해당하는 기본서 문제를 함께 풀었고 다른 과목 기본서를 복습할 때에도 다른 문제집 보다는 기본서에 수록된 문제들에 집중하였습니다. 이 시기에 기본서를 많이 반복한 덕분에 이후에 크게 강의 도움 없이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3) 2014년 10월말 ~ 2015년 2월 : 객관식 풀이 및 1차시험
모든 기본강의를 완강한 후 10월말부터 본격적인 객관식풀이를 이어나갔습니다. 바람이 차가워지니 시험이 가까워진다는 느낌도 들고 시간적인 여유가 사라져서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방법이었던 수영도 그만두고 공부에 몰입하였습니다. 객관식강의는 유난히 자신감이 없었던 경제학만 수강하였습니다. 1차 때 비중이 적은 재무관리와 원가관리회계는 주말을 이용하여 보충하였고, 경영학, 경제학, 상법, 세법, 재무회계 이 5과목은 매일 보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한 과목당 2시간을 기본으로 유동적으로 문제풀이와 기본내용 암기를 함께하였고 경제학은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을 격일로 다루었습니다. 경제학과 세법은 단원 별로 꼼꼼히 내용을 이해하고 문제에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매일 일정량의 단원을 순서대로 공부했습니다. 경영학, 상법, 재무회계는 방대한 시험범위를 머릿속에서 꺼낼 때 망설이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생각해 한 번에 많은 범위를 다루려 노력했습니다. 경영학은 객관식경영학을 통해 문제풀이와 내용암기를 반복한 후 마지막 한 달은 연도별 기출문제로 실전 훈련을 하였습니다. 상법 또한 서브노트와 기출문제를 3회독 한 후부터는 가로풀기로 자신감을 올리고, 재무회계는 하루에 4-50문제씩 항상 시간을 정해놓고 기계적으로 푸는 연습을 했습니다. 객관식 풀이를 하면서 인터넷강의를 최소화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었고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4) 2015년 2월 말 ~ 6월 : 2차시험, 진정한 나 자신과의 싸움
1차시험 직후에 1차를 통과했다는 기쁜 마음으로 2차 공부를 시작했지만, 마음을 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당장 1차만을 바라보고 달려왔지만 붙고 나니 2차라는 더 큰 산이 눈앞에 있었고 체력과 의욕이 떨어져서 집중력도 흐트러졌기 때문입니다. 2월 말, 재무관리와 회계감사 인터넷강의 수강을 시작했지만 재무관리는 익숙한 내용이라는 핑계로 졸다가 강의가 끝나 까만 화면을 바라보며 허탈해하던 순간이 반복되었습니다. 1차 때처럼 효율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강의를 최소화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2차 때 처음 공부하는 회계감사 기본강의만 수강하고 재무관리는 기본서와 연습서를 병행하며 기본강의 때 넘긴 부분과 모르는 부분만 체크해두고 주말에만 몰아서 부분 강의를 들었습니다. 원가관리회계와 세법과 재무회계는 연습강의를 수강하지 않고 독학으로 소화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원가관리회계는 기본강의를 들으면서 모든 필기와 내용정리, 문제풀이를 손으로 했었기 때문에 2차 때 어렵지 않게 기본서나 연습서 예제와 병행하며 훈련할 수 있었습니다.
