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맥주들이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등 국산맥주업체에 비해 유리한 과세체계를 통해 지난 6년간 누려온 세금 혜택이 1조 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세일보가 지난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6년간 수입한 맥주의 금액과 국내 대형마트 3곳에서 팔리는 판매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산출한 결과 차별적인 과세체계에 따라 맥주수입업자들이 6년간 누린 혜택은 1조2725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현행 과세체계에서 수입맥주에 적용되는 과세표준을 산출해 보면 2010년 535억원, 2011년 823억원, 2012년 1033억원, 2013년 1192억원, 2014년 1395억원, 올해(1월~8월) 1029억원으로 6년간 과세표준 합계액은 600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산출되는 각종 세금은 2010년 728억원, 2011년 1103억원, 2012년 1370억원, 2013년 1546억원, 그리고 지난해 1797억원, 올해 1558억원으로 6년간 모두 9097억원으로 추산됐다.
조세일보는 이를 기초로 수입맥주가 어느 정도의 세금혜택을 누리고 있는지 산출하기 위해 국산맥주업체들이 판매·관리비와 이익을 어느 정도 책정하고 있는지 조사했다. 수입맥주에 대해선 수입가격에 관세를 합한 금액을 과세표준으로 산출하고 있는 반면 국산맥주에 대해선 판매·관리비와 예상이익을 포함하여 과세표준을 정해 각종 세금을 부과하고 있어 그만큼 수입맥주가 세금을 덜 내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결과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국산맥주 회사들은 과세표준의 37.13%를 판매관리비로 지출하고 14.31%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수입맥주에도 동일한 비율의 판매·관리비와 이익률을 적용한다면 과세표준은 현행보다 51.44% 증가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감안, 수입맥주에도 국산 맥주와 동일한 과세체계를 적용한다면 과세표준 증가액만도 2010년 275억원, 2011년 423억원, 2012년 531억원, 2013년 613억원, 2014년 718억원, 올해 8월까지 529억원 등 6년간 모두 3089억원에 이르렀다.
수입맥주의 과세표준이 이같이 증가할 경우 세금 역시 크게 늘어나 6년간 2313억원이 돼야해 연평균 385억원을 더 부담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수입맥주들이 그 차액만큼 세금을 덜 내는 것이어서 과세체계를 고쳐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같은 세금 혜택은 국산맥주가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담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 동일한 방식을 수입맥주에도 적용할 경우 더욱 크게 나타난다.
현재 국산맥주는 공장도가에 판매비와 이익을 합한 금액에 제세금을 더해 나온 출고가(도매가격)를 과세 당국에 신고한 후 판매토록 하고 있다.
반면 수입맥주의 경우에는 출고가격 신고의무가 없는 까닭에 과세표준(수입신고가+관세)의 10에서 2배, 평균 3.03배의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소매업자의 이윤을 감안하더라도 많은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국산과 유사하게 판매가를 기준으로 과세표준을 적용할 경우 과세표준 차액은 2010년 1088억원, 2011년 1672억원, 2012년 2098억원 등 6년 동안 1조2203억원이나 되었다.
세금 차이 또한 큰 폭으로 늘어 2010년 1105억원, 2011년 1715억원, 2012년 2167억원, 2013년 2535억원, 지난해 2981억원, 올해 2222억원으로 총 1조 2725억으로 추산됐다.
물론 정확한 납부세액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브랜드별·판매처별(마트별)로 정확한 판매물량을 확보하고 가중치를 사용해야 하지만 공개하는 곳이 없어 단순 산술평균을 적용하고 군납, 관광업소 등 면세점 판매 분도 계산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실제 부담한 세금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수입업자들이 3대 마트에 넘긴 도매가도 확보할 수 없어 추산된 차액이 모두 세금이라고 볼 수 없다는 한계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입맥주에 유리한 비합리적인 과세체계로 인해 상당한 세수 누수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지속적인 FTA 적용에 따른 관세율의 점진적 인하가 세수결손에 미치는 영향도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 수입국인 미국과 유럽, 호주, 중국이 FTA 체제에 편입되면서 수입맥주의 판매증가로 인한 세수감소는 심각성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율 인하가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이 인하되는 효과로 이어지고 줄어든 과세표준은 주세, 교육세, 부가세 등 전반적인 세수하락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17.1%였던 관세율이 올해에는 12.8%, 내년에는 8.5%, 그리고 2017년에는 4.2%까지 낮아진 뒤 2018년 완전히 폐지된다. 유럽연합도 마찬가지다. 올해 11.2%인 관세율은 내년 7월부터는 7.5%로 낮아지고 2017년7월 3.7%가 적용된 뒤 2018년부터는 완전히 없어진다.
한-호주 FTA의 영향도 곧 나타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이고 한-중 FTA에 따른 관세 역시 점진적이기는 하지만 세수에 심각한 위험신호로 다가오고 있다.
법무법인의 조세전문가는 “세수부족으로 한 푼이 아쉬운 정부와 과세당국이 왜 손 놓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제도를 변경하는 일이 쉽지 않겠지만 수천 억 원의 세금이 더 걷히는 일이라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세무전문가는 "과세형평 차원에서라도 제도적인 차별은 시정돼야 한다"면서 "관세철폐의 영향이 본격화 하는 상황에서 줄어드는 세금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도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