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부터 치과계 의료기기 광고가 변화하는 모습이 눈에 띄고 있다.
예를 들면 일부 의료기기 광고에 추천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치과의사가 보이지 않고, 사용 전후 비교로 효능을 암시하고 있는 사진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변화 전 광고들은 모두 의료기기 광고법에 규정된 금지대상에 해당된다.
본지는 지난 7월 1~3일자 기사를 통해 '의료기기 광고의 문제점'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현재 치과 전문지에 게재되는 의료기기 광고에 대해 사전 심의를 받지 않고 있다.
의료기기 광고사전심의 규정 제2조(광고심의 대상)에 따르면, 의료인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내용 전달을 목적으로 한 신문, 잡지를 이용하는 광고는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광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위 규정의 상위법인 의료기기법 제24조(기재 및 광고의 금지 등), 의료기기법시행규칙 제29조(의료기기 광고의 범위 등)에는 '의사, 치과의사 등이 의료기기를 추천ㆍ지도 또는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 등의 광고', '의료기기의 성능이나 효능 및 효과를 암시하는 기사, 사진, 도안 등을 이용한 광고', '효능이나 성능을 광고할 때 사용 전후의 비교 등으로 그 사용 결과를 표시 또는 암시하는 광고' 등을 금지 광고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의료기기광고사전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사전심의를 받고 안 받고 상관없이 의료기기법에는 모든 광고물이 해당 된다"며 "따라서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광고해도 법에 규정된 금지사항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식약처 의료기기관리과 관계자는 "상위법을 우선으로 적용하는 것이 맞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광고를 할 수 있지만, 상위법의 광고 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같이 본지가 지적한 '의료기기 광고 문제점'은 보도 이후 치과계 업체로부터 긍정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본지가 기사를 보도한 7월부터 9월 현재까지 치과계 의료기기 광고를 모니터링 해온 결과, 당시 위반 사례로 지적했던 오스템임플란트 광고가 기존과 크게 달라졌다.
7월 20일자(주간지 기준) 이후 광고를 살펴보면, 치과의사들이 등장해 제품을 추천하고 있는듯한 모든 광고들에서 치과의사들이 삭제된 상태로 변경됐다.
또한 사용전후 임상사진으로 효과를 암시하던 광고도 의료기기 광고법에 위반되지 않는 이미지로 바뀌었다.
본지는 치과전문지에 게재된 네오바이오텍의 광고에서도 7월 27일 이후로 광고 속에 출연했던 치과의사가 사라진 것으로 확인했다.
네오바이오텍 관계자는 "회사 내부적으로 치과의사 사진을 삭제한 광고로 변경하기로 결정됐다"며 "현재로선 'IS-II active' 해당 제품에 한해서만 치과의사 사진이 게재되지 않는 광고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기기 광고법' 문제에 대해 지적할 당시 일각에서는 업체로부터 반감이 생길수도 있다는 우려와 달리, 의료기기 광고법에 위반되지 않은 업체들도 오히려 긍정적인 피드백을 전했다.
A치과업체 관계자는 "사전심의를 받지 않기 때문에 의료기기 광고법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이번 기회에 내부적으로 의료기기 광고법에 대해 교육하고, 리마인드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또 B치과업체 관계자는 "앞으로 준비할 의료기기 광고에 대해 법에 위반되지 않는 쪽으로 더 신경쓰게 됐다"며 "광고법을 모르고 있었는데 경각심을 일깨워 준 좋은 기회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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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과전문지에 게재된 네오바이오텍 임플란트 광고 |
보도 후 아직 위반 광고 존재… 업체 "명확한 지침 내려오면 수정 계획"
반면, 본지가 '의료기기 광고법' 문제에 대해 지적한 이후 2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의료기기 광고법에 위반되는 광고들이 존재한다.
네오바이오텍의 경우, 해당 의료기기에서 치과의사가 없는 광고로 변경됐지만 임상사진이 구체적으로 게재돼 있어 의료기기 금지광고에 해당된다.
또한 광고에 임상사진을 위주로 게재한 덴티움의 경우에도 시술 준비부터 마지막 완성 단계까지의 임상 과정이 구체적으로 보여지고 있다.
게다가 7월 27일과 8월 24일자 치과 전문지에 게재된 덴티움 광고를 살펴보면 7월에는 없었던 치과의사가 8월 광고에는 등장한다.
의료기기법 제24조(기재 및 광고의 금지 등), 의료기기법시행규칙 제29조(의료기기 광고의 범위 등)에 따르면, '의사, 치과의사 등이 의료기기를 추천ㆍ지도 또는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 등의 광고', '의료기기의 성능이나 효능 및 효과를 암시하는 기사ㆍ사진ㆍ도안을 사용하거나 그 밖에 암시적인 방법을 사용한 광고'는 금지돼 있다.
이와 관련 덴티움 관계자는 "만약 임상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나타낼 경우 허위광고가 될 수 있다. 제품을 직접 사용한 치과의사들의 증례를 보여주는 것이 신뢰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7~8월 치과의사가 등장한 광고 변경 건에 대해서는 "7월에 치과계 광고 관련해 일이 불거지면서 일시적으로 광고 시안을 수정했다. 그런데 임상 사진만 있고 치과의사는 없는 광고로 나갔더니 누구의 증례인지 명확치 않아 오히려 이상스러웠다"며 "현재는 치과계에서 의료기기 광고에 명확한 지침이 없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협회 또는 식약처 등으로부터 명확한 지침이 내려온다면 광고를 수정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의료기기 광고법 문제에 대한 지적은 치과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가져 왔다. 본지는 법 위반으로 향후 더 큰 파장이 일어나기 전에 업체에서 미리 알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료기기 선두기업인 오스템임플란트가 앞장 서 모범을 보인 행동이 타 업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지만, 법에 위반되지 않는 방향으로 자리 잡으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법적으로 의료인을 대상으로 하는 신문의 경우 사전심의는 없지만 주기적으로 식약처에서도 치과업체 대상으로 의료기기 광고법에 대한 고지를 하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법이 있는 한 지켜지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식약처의 무책임한 태도에 실효성 없는 법안으로 비춰지는 '의료기기 광고법'의 올바른 실현이 필요하며, 이제는 법에 위반되지 않는 광고시장에서 선의의 경쟁이 이뤄져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