회계감사 강의가 끝난 후에는 세법, 재무관리, 회계감사, 원가관리회계, 재무회계 순서대로 매일매일 2~3시간씩 공부하는 패턴을 유지했습니다. 하루에 세법 12문제, 재무관리 10문제, 회계감사 기본서 1단원 (대략 30장), 원가관리회계 10문제, 재무회계 11문제를 기본으로 유동적으로 풀었습니다. 2차준비하며 평일 하루 순공부시간이 11시간~12시간 정도였습니다. 주말에는 스터디를 하며 재무회계 모의고사를 풀거나, 밀려서 못했던 평일 공부를 메우는 형식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매일 아침 8시부터 새벽1시까지 반복된 공부를 하면서 체력적으로 많이 지치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서 5월 중순에 고시반에서 집으로 옮겨 공부를 하였습니다. 독서실에서 혼자 공부하면서도 학교에서의 흐름을 잃지 않으려 긴장하며 공부했고 하루 중 가장 졸린 아침에는 독서실 건물 1층 카페에서 공부하였습니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한포진이라는 피부병도 걸리고 늦잠을 자는 빈도수도 점점 잦아졌습니다. 우울하고 불안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한포진은 내가 열심히 공부했다는 증거이고 늦잠을 자더라도 더 맑은 정신으로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혼자 어두운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면서 외롭고 쓸쓸했지만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대화도 많이 하고 응원을 받으면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 욕심만큼 공부가 안 되는 날도 있고, 쉽게 무너지는 날도 잦았습니다. 불안함이 증폭되고 제 자신을 많이 채찍질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나도 로봇이 아니고 항상 똑같은 양을 공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쉴 때도 제 마음 속에 나름의 기준을 정했습니다. 시험을 다 치른 후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그 때 그 날 더 공부했더라면.. 그 날 조금만 더 할걸’ 이라는 후회는 남지 않게 쉬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기준을 만든 이후로는 쉴 때도 마음 편안히 쉬고 공부할 때도 더 집중할 수 있었고, 마냥 공부가 권태로워 쉬고 싶을 때에도 꾹 참고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3. 공부를 하며 느낀 점
16개월 동안 공부하며 힘들 때마다 항상 마음속으로 되새긴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먼저, 어려워서가 아니라 낯선 공부라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고, 반복해서 공부하다 보면 익숙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마음가짐 덕분에 어려운 부분에서 겁먹을 때에도 연습을 반복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반복되는 실수가 당장은 고쳐지지 않아도 3번, 4번 풀다 보면 어느 순간 고쳐지고, 같은 책을 여러 번 보다 보면 안보이던 부분도 보이고 더 많이 이해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어렵고 힘들 때 스스로 버텨야 한 단계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공인회계사 시험 준비는 저에게 큰 도전이었습니다. 새로운 분야로의 도전이자 꾸준히 한 가지를 이어나가는 끈기의 도전이었습니다. 이런 도전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버텨야 성장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공부를 꾸준히 하다가도 문득문득 불안한 감정이 빈번하게 생겼습니다. 불과 지난주에 공부했던 부분이 새하얗게 사라진 느낌이 들고, 여러 번 본 내용인데도 생소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습니다. 이러한 불안감을 완화하고자 단순하지만 시각적인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큰 포스트잇에 과목별로 각 단원을 숫자로 적어 책상에 붙여놓고 그 단원을 다룰 때마다 동그라미를 쳤습니다. 예를 들어 1회독은 빨간색 동그라미, 2회독은 파란색 동그라미, 3회독은 사인펜으로 굵게 동그라미, 이런 식으로 포스트잇에 쓰인 숫자들이 여러 동그라미로 겹쳐지는 것을 보면서 자신감을 되찾았습니다. ‘내가 이렇게 많이 했으니 절대 새하얗게 까먹을 리 없어’ 하며 위로했고 동그라미 표시하는 재미로 공부했습니다.
또한, 제 주변엔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열심히 한다는 주변사람들 칭찬에 기분 좋게 공부할 수 있었고, 모르는 내용이나 공부방법을 물어볼 수 있는 선배, 동기들도 많았습니다. 어찌 보면 주변 사람들의 많은 정보들과 집중이 안 될 때마다 읽었던 합격수기 공부방법을 참고하면서 나에게 맞는 효율적인 공부방법을 찾았던 것이 큰 합격비결이었습니다.
4. 끝마치며
1차 시험 직후 느낀 점은 평소 수험생들 사이에서 중요도가 높은 부분은 어렵게 나오고 중요도가 낮아서 많이 다루지 않는 부분은 쉽게 나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주관적인 생각으로 경영학보다 재무관리가 쉬웠고, 세법에서도 법인세, 소득세, 부가세는 어렵고 상증세, 국기법은 쉬웠고, 회계학도 재무회계는 어렵고 정부회계와 원가관리회계는 쉬웠습니다. 2차시험도 모든 시험범위에서 다양한 단원이 출제되어 시험장에서 문제를 본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항상 모든 범위를 같은 중요도로 반복했었기에 1차시험도 무사히 합격하고 2차 때 유난히 힘들고 자신 없던 회계감사도 합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합격한 비결은 머리가 뛰어나게 좋아서도 아니고 대단한 공부방법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16개월 동안 CPA자격증을 위해 정성을 다해 공부했고 노력에 근거한 자신감을 되새기며 공부했습니다. 매일 성실하게 일정량의 계획을 세우고 계획한 것을 지키는 성취감에 꾸준히 공부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잠깐 멈춰서 나에게 맞는 전략을 세우고 성실하게 실천해보세요. 하루 종일 책상 앞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참으며 꿈을 향해 쉬지 않고 달리는 수험생 여러분의 합격을 응원합니다. 끝으로 공부하는 동안 응원해준 가족들 친구들과, 항상 도와주고 챙겨줬던 같이 공부했던 선배, 동기들 그리고 조용히 도와주시고 응원해주시는 학교 조교님과 교수님께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