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인회계사회와 한국회계기준원은 2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 김용진 기자)
조선과 건설업 등 수주산업의 회계불투명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업공시 기준을 강화하고 수주산업의 수익과 비용 인식 기준인 공사진행률 산정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기업들은 공시 기준을 강화하면 기업비밀이 노출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한국공인회계사회와 한국회계기준원은 2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 회계불투명성 해소 위해 기업공시 범위 확대해야
성기종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대규모 건설과 조선의 수주 계약시 금액과 인도 시기만 공시할 뿐 결제조건과 환헤지, 납기 지연 등에 따른 패널티 사항은 공시하지 않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수주물량의 진행률을 알 수 없고 매출인식 구조 및 원가투입 등의 정보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성 연구위원은 이어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공사기간이 3년 이상으로 투자자들은 진행사항을 체크하기 어렵기 때문에 매분기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주요 내용을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세환 회계기준원 조사연구실장도 "공사예정원가 및 미청구공사 변동 내용과 효과 등은 공시사항인데도 실무에서 공시하지 않고 있다"며 "누락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실장은 수주산업의 회계실무 개선방안으로 ▲진행률 산정 시 투입법의 엄격한 적용 ▲총공사예정원가의 주기적 재평가 ▲공사변경에 따른 계약수익 변경 ▲공사에 기여하지 않는 원가 진행률 산정 시 배제 ▲미청구공사 회수가능성 분기별 평가 및 충당금 설정 등을 제시했다.
서원정 삼정회계법인 대표는 "수주산업의 회계처리는 판단이 복잡하고 변동가능성이 높아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에 공시정보의 범위를 확대시켜줘야 할 것"이라며 "미국 연차보고서의 경우 영업 관련 회계추정이나 회계정책에 대한 내용들도 공시하고 있어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모범적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업측에서는 공시기준을 과도하게 강화할 경우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준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병철 현대중공업 회계관리팀 부장은 "기업이 원가정보를 공시하게 되면 발주예정자들이나 경쟁사들이 이를 파악하기 용이해진다"며 "원가정보는 영업비밀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공개되면 기업 경쟁력이 사라지게 돼 다른 사업을 수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감사위원회 전문성·독립성 강화해야
박권추 금융감독원 회계심사국 부국장은 "정보이용자 즉 일반투자자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중요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식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업들은 이를 고려해 일반투자자들이 원하는 회계정보 범위를 늘리고 필요한 정보를 선별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부국장은 "기업들이 비밀유출을 염려하기보다는 일반투자자들의 보호를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기업 감사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보장돼야 회계투명성이 높아질 수있다"고 말했다.
수주산업에 적용되는 회계규정 가이드라인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문종열 한국상장사협의회 회계제도팀장은 "조선·건설업계에 적용되는 회계규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광범위하고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정부에서 업계에 통용되는 회계규정을 정리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준다면 외부감사 선임이나 재무제표 작성 등 단계별 점검사안과 논의사안을 한 눈에 체크할 수 있게 돼 회계투명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업 감사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회계부정을 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징벌적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도진 중앙대 교수는 "외부감사 선임 및 보수 결정권은 경영진이 아닌 감사위원회가 실질적으로 가져야 하고 감사위원회의 결정권을 침해하는 경우 제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감사위원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회계부정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명확한 징벌적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안영균 한국공인회계사회 상근 연구·교육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일부 조선업체와 건설업체가 대규모 회계손실이 발생하면서 수주산업의 회계투명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재무정보를 생산하는 기업과 감독당국, 회계업계 모두가 힘을 합쳐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