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금액으로 증여세 납부하면 가산세 부과 못해
세법상 가산세는 그 의무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부과할 수 없다.
최근 대법원은 납세의무자가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가액에 기초하여 증여세를 납부하였다면 납부기한 내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은 의무의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증여세법에서는 납세의무자가 증여받은 재산의 평가는 시가로 할 것을 원칙으로 하고, 공신력 있는 기관의 감정가액도 시가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납세의무자가 제출하는 감정기관의 감정가액과 관련하여 아무런 통제가 없다면 납세의무자의 과소평가된 감정가액을 이용하여 증여세를 적게 납부하려고 하는 시도를 막기 어렵다.
따라서 증여세법은 토지의 감정가액이 개별공시지가의 90%보다 적을 경우에는 과세관청이 다른 감정기관에 의뢰하여 재감정한 가액으로 납세의무자가 증여받은 토지를 평가하도록 정하고 있다.
대상판결에서 납세자가 토지를 증여 받고 공신력 있는 기관의 감정을 받아 그 토지에 대한 증여세를 신고·납부하였다. 그런데 그 토지의 감정가액은 개별공시지가의 90%보다 낮았다.
과세관청은 다른 감정기관을 통해 재감정하여 증여세를 추가로 부과하였다. 이 때 증여세 과세표준을 적게 신고한 것에 대한 신고불성실가산세는 과세되지 않았으나, 증여세를 적게 납부한 부분에 대한 이자 성격의 납부불성실가산세는 부과되었다.
고등법원은 토지의 감정가액이 개별공시지가의 90%보다 낮을 경우 과세관청이 의뢰하는 재감정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납세자는 증여세가 추가로 부과될 수 있다는 사실도 충분히 알았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판단을 근거로 납부기한 내 증여세를 적게 납부한 것은 의무의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납세자가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가액을 신뢰할 수 밖에 없고, 납세자가 제출한 감정가액이 과세관청의 의뢰에 따른 재감정가액보다 높을 경우에는 추가로 납부할 세액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주목하였다. 대법원은 고등법원과 달리 납세자가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의 감정가액에 기초하여 증여세를 납부하였다면 납세자에게 나중에 있을지도 모르는 증액된 증여세액을 납부기한 내 제대로 납부하지 않은 의무의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았다.
납세의무자로서는 과세관청이 재감정을 의뢰하여 그 결과가 나와 부과처분이되기 전까지는 자신이 의뢰한 감정가액을 믿을 수밖에 없다. 또한 과세관청에 의한 재감정으로 인하여 증여받은 재산이 얼마로 평가되고, 추가로 납부할 증여세액이 얼마인지 알기도 어렵다. 따라서 대상판결은 납세의무자의 권리보호 측면에서 타당하다.
한편 위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라 납세의무자가 증여세를 적게 납부할 목적으로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을 이용하여 과소평가된 감정가액으로 증여세를 신고·납부하여도 납부불성실가산세는 부과할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감정기관의 감정가액이 과세관청의 의뢰로 산출된 재감정가액이나 개별공지시가보다 지나치게 낮다면 그 감정가액은 공신력 있는 감정기관에 의한 감정가액으로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므로, 그러한 우려는 기우에 그칠 것이다.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4두44205 판결